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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로코 게임산업 전략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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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 수출지원 해외 서포터즈 / 박한별(모로코)
청년들의 고민
모로코 청년들의 미래는 어둡다. 2024년 말 기준 청년 실업률은 36.7%에 달하며, 일부 도시는 무려 40%에 육박한다. 특히 학력이 높을수록 취업이 더 어려운 현실은 아이러니하다. 경영학을 전공한 라바트대 졸업생 무아드(25세)는 “졸업장이 자랑이 아니라 짐이 됐다”고 토로했다. 그의 동기 중 절반은 여전히 일자리를 찾지 못했고, 상당수는 유럽 이주를 위해 언어 시험을 준비하고 있다. 실제로 설문조사에서도 모로코 청년의 절반 이상이 “가능하다면 해외에서 새로운 삶을 시작하겠다”고 답했다.
절망적인 현실 속에서 모로코 정부는 새로운 해법을 모색하고 있다. 세계적으로 빠르게 성장하는 디지털 콘텐츠, 특히 게임 산업을 미래 산업으로 육성해 청년들에게 창의적인 일자리를 제공하고 국가 경쟁력을 끌어올리려는 전략이다.
라바트 게임 시티
모로코 정부가 게임 산업을 미래 전략으로 얼마나 중시하는지는 수도 라바트 외곽 신도시 개발 구역에 조성 중인 ‘라바트 게임시티(Rabat Gaming City)’가 잘 보여준다.
(출처: Moroccoworldnews)
총 2,600만 달러(약 350억 원)가 투입되는 이 복합 단지는 최첨단 게임 스튜디오, 협업을 위한 공동 창작 공간, 몰입형 경험을 제공할 VR·AR 실습관, 그리고 혁신적 아이디어를 사업화할 스타트업 인큐베이터까지 두루 갖추게 된다. 2026년 상반기 완공을 목표로 하고 있으며, 완공 이후에는 연간 수천 명의 개발자가 배출되는 창의 인재의 산실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건설 현장의 한 노동자는 “우리는 벽돌을 쌓지만, 사실은 아이들의 미래를 짓는 것”이라고 말하며 자부심을 드러냈다. 실제로 2024년부터 시작된 시범 프로그램에는 500여 명의 청년이 참여해 프로그래밍, 3D 모델링, 스토리텔링 등 게임 개발 핵심 역량을 집중적으로 익혔다. 이들 중 일부는 이미 스타트업 창업에 나섰으며, 마라케시 출신 팀은 모로코 전통 설화인 아마지그(Berber) 신화를 소재로 한 모바일 어드벤처 게임을 개발해 해외 크라우드 펀딩에서 초기 자금 유치에 성공하기도 했다. “우리가 만든 게임을 유럽 사람들이 즐긴다는 게 믿기지 않는다”는 그들의 고백은, 게임 산업이 모로코 문화 정체성을 세계에 알리는 새로운 수출 창구가 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이런 초기 성과들은 게임 산업이 청년들에게 꿈을 실현하고 자아를 펼칠 수 있는 미래의 무대임을 입증하고 있다.
