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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 변화의 위기를 맞은 인도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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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 수출지원 해외 서포터즈 / 맹현철(인도)
올해 한국은 너무 덥다. 여태껏 경험한 여름 중 올해가 가장 힘들다는 말과, 그래도 앞으로 맞이할 여름 중 올해가 가장 덜 더울 것이라는 씁쓸한 농담도 나온다. 과장처럼 들리지만 전혀 근거 없는 말은 아니다. 기후 변화로 인해 해마다 기온이 오르고 있으니, 올해 여름은 지금까지 중 가장 덥고, 동시에 앞으로 남은 여름 중에서는 가장 덜 덥다는 역설적인 말이 사실처럼 느껴진다.
한국이 이렇게 더운데, 우리나라보다 남쪽에 있고 더위로 유명한 인도는 올해 8월 얼마나 더울까? 실제로 올해 8월 평균 기온을 보면, 뉴델리·뭄바이·첸나이 같은 인도의 대표 도시들과 한국 주요 도시들의 차이가 크지 않다.
인도의 대도시와 2025년 8월 상반기 평균 기온
규모를 기준으로 인도 10대 도시를 선정해 올해 8월 1일부터 13일까지의 최저·최고 기온 평균을 계산해 보았다. 같은 기간 서울의 평균 최저기온은 섭씨 24.0도, 평균 최고기온은 33.0도였으며, 대구는 평균 최저기온 23.5도, 평균 최고기온 34.5도를 기록했다. 이는 델리, 콜카타, 첸나이, 아메다바드, 수라트 등 인도 주요 도시들과 비슷한 수준이다.
특히 첸나이는 덥기로 악명이 높다. 현지에서는 계절이 세가지 뿐이라고 말한다. 더운 날씨, 더 더운 날씨, 그리고 매우 더운 날씨. 영어로는 hot, hotter, hottest로 표현하기도 한다. 그런데 그런 첸나이의 8월 상반기 기온이 한국과 비슷하다는 사실은 다소 의외다. 그 이유는 두 가지다. 한국은 기후 변화로 인해 올해 특히 덥고, 인도에서 가장 더운 달은 8월이 아니기 때문이다. 또한 벵갈루루와 푸네 같은 도시는 8월 평균 최고기온이 섭씨 30도를 넘지 않는다. 이는 두 도시가 각각 해발 약 900미터, 600미터의 고지대에 위치하기 때문이다. 인도의 실리콘밸리로 불리는 벵갈루루는 다른 대도시에 비해 비교적 최근에 급성장한 도시인데, IT 산업이 이곳에 집중된 중요한 이유 중 하나가 바로 쾌적한 기후다.
(출처: Meteostat.net)
1991년부터 2020년까지 델리의 월별 최고·최저 기온 평균을 살펴보면, 1월 평균은 섭씨 13.6도까지 내려갔다가 점차 상승해 5월과 6월에 정점을 찍는다. 이후 10월까지 완만히 하강하다가 11월부터 큰 폭으로 떨어진다. 5월과 6월의 평균 기온은 약 섭씨 33도 수준이며, 최고 기온은 40도에 육박한다. 기온이 서서히 올라가 5~6월에 가장 더운 시기를 기록한 뒤 하강하는 패턴은 인도 대부분 지역에서 공통적으로 나타난다. 인도의 한여름은 대체로 4월부터 6월까지로, 이 시기에 학교 방학이 집중된 것도 같은 이유다. 특히 5월의 평균 최고 기온은 40도에 조금 못 미치는데, 실제로 40도를 넘어서는 날도 자주 발생한다. 반대로 1월에는 평균 최저 기온이 약 13도까지 내려가는데, 실내 난방 시설이 부족한 뉴델리에서는 이 때문에 저온으로 인한 노약자 사망 사례가 발생하기도 한다. 실제로 작년 12월 델리 인근 아야나가르(Ayanagar)에서는 역대 최저 기온인 3.8도를 기록했다.
더 큰 문제는 평균 기온 상승 그 자체보다, 평균값에 잘 드러나지 않는 이상 기온의 급증이다. 최근 몇 년간 폭염 발생 빈도가 과거보다 크게 늘었는데, 작년 델리와 펀잡, 라자스탄 등 북서부 지역의 폭염 일수는 평년의 두 배에 달했다. 인도에서는 최고 기온이 평년 대비 4.5~6.4도 이상 높을 경우 폭염으로 정의하는데, 이런 날이 부쩍 잦아진 것이다.
작년 델리에서는 기온이 역대 최고인 52.9도까지 치솟았다는 발표가 있었으나, 이후 측정 오류를 이유로 49.9도로 정정되었다. 이는 수치 조정이 아니라 노동법과도 관련이 있었다. 인도 노동법상 최고 기온이 50도를 넘으면 야외 노동자에게 유급 휴일이 보장되고, 이를 위반하면 사업장이 법적 처벌을 받는다. 그러나 당시 많은 사업장에서 법을 몰랐거나 기온을 알지 못한 채 불법적으로 노동을 시켰고, 결국 당국은 불법 노동 문제를 피하기 위해 공식 최고 기온을 49.9도로 낮춘 것이다.
