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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르헨티나 경제, 올해 5%대 성장 가능할까

경북 수출지원 해외 서포터즈 / 손영식(아르헨티나)

 

 

정체의 늪에 빠졌다? 

 

아르헨티나 국립통계센서스연구소(INDEC·통계청)는 매달 경제활동지수(EMAE)를 집계, 발표한다. 이 지수는 주요 산업의 동향을 파악할 수 있을 뿐 아니라, 분기별로 발표되는 국내총생산(GDP)의 흐름을 선제적으로 보여주는 지표이기도 하다. 따라서 아르헨티나 경제의 전반적인 방향을 읽고자 한다면 반드시 주목해야 할 수치다. 

 

INDEC이 최근 발표한 가장 최신 자료는 7월 경제활동지수다. 7월 경제활동지수는 지난해 같은 달 대비 2.9% 성장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5월의 5%, 6월의 6.4% 성장률과 비교하면 다소 둔화된 수치이지만, 여전히 나쁘지 않은 성적이다. 남미 국가들 가운데 이 정도 성장세를 보이는 것도 쉬운 일은 아니다. 특히 조사 대상인 15개 산업 중 수산업(-85.7%), 제조업(-1.8%), 전기·가스·상하수도(-2.0%), 공공행정(-0.6%) 등 4개 분야를 제외한 나머지 11개 분야가 모두 플러스 성장을 기록했다. 이런 상황에서 누군가 아르헨티나 경제에 먹구름이 낀다고 말한다면 다소 과장된 평가로 들릴 수도 있다. 

 

그러나 보다 최근의 경제 흐름을 보여주는 지표는 전월 대비 변화율이다. INDEC에 따르면 7월 경제활동지수는 전월 대비 0.1% 감소하며 마이너스로 돌아섰다. 월간 기준으로 보면 5월 -0.1%, 6월 -0.7%에 이어 3개월 연속 하락세를 기록한 것이다. 지난해 경기 부진으로 인한 기저효과 덕분에 전년 동월 대비 수치는 개선된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경기 회복세가 멈추고 정체 국면에 접어들었다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이러한 이유로 하반기 아르헨티나 경제를 낙관하기 어렵다는 비관적 전망이 나오고 있다. 

 

 

부에노스아이레스의 한 카페에 손님이 없어 테이블이 비어 있다.

(출처: 뉴스전문채널 테에네)

 

 

아르헨티나, 올해 남미에서 가장 빠른 경제성장!?

 

아르헨티나 경제는 이미 2년 연속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하고 있다. 2023년에는 -1.6%, 2024년에도 -1.7%의 역성장을 보였다. 2023년 경기 부진의 원인이 급등한 인플레이션과 대통령 선거 전후의 불확실성 속에 주요 경제 주체들이 몸을 사린 데 있었다면, 2024년의 침체는 초강력 긴축 정책의 여파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긴축으로 시중 자금 흐름이 막히면서 투자(-17.4%)와 민간소비(-4.5%)가 동시에 급감했다. 과거 같으면 정부가 경기 부양을 위해 공공투자를 늘렸겠지만, 새 정부가 긴축 기조를 고수하면서 공공 부문 투자도 -3.2%로 줄어들었다. 

 

현재 아르헨티나는 국제통화기금(IMF)의 구제금융 지원을 받고 있다. IMF는 정기적으로 아르헨티나 경제의 재정 상태를 점검하고, 이행 목표 달성 여부를 확인한 뒤 단계적으로 금융지원을 집행한다.

 

그런데 흥미로운 점은 IMF의 전망이다. IMF는 2024년 경제 전망 보고서에서 2025~2027년 사이 남미 국가 중 가장 빠른 성장세를 보일 나라로 아르헨티나를 지목했다. 지금의 경제활동지수(EMAE) 흐름만 보면 아르헨티나 경제는 여전히 부진의 늪에 빠져 있는 듯하지만, 고집인지 자신감인지 IMF는 올해 아르헨티나의 급반등을 예측하고 있다. IMF가 지난 7월 발표한 ‘세계 경제전망(World Economic Outlook)’에 따르면, 2025년 아르헨티나는 중남미 국가 중 가장 높은 성장률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 보고서는 하반기부터 성장세가 다소 둔화될 수는 있다고 전망하면서도, 올해 전체적으로는 5.5% 성장할 것으로 내다봤다. 그러나 국립통계센서스연구소(INDEC)가 발표하는 최근 경제활동지수의 추세를 보면, IMF의 이 낙관적 전망이 얼마나 현실에 가까울지는 여전히 의문으로 남는다. 

 

 

“월급 줬는데 가불 필요해?”

 

필자가 최근 아는 치과의사에게 직접 들은 이야기다. 완구를 취급하는 중소기업을 운영하는 그의 오랜 단골 고객이 치료를 받으러 병원을 찾았는데, “치료비 일부를 달러로 지불해도 되겠습니까?”라고 물었다고 한다. 치료비는 250만 페소, 미화로 약 1,750달러(약 247만 원) 정도였다. 병원 직원이 이유를 묻자 그는 “요즘 물건이 잘 팔리지 않아 페소가 부족하다”고 답했다고 한다. 결국 치료를 받기 위해 저축해둔 달러를 꺼내 써야겠다는 뜻이었다. 그는 이어 “요즘 다들 사정이 어렵다. 우리 회사는 직원 대우가 나쁜 편이 아닌데도 월급을 준 지 며칠 되지 않아 가불을 요청하는 직원이 있다”고 하소연했다고 한다.

