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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 프라이드 기업

국가에서 정하는 프랑스 정기 세일 ‘솔드(Sold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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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 수출지원 해외 서포터즈 / 임유정(프랑스)

 

 

세계적인 명품 브랜드의 발상지이자, 세계 3대 패션쇼(패션 위크)가 열리는 패션 강국 프랑스에서 정기 세일이 시작되었다. 프랑스는 정부 차원에서 공식적으로 정기 세일을 관리하며, 이를 솔드(Soldes)라고 부른다. 프랑스 공식 세일 시기인 솔드 기간엔 전국의 상점들이 재고 정리를 위해 최대 70~80% 상당의 파격적인 할인 혜택을 제공해, 전 세계 쇼핑객들의 이목을 끌고 있다. 

 


세일 문화가 시작된 파리 봉 막쉐 백화점의 정기 세일(솔드) 안내

(출처: lebonmarche)

 

정기세일(솔드)의 시작

 

프랑스 패션업계에서 세일 문화가 시작된 것은 1830년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현재 파리를 대표하는 백화점 중 하나인 봉 막쉐(Le Bon Marché)의 전신인 르 쁘띠 상 토마(Le Petit Saint Thomas) 매장에서 재고를 정리하기 위해 할인 판매를 실시한 것이 정기 세일의 시초가 되었다. 이 매장에서 시작된 세일 문화가 파리의 다른 백화점들에도 퍼져 나가면서, 세일이 하나의 유행처럼 번져갔다.

 

하지만 무분별한 세일이 시장 질서를 해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며, 프랑스 정부는 1906년부터 소비자 보호와 유통 질서의 안정을 위해 정기 세일 기간과 그 구체적인 내용을 법제화하여 공식적으로 규제하기 시작하였다. 이후에는 정해진 기간을 제외하고 매장에서 손해를 감수하며 물건을 판매하는 ‘적자 장사’가 불법으로 간주되었다.

 

 

솔드 기간의 변화

 

솔드는 매년 여름과 겨울, 두 차례에 걸쳐 진행된다. 일반적으로 여름 솔드는 6월 중순부터 7월 중순까지, 겨울 솔드는 1월 초순부터 2월 초순까지 약 4주 동안 진행된다. 2025년 프랑스 본토의 여름 솔드 기간은 6월 25일부터 7월 22일까지이며, 다음 겨울 솔드는 내년 1월 7일부터 2월 3일까지로 예정되어 있다. 참고로, 카리브해·인도양·남태평양 등지에 위치한 프랑스 해외 영토령의 경우 지역별로 솔드 기간이 조금씩 다르게 정해진다.

 

과거에는 솔드가 6주간 지속되었으나, 2020년 프랑스 경제부 주도로 세일 기간을 4주로 단축하였다. 이 같은 기간 단축의 배경에는 여러 요인이 작용하였다. 우선 세일 기간이 지나치게 길어지면서 할인 효과가 점차 약화되었기 때문이다. 소비자들은 솔드 초반에만 집중적으로 쇼핑하고, 이후에는 세일에 대한 관심이 급격히 떨어지는 경향을 보였다. 또 다른 요인으로는 소매업체 입장에서 6주간 할인을 유지하는 것이 수익성 측면에서 비효율적이라는 점이 있었다.

 

이에 따라 세일 기간을 2주 줄여 소비를 일정 기간에 집중시키는 효과를 기대하게 되었다. 4주간 진행되는 정기 세일은 시간이 지남에 따라 할인 폭이 점점 커지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첫 주에는 재고 상품에 대해 보통 20~30% 상당의 할인율이 적용되며, 2~3주 차에는 40~50%, 마지막 주에는 최대 70~80%에 달하는 할인 폭을 제공한다. 다만, 솔드 마지막 주까지 마냥 기다릴 수만은 없는 이유가 있다. 바로 한정된 재고 때문이다. 특히 대중적인 사이즈는 솔드 시작과 동시에 빠르게 품절되는 경우가 많다.

 

 

할인 행사를 진행하고 있는 프랑스의 한 가구점

(출처: 임유정)

 

정기 세일(솔드)와 비정기 세일의 차이

 

프랑스 정부가 정기 세일을 관리한다고 해서, 프랑스에 연 2회 정기 세일만 존재하는 것은 아니다. 프랑스에서는 정기 세일인 ‘솔드(Soldes)’ 외에도 ‘비정기 세일’이 상시적으로 진행된다. 비정기 세일은 일반적으로 ‘프로모시옹(Promotion)’이라고 불린다. 비정기 세일의 가장 큰 특징은 솔드와 달리 진행 기간에 제한이 없다는 점이다. 따라서 업체는 연중 언제든 자율적으로 비정기 세일을 실시할 수 있다.