교육과 역량 강화
모로코 정부는 게임 산업의 지속 가능한 성장을 위해 인재 양성에 집중하고 있다. 2023년부터 모로코 직업훈련청(OFPPT)은 게임 아카데미 과정을 신설해 매년 수백 명의 청년들에게 전문적인 게임 개발 교육을 제공한다. 2년 과정으로 운영되는 이 커리큘럼은 프로그래밍, 그래픽 디자인, 사운드 엔지니어링 등 게임 제작 전반을 통합적으로 다루며, 훈련생들이 실제 상업용 게임을 출시할 수 있는 수준의 실력을 갖추는 것을 목표로 한다. 여기에 더해 국제 비정부기구인 EFE-Maroc은 기업과의 긴밀한 연계를 통해 훈련생들의 실제 취업을 적극적으로 지원한다. 최근 3년간 EFE-Maroc 프로그램 수료자의 평균 취업률은 80%를 넘어섰으며, 이는 교육과 현장 연계 시스템의 실질적 효과를 보여준다. 게임 산업 훈련생들 역시 점차 가시적인 성과를 내기 시작하며, 이 분야의 성장 가능성을 더욱 입증하고 있다. 카사블랑카에서 열린 채용 설명회에 참석한 한 수료생은 “예전에는 무조건 외국으로 나가야 성공할 수 있다고 생각했는데, 이제는 모로코에서도 세계와 경쟁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겼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라바트 대학교, 하산2세 대학교 등 주요 고등교육 기관들은 해외 유수 대학과 협력해 공동 게임 디자인 석사 과정 개설을 준비 중이다. 이는 한국과 일본처럼 게임 산업을 고등교육 단계에서부터 전략적으로 육성해, 장기적 관점에서 고급 인력을 확보하려는 모로코 정부의 의지를 잘 보여준다.
(출처: (좌)Bloomberg, (우)techpression)
고용과 스타트업 지원
모로코 정부는 ‘디지털 모로코 2030’ 전략을 통해 게임 산업을 포함한 디지털 분야에서 24만 개에 달하는 일자리 창출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를 위해 기업 친화적인 고용 인센티브 제도를 도입했으며, 특히 기업이 청년 인력을 채용할 경우 연봉의 17%에 해당하는 금액을 보조하는 제도는 막 성장하는 스타트업의 재정적 부담을 덜어주는 실질적인 지원책이 되고 있다.
카사블랑카에 본사를 둔 게임 개발사 Atlas Gaming은 정부 보조금을 활용해 10명의 젊은 개발자를 추가 채용하며 팀을 확장했다. 이 회사는 현재 ‘모로코 전통 결혼 문화’를 소재로 한 시뮬레이션 게임을 개발 중인데, 정식 출시 전부터 소셜 미디어에서 뜨거운 관심을 모으며 주목받고 있다. Atlas Gaming 대표는 “게임을 통해 모로코 전통문화를 전 세계에 소개하면서 동시에 청년들에게 일자리를 제공할 수 있어 두 배의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또한 모로코 게임 산업의 잠재력은 해외 투자자들의 관심까지 끌고 있다. 최근 두바이 기반의 한 투자 펀드가 모로코 게임 스타트업 3곳에 총 500만 달러를 투자한 사례는, 모로코 게임 산업이 수출 가능한 매력적인 신흥 분야로 자리 잡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러한 투자 유치는 게임 생태계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고, 더 많은 혁신적인 스타트업들이 등장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할 것으로 기대된다.
게임 엑스포
모로코 게임 산업의 활성화는 대규모 행사로도 이어지고 있다. 2025년 6월 수도 라바트에서 열린 모로코 게임 엑스포(Morocco Gaming Expo)에는 3만 명이 넘는 관람객이 몰리며 게임에 대한 뜨거운 관심과 잠재력을 보여주었다. 전시장 곳곳에서는 대기업의 화려한 부스부터 열정적인 인디 개발자 팀들의 소박하지만 독창적인 시연 공간까지 다채로운 풍경이 펼쳐졌다. 한편, 수천 명의 관람객이 열광적으로 응원하는 e스포츠 대회도 동시에 열려, 모로코에서 e스포츠 문화가 본격적인 산업으로 자리 잡고 있음을 보여주었다.
