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 수출지원 해외 서포터즈 / 공현정(싱가포르)

싱가포르는 낮은 법인세율과 안정적인 정치·경제 환경, 그리고 뛰어난 인프라를 기반으로 아시아 비즈니스 허브 역할을 하고 있다. 특히 스타트업과 중소기업에 우호적인 환경을 제공하며, 많은 한국 기업들이 싱가포르 진출을 적극적으로 검토하고 있다.

그러나 성공적인 진출을 위해서는 단순히 회사를 설립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철저한 준비와 현지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 무엇보다 현지 법규와 비즈니스 관행을 정확히 파악하고 준수하는 것이 핵심이다.

(출처: Singapore Economic Development Board)

회사 설립 (Incorporation) 절차

싱가포르에서 가장 일반적인 회사 형태는 개인 유한 책임 회사(Private Limited Company)다. 이 형태는 주주의 책임이 출자 지분에 한정되기 때문에 가장 안전한 방식으로 평가된다.

회사 설립을 위해서는 다음과 같은 서류와 절차가 필요하다.

a. 회사명 등록: 싱가포르 회계기업규제청(ACRA)에 회사명을 등록해야 한다. 기존 회사명과 동일하거나 유사한 이름은 사용할 수 없다.

b. 서류 준비: 정관, 이사 및 주주 정보 등의 주요 서류를 갖추어야 한다. 특히 한국 본사가 있는 경우, 본사 정관의 영문 번역과 공증이 필수적이다.

c. ACRA 심사: 준비된 서류는 ACRA의 심사를 거쳐 최종적으로 회사 설립이 승인된다. 이 과정은 통상적으로 1~3일 정도 소요된다.

법인 설립 시 유의사항: '현지 이사'와 '회사 비서'의 중요성

현지 이사(Local Director)의 역할과 책임

싱가포르에서 회사를 설립하려면 최소 한 명의 현지 이사(싱가포르 시민권자, 영주권자 또는 취업 비자 소지자)를 두어야 한다. 중요한 점은 현지 이사의 역할이 단순한 '명목상'의 자리가 아니라는 것이다. 싱가포르 회사법상 현지 이사는 회사 운영에 대한 실질적 감독 의무와 법적 책임을 진다. 2024년 4월 싱가포르 고등법원 판결은 이를 더욱 분명히 했다. 특정 개인이 돈을 받고 여러 회사의 현지 이사로 등록했으나, 감독을 소홀히 하여 해당 회사 계좌가 해외 사기 자금 세탁에 악용된 사건에서, 법원은 1심 벌금형을 파기하고 징역 10개월을 선고했다. 

법원은 다음과 같이 강조했다.

• 현지 이사의 감독 소홀은 본질적으로 중대한 의무 위반이며, 원칙적으로 실형 선고가 필요하다.

• 단순 벌금이 아닌 징역형을 통해 돈세탁 및 범죄 자금 유입을 강력히 차단하겠다는 사법 당국의 강력한 의지를 보여준 사례다.

이 판결은 현지 이사 선임 시 단순히 ‘현지인’이라는 이유만으로 접근해서는 안 된다는 점을 시사한다. 제3자를 현지 이사로 둘 경우, 회사는 이사에게 법적·규제적 책임을 충분히 고지하고, 내부적으로도 위법 행위를 예방·감독할 수 있는 체계를 갖추어야 한다.

회사 비서(Company Secretary)의 필수성

싱가포르 회사법에 따르면, 모든 현지 법인은 설립 후 6개월 이내에 회사 비서를 반드시 선임해야 한다. 회사 비서는 현지 이사와 별개의 직책으로, 싱가포르 거주 자연인 또는 자격이 있는 법인 서비스 제공업체 소속 직원이어야 한다.

(출처: BoardRoom)

주요 역할은 다음과 같다.

• 법률 및 행정 절차 관리: 정관 보관, 주주·이사회 회의 소집, 의사록 작성, 싱가포르 기업청(ACRA)에 대한 정기 보고 및 등기 서류 제출 등

• 법정 기한 준수: 연차 보고서(Annual Return) 제출, 주주·이사회 변경 사항 등 법정 기한 내 보고 관리

• 법률 자문: 회사법, 증권거래 규정 등 기본적인 법률 자문 제공

단일 이사 체제 회사에서는 이사가 회사 비서를 겸임할 수 없다. 이 의무를 위반하면 과태료나 법적 제재를 받을 수 있기 때문에, 설립 초기부터 신뢰할 수 있는 전문 서비스를 통해 비서를 선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법인 운영 시 필수 고려사항

노동법 및 외국인 고용 규정

싱가포르는 고용노동부(MOM)가 고용 계약, 근로 시간, 휴가, 퇴직 및 해고 규정 등을 엄격히 관리한다. 모든 직원은 서면 고용 계약서를 반드시 발급받아야 하며, 급여·근무 시간·휴가 등 근로 조건이 명확히 기재되어야 한다.

외국인 근로자를 고용할 경우, 취업 비자(Employment Pass, S Pass 등)를 취득해야 한다. 또한 비자 승인 이후에도 현지인 고용 비율, 최소 급여 기준 등 정부 요건을 지속적으로 충족해야 하며, 이를 위반하면 비자 취소, 벌금 부과, 나아가 형사 처벌까지 받을 수 있다.

세무 및 회계 관리

싱가포르의 법인세율은 17%로 비교적 낮은 수준이다. 특히 신설 법인은 일정 요건을 충족할 경우, 설립 후 최대 3년간 법인세 면제 또는 감면 혜택을 받을 수 있다. 다만 모든 기업은 연간 재무제표 작성과 세무 신고가 의무이므로, 전문 회계 법인과 협력하여 효율적이고 체계적인 세무 관리를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출처: Reuters)

결론: 성공적인 싱가포르 진출을 위한 로드맵

싱가포르 진출은 분명 매력적이지만, 현지 법규와 규제에 대한 깊은 이해 없이는 불필요한 리스크에 직면할 수 있다. 특히 앞서 언급한 현지 이사의 책임 확대와 같은 최근 판례는 법규 준수 체계의 중요성을 여실히 보여준다.

따라서 단순히 회사를 설립하는 데 그치지 않고, 법률·회계 전문가와 협력하여 장기적인 관점에서 규제 준수 시스템을 갖추는 것이 필수적이다. 이는 법적 안정성 확보는 물론, 세제 혜택 활용, 자금세탁방지(AML/CFT) 규정 준수, 현지 인력 고용 전략 수립 등 사업 전반에 걸쳐 큰 도움이 된다.

이러한 준비 과정을 충실히 거친다면, 싱가포르 법인은 안정적으로 자리잡고 지속 가능한 성장을 이룰 수 있을 것이다.

※ 위 원고는 현지 외부 전문가가 작성한 원고로, (사)경북PRIDE기업 CEO협회의 공식 의견이 아님을 알려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