델리의 기온이 최근 더 치솟는 데는 지리적·사회적 요인이 맞물려 있다. 북쪽에 높은 산맥이 있어 남쪽에서 불어오는 뜨거운 열기가 갇히고, 인구가 밀집된 도시 환경이 열섬 효과를 가중시키면서 폭염을 악화시키고 있다
2024년 델리의 기록적인 더위 (출처: The Business Standard)
더운 날씨만큼이나 인명 피해 측면에서 더욱 큰 위협이 되는 것은 집중호우다. 한국과 인도는 모두 넓은 의미에서 몬순 기후대에 속한다. 인도는 열대 몬순 기후대(Tropical Monsoon Climate Zone), 한국은 온대 동아시아 몬순 지역(Temperate East Asian Monsoon Region)에 속한다. 두 지역은 기후 조건에 분명한 차이가 있지만, 여름철 습도가 높고 강우가 집중된다는 공통점을 가진다. 특히 인도의 몬순 기간 집중호우는 한국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강력하며, 최근에는 한국과 마찬가지로 기후 변화로 인해 그 빈도와 강도가 증가하고 있다. 단기간 강우량이 한국보다 훨씬 많은 데다, 홍수 관리와 수자원 관리 체계가 열악해 피해 규모는 더욱 커진다. 특히 콜카타와 같은 강 하류 지역의 피해는 매우 심각한 수준이다.
2025년 8월 뭄바이 폭우 (출처: Mid-Day)
작년에는 2000년 이후 발생한 산사태 가운데 두 번째로 큰 피해를 낳은 참사가 케랄라 주 와야나드(Wayanad)에서 발생했다. 정확한 사상자는 확인되지 않았지만, 사망자만 420명이 넘고 부상자도 397명 이상으로 추정된다. 와야나드는 산사태가 잦은 지역으로 일정 수준의 대비가 이루어져 있었지만, 강우 패턴이 달라지면서 이전에는 큰 피해가 없던 지역에 폭우가 집중되며 대규모 산사태가 발생했다. 재난 대비 자원이 부족한 상황에서 위험 지역에만 자원을 집중하는 방식으로는 기후위기로 인한 새로운 재난을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어렵다는 한계를 보여준다.
2000년대 두 번째로 큰 피해를 입힌 와야나드 산사태 (출처: The Hindu)
이상 고온과 집중호우 같은 기후 변화는 인명 피해와 주거지 파괴 같은 직접적인 피해뿐 아니라, 농작물 수확에도 막대한 영향을 미쳐 경제적 타격을 준다. 농업은 인도의 총부가가치에서 약 18%만을 차지하지만, 전체 인구의 약 45%가 종사하는 중요한 산업이다. 그러나 관개, 저장, 운송 등 가치 사슬 전반의 기반 시설이 취약하고 대규모 상업 농업의 발달이 미비해 생산 효율이 낮다. 이 때문에 농업은 날씨 변화에 크게 의존한다. 특히 몬순기의 강우량은 작황과 가격 변동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며, 인도 정부는 매년 몬순 강우 예측치를 바탕으로 농산물 가격과 물가 상승률을 전망한다. 일반적으로 몬순기에 비가 충분히 내리면 그해 농작물 수확이 좋아지고 농산물 가격이 안정되어 소비자 물가도 안정된다.
2023년 7월 인도 맥도날드가, 이어 8월에는 버거킹이 한시적으로 햄버거에서 토마토를 제외하면서 세계 여러 언론의 주목을 받았다. 당시 토마토 가격이 최대 400% 이상 폭등했기 때문이다. 2023년 이상 기후로 기온이 크게 오르고 토마토 산지의 강우량이 부족해 작황이 부진했던 것이 원인이었다. 토마토 가격 급등이 세계적으로 화제가 되었지만, 같은 해 여름에는 양파 가격 역시 크게 오르며 인도 농산물 전반에 충격을 주었다. 이처럼 기후 변화는 인도의 필수 농산물 가격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고, 나아가 경제 전반에도 파급 효과를 일으키고 있다.
전 세계 대부분의 국가가 기후 변화로 인한 피해를 겪고 있다. 피해의 정도는 나라별로 다르지만, 대체로 경제력이 낮은 나라일수록 타격이 더 크다. 특히 인도를 포함한 남아시아 국가들의 피해가 두드러지는데, 그 주요 원인 가운데 하나는 몬순 기간 집중호우다. 미국 노터데임 대학교(University of Notre Dame)는 기후 변화 취약성과 대응 준비도를 기준으로 각국의 기후 변화 영향 수준을 지수화해 ND-GAIN이라는 지표를 발표하고 있다. 이 지수에 따르면 노르웨이, 핀란드, 스위스, 덴마크 등이 기후 변화에 가장 덜 영향을 받는 국가로 평가되며, 한국은 15위로 비교적 높은 순위를 기록한다. 반면 스리랑카(110위), 인도(115위), 네팔(126위), 파키스탄(152위), 방글라데시(187위) 등 남아시아 주요 국가는 매우 낮은 순위를 보였다. 이 가운데 인도는 취약성 부문에서는 소득 수준 대비 낮은 성과를 보이고 있으나, 준비도 부문에서는 그나마 소득 수준에 비해 양호한 평가를 받는다. 평균 소득 수준을 고려할 때 최악은 면했지만, 여전히 개선해야 할 과제가 많다. 높은 경제 성장률로 세계의 주목을 받고 있는 인도가 앞으로 반드시 극복해야 할 대표적인 도전 과제는 바로 기후위기다.
※ 위 원고는 현지 외부 전문가가 작성한 원고로, (사)경북PRIDE기업 CEO협회의 공식 의견이 아님을 알려드립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