(출처: moroccogamingindustry)
시장조사 기관에 따르면 현재 모로코 게임 시장은 연간 약 5억 달러 규모로 평가된다. 모로코 정부는 2030년까지 시장 규모를 두 배인 10억 달러로 확대할 계획을 세웠는데, 이는 아프리카 전체 게임 시장의 평균 성장률(연 12% 내외)을 크게 웃도는 공격적인 목표다. 게임 엑스포에 참가한 마라케시 청년 팀은 모로코 전통 음악과 현대적인 그래픽을 결합한 독창적인 리듬 게임을 선보여 현장 관람객뿐만 아니라 해외 바이어들의 주목을 받았다. 그들은 “언젠가 스팀(Steam)이나 플레이스테이션(PlayStation) 같은 글로벌 플랫폼에 우리 게임을 출시하고 싶다”며 세계 시장을 향한 포부를 밝혔다. 이러한 국제적 관심과 젊은 개발자들의 열정은 모로코가 북아프리카 디지털 콘텐츠 허브로 성장할 수 있는 가능성을 잘 보여주고 있다.
(출처: barlamantoday)
디지털 파급 효과
게임 산업은 현대 사회의 디지털 전환을 이끄는 강력한 촉매제 역할을 하고 있다. 게임 개발에 활용되는 첨단 그래픽 엔진, 대규모 데이터를 처리하는 클라우드 서버, 복잡한 로직을 구현하는 인공지능(AI) 기술은 게임 분야에만 머물지 않는다. 이 기술들은 교육, 의료, 관광 등 다양한 산업으로 확산되며 혁신적인 변화를 불러올 수 있다. 실제로 카사블랑카의 한 IT 스타트업 대표는 “게임 기술을 기반으로 가상현실 교육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이를 통해 농촌 지역 학생들도 최신 과학 실험을 가상현실 속에서 체험할 수 있어 교육 격차 해소에 기여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모로코의 시도는 한국의 e스포츠와 게임 산업 발전 모델과도 닮아 있다. 한국은 2000년대 초반 e스포츠를 정식 스포츠 종목으로 제도권에 편입하며 게임 산업을 국가 전략 산업으로 육성했다. 그 결과 수십만 개의 직·간접적 일자리가 창출됐고, 게임 산업은 국내총생산(GDP)의 1% 이상을 차지하는 주요 산업으로 성장했다. 모로코 역시 한국의 성공 사례를 벤치마킹해 게임 기술을 다양한 분야에 접목하고, 새로운 디지털 생태계를 구축해 유사한 성장 경로를 밟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디지털 모로코 2030’ 전략은 이러한 기술 확장을 통해 국가 전반의 디지털 역량을 끌어올리려는 장기적 비전을 담고 있다.
향후 과제와 전망
모로코의 게임 산업 육성 전략은 아직 걸음마 단계에 있다. 그러나 그 방향성만큼은 분명하다. 이는 청년 실업이라는 구조적 위기와 디지털 전환이라는 시대적 요구를 동시에 해결하려는 모로코 정부의 이중 전략이라 할 수 있다. 핵심 인프라 구축부터 교육 훈련, 고용 인센티브, 국제 엑스포 개최까지, 정부는 다각적인 노력을 기울이고 있으며, 청년들의 열정과 정책적 지원이 맞물리며 점차 긍정적인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물론 해결해야 할 과제도 여전히 많다. 자금 집행의 투명성 확보, 도시와 농촌 간 디지털 격차 해소, 빠르게 변하는 산업 환경에 대응할 제도적 정비는 반드시 풀어야 할 과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만약 모로코의 과감한 게임 산업 전략이 결실을 맺는다면, 모로코는 북아프리카 최초의 ‘게임 강국’이라는 새로운 이름을 얻게 될 것이다.
라바트의 한 인디 게임 개발자는 이렇게 말했다. “우리가 만든 게임이 전 세계에서 플레이되는 날, 모로코 청년들의 미래도 달라질 겁니다.” 게임을 매개로 모로코 청년 세대는 더 이상 소외되거나 좌절하는 존재가 아니라, 새로운 시대의 흐름을 주도하며 미래를 개척해 나가는 주역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모로코의 이 도전적인 시도가 성공 모델로 안착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 위 원고는 현지 외부 전문가가 작성한 원고로, (사)경북PRIDE기업 CEO협회의 공식 의견이 아님을 알려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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