 

뿐만 아니라, 비정기 세일에는 프랑스 경제부의 규제가 정기 세일보다 덜 엄격하게 적용된다. 예를 들어, 정기 세일의 경우 소비자 보호를 위해 할인율과 할인 전 가격을 명확히 표시해야 하는 의무가 있지만, 비정기 세일에서는 할인 전 가격의 표기를 단지 ‘권장’하는 수준에 그친다.

 

 

판매자 측면에서 솔드

 

유통·패션·소매업을 운영하는 입장에서는 솔드가 재고를 합법적으로 처리할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수단으로 작용한다. 특히 시즌별로 디자인이 달라지는 패션업계의 경우, 해당 시즌에 판매하지 못한 상품을 정리함으로써 창고 공간을 확보하고 자금 회전율을 높이며, 신상품 진열을 준비할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할 수 있다. 솔드가 존재하지 않던 시기에는 공급자들이 과잉 재고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멀쩡한 상품을 소각하거나 폐기하는 일이 많았다. 그러나 솔드를 통해 재고를 처리하게 됨에 따라 환경적·경제적 낭비를 줄일 수 있게 되었다.

 

뿐만 아니라, 솔드는 연간 매출의 핵심 시즌으로 작용하고 있다. 프랑스 의류유통업회(Fédération Nationale de l’Habillement)의 조사에 따르면, 솔드 기간 동안의 매출 비중은 연간 매출의 약 45~50%에 달하며, 소매업자일수록 이 비중은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솔드 기간 동안 백화점이나 대형 쇼핑몰을 찾는 고객의 유입률도 크게 증가하였다. 이로 인해 쇼핑몰 인근의 음식점이나 영화관 등 주변 상권에도 긍정적인 파급 효과가 발생하였다.

 

솔드는 판매자에게 소비자 구매 행태를 분석할 수 있는 기회도 제공한다. 판매자는 솔드 기간 중 어떤 상품이 주로 판매되었는지를 통계적으로 분석함으로써, 향후 트렌드를 예측하고 재고 전략을 최적화할 수 있다. 이와 더불어, 신상품 출시 시점을 전략적으로 조정할 수 있는 장점도 있다. 실제로 많은 브랜드들은 신상품 출시를 솔드 직후로 계획하여 소비자 주목도를 극대화하고 있다.

 

 

소비자 측면에서 솔드

 

IFM(프랑스 패션연구소, Institut Français de la Mode)가 2024년 2월에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2024년 세일 시즌 전체 매출의 36.4%가 첫 2주에 집중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처럼 소비자들은 솔드 전반부에 구매를 집중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이는 인기 제품과 대중적인 사이즈가 조기에 품절될 수 있다는 불안감, 그리고 높은 할인율에 대한 기대감 때문으로 분석된다. 특히 솔드 판매 품목 중 의류 및 패션 분야에서는 솔드 초반에 구매가 집중되는 현상이 더욱 두드러지게 나타났다.

 

소비자의 연령에 따라 솔드 쇼핑 패턴에도 차이가 있었다. 젊은 세대는 쇼핑 시 사회관계망서비스(SNS)와 모바일 앱을 주로 활용하는 반면, 중장년층은 이메일이나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정보를 얻고 구매하는 경향을 보였다.

 

 

다른 나라의 세일 문화

 

정부가 특정 기간을 정해 공식적으로 세일을 허용하는 사례는 다른 나라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유럽의 또 다른 패션 강국인 이탈리아에는 ‘살디 디 피네 스타지오네(Saldi di Fine Stagione)’라는 시즌 종료 세일이 존재한다. 이 세일은 1월 초와 7월 초, 연 2회 실시되며, 프랑스의 솔드가 4주간 진행되는 것과 달리 이탈리아의 시즌 종료 세일은 6주간 진행된다. 또 하나의 차이점은, 프랑스 본토에서는 솔드 기간이 전국적으로 동일하지만, 이탈리아에서는 주(州)별로 세일 기간이 다르게 운영된다는 점이다.

 

이탈리아 역시 정부가 공인한 세일 기간에는 할인율 및 가격 표시에 관한 의무 규제를 적용하고 있으며, 세일의 주된 목적 역시 재고 정리에 있다. 세일 외 기간에는 할인 광고가 엄격히 제한된다는 점에서도 프랑스와 유사하다.

 

프랑스와 북동쪽으로 국경을 맞대고 있는 독일 또한 겨울 및 여름 시즌 종료 세일을 운영하고 있다. 독일의 시즌 종료 세일은 보통 1월 마지막 주와 7월 마지막 주에 진행되며, 프랑스(4주), 이탈리아(6주)와는 달리 2주 동안만 운영된다. 다만 2004년까지는 독일 정부가 법적으로 세일 기간을 지정하였으나, 이후 해당 규정은 폐지되어 현재는 법적 제한 없이 자율적으로 진행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독일에서는 여전히 이 세일 기간이 대형 할인 시즌으로 기능하고 있으며, 소비자들의 기대감도 큰 편이다.