 

최근 아르헨티나의 기업인과 자영업자들은 하나같이 “경기가 최악이다”, “매출이 사라졌다”고 호소한다. 상업계를 대표하는 주요 이익단체이자 한인 경제단체와도 교류가 있는 ‘아르헨티나 중기업총동맹(CAME)’은 최근 보고서에서 “소비 회복이 지연되며 심각한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고 밝혔다. CAME는 지난해 4분기와 올해 1분기에는 일시적인 소비 회복세가 있었지만, 이후 다시 정체에 빠졌다고 분석했다. 

 

CAME 대변인 살바도르 페메니아는 “상점들이 최대 50% 할인, 최장 12개월 할부 등 파격적인 프로모션으로 버티고 있지만, 이제는 비즈니스를 유지하는 것 자체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고정 지출은 줄지 않는데 매출은 부진하고, 수익률마저 하락해 상업계 전반의 위기감이 날로 커지고 있다”고 덧붙였다.

 

 

아르헨티나의 한 의류점이 반값 세일을 하고 있다.

(출처: 중기업총동맹)

 

 

경기부진의 원인은?

 

경기가 부진한 이유는 무엇일까. 상업계는 한목소리로 “소비자의 지갑이 얇아졌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돈이 부족해 소비에 제동이 걸렸다는 것이다. 아르헨티나 중기업총동맹(CAME)은 “소비자 두 명 중 한 명은 월급을 받아도 한 달 생활이 어렵다”며 “돈이 없는데 상인들이 할인과 할부 판매로 버티는 데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한 관계자는 “가계지출을 철저히 관리하기 위해 예전에는 신용카드를 거의 사용하지 않던 사람들조차 요즘은 장을 볼 때 카드로 결제하는 일이 많아졌다”며 “이는 단순히 카드 결제가 편리해서가 아니라, 생활비가 부족해 신용카드로 빚을 지는 소비자가 늘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소비자들의 주머니를 가볍게 만든 대표적인 요인은 공공요금 인상이다. 이전까지는 소득 수준과 관계없이 거의 전 국민이 정부 보조금 혜택을 받아왔으나, 현 정부 들어 이 보조금이 폐지되면서 각종 공과금이 최소 10배 이상 급등했다. 한 전문직 종사자는 “사무실에서 가스를 거의 사용하지 않아 늘 기본요금만 내왔는데, 정부가 바뀌기 전에는 월 2,000페소였던 가스 기본요금이 보조금 폐지 이후 지금은 2만 페소가 넘는다”고 말했다. 이처럼 강도 높은 긴축 정책으로 공공요금이 급등하면서 가계의 소비 여력이 급격히 줄었고, 이는 곧 소비 위축으로 이어지고 있다.

 

 

아르헨티나의 한 의류점에 ‘위기로 바겐세일’이라고 적힌 안내문이 걸려 있다.

(출처: 일간 파히나도세)

 

 

현격히 줄어든 가처분소득 

 

국립통계센서스연구소(INDEC)의 통계보고서에 따르면, 2024년 상반기 52.9%에 달했던 아르헨티나의 빈곤율은 올해 같은 기간 31.6%로 20%p 이상 하락했다. 빈곤율은 월 소득이 최저생계비에 미치지 못하는 가구의 비율을 의미하므로, 표면적으로는 경제 상황이 개선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실질적인 문제는 가처분소득의 감소에 있다. 경제노동문제연구기관 세들라스(CEDLAS)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소비자물가상승률은 15.1%, 기본 생필품(장바구니) 물가는 12.2% 올랐다. 반면 같은 기간 소득 상승률은 7.7%에 그쳤다. 물가상승률보다 소득 증가폭이 훨씬 작다 보니, 실질 가처분소득은 줄어들 수밖에 없다. 

 

경제컨설팅업체 엠피리아(Empiria)는 최근 보고서에서 “아르헨티나에서 평균 소득이 가장 높은 부에노스아이레스 수도권 가구의 2025년 상반기 실질 가처분소득이 2024년 12월보다 1% 증가하는 데 그쳤다”며 “정권교체 직전인 2023년 11월과 비교하면 오히려 7% 감소했다”고 밝혔다. 2017년과 비교하면 수도권 가구의 실질 가처분소득은 무려 40% 줄어든 셈이다. 경제전문가 기예르모 올리베토는 “월급을 받으면 적어도 한 달은 생활할 수 있어야 하는데, 지금은 월급을 받은 지 20일이면 바닥나고 남은 열흘은 생계가 막막한 가구가 많다”고 지적했다.

 

일각에서는 이러한 상황이 ‘긴축정책의 한계’를 보여준다고 말한다. 강력한 긴축이 시행되는 가운데 경기 활성화를 기대하는 것은 애초에 모순이라는 것이다. 초강도 긴축으로 인플레이션을 억제하고 재정건전성을 회복하고 있는 아르헨티나 정부의 최대 과제는 소비를 회복시키고 성장 동력을 확보하는 일이다. 그러나 긴축의 고삐를 조금이라도 늦추지 않는 한, 그 목표를 달성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 위 원고는 현지 외부 전문가가 작성한 원고로, (사)경북PRIDE기업 CEO협회의 공식 의견이 아님을 알려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