한국에서도 ‘코리아 세일 페스타’라는 대규모 할인 행사가 매년 11월 초에서 중순 사이에 개최된다. 미국의 블랙프라이데이 시즌과 연계된 이 행사는 정부 주도로 민·관이 협력하여 추진한다. 그러나 프랑스의 솔드와 달리 자율 참여형 세일이며, 재고 정리를 주된 목적으로 하기보다는 내수 진작과 외국인 관광객 유치에 중점을 두고 있다는 점에서 차이를 보인다.

 

 

한 화장품 매장의 입구에 정기 세일(솔드) 안내가 붙은 모습

(출처: 임유정)

 

솔드의 위기 및 과제

 

최근 프랑스 소비자들은 정기 세일의 할인율과 진정성에 대해 점점 회의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현재 자신이 구매하는 세일가가 실제로 큰 폭의 할인이 적용된 것인지에 대한 의문을 제기하는 경우가 많다. 이뿐만 아니라, 업체 간 과도한 할인 경쟁은 브랜드의 가치를 하락시키고, 궁극적으로 브랜드에 마진 손실을 입히는 결과를 초래하고 있다.

 

또한 솔드 기간 동안 소상공인의 가격 경쟁력이 약화되는 문제도 존재한다. 솔드에 공격적인 할인 전략을 펼칠 수 있는 대기업과 달리, 소상공인은 낮은 원가 경쟁력, 열악한 물류 인프라, 마케팅 역량의 한계 등으로 인해 세일 기간 중에도 수익을 남기기 어려운 상황이다. 이에 따라 프랑스 정부는 솔드 기간 단축 및 일부 보호 조치를 통해 소상공인을 지원하려 하고 있으나, 구조적인 한계로 인해 근본적인 해결은 어려운 실정이다.

 

솔드에 닥친 위기는 이뿐만이 아니다. 젊은 세대는 정기 세일보다 비정기 세일이나 온라인 특가 행사에 더욱 민감하게 반응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이에 따라 전통적인 정기 세일에 대한 소비자의 기대감은 점차 약화되고 있다. 일부 소비자는 솔드가 과소비를 조장하고 환경에 부담을 준다는 비판을 제기하기도 한다. 최근 유럽 전역에서는 ‘친환경 소비’ 흐름이 확산되며, 슬로우 패션(지속 가능하고 윤리적인 방식의 의류 소비)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이에 따라, 대폭 할인을 앞세운 패스트 패션과 과소비를 부추기는 솔드에 대한 시선도 점점 비판적으로 변하고 있다.

 

아울러, 미국의 블랙 프라이데이 세일, 사이버 먼데이 세일, 중국 온라인 쇼핑몰의 광군제 등 글로벌 세일 문화의 확산은 프랑스 내 유통시장의 세일 구조를 재편하고 있다. 이들 글로벌 세일 이벤트는 시기와 기간, 운영 방식에서 프랑스의 솔드보다 훨씬 자유롭고 유연하게 운영되기 때문에, 솔드의 상대적인 경쟁력은 점점 약화되고 있다.

 

 

솔드의 미래

 

정부 주도하에 제한된 운영 기간과 방식으로 진행되어 온 전통적인 정기 세일은 빠르게 변화하는 시장 환경에 유연하게 대응하지 못하고 있다. 그 결과, 솔드에 대한 소비자의 관심이 점차 줄어들고, 궁극적으로는 업체의 세일 기간 매출이 감소하는 등 부정적인 결과를 초래하고 있다. 앞으로 패션 강국 프랑스에서 솔드가 생존력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이탈리아처럼 세일 기간을 자치적으로 설정할 수 있도록 자율성을 부여하거나, 업종별로 탄력적인 운영 방식을 도입하거나, 온라인 전용 세일 제도를 마련하는 등의 제도적 변화가 필요하다.

 

특히 업체는 디지털 기술을 활용하여 세일 전략에 변화를 줄 필요가 있다. 단순히 가격만을 일괄적으로 할인하는 방식에서 벗어나, 데이터를 기반으로 소비자 개인별 맞춤 할인율을 적용하거나, AI 추천 시스템을 활용하거나, 라이브 커머스와 연계한 마케팅 전략 등을 도입해야 한다.

 

또한 환경에 대한 소비자 관심이 점점 높아지고 있는 만큼, 지속 가능한 세일 모델로의 전환도 필수적이다. 기업은 과거의 대량 재고 소진형 세일보다는, 친환경 제품에 한정된 할인 혜택을 제공하는 등 지속 가능한 마케팅 전략을 통해 소비자의 호감을 얻어야 할 것이다.

 

 

※ 위 원고는 현지 외부 전문가가 작성한 원고로, (사)경북PRIDE기업 CEO협회의 공식 의견이 아님을 알려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