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PHP Error was encountered

Severity: Notice

Message: Undefined index: HTTP_ACCEPT_LANGUAGE

Filename: libraries/user_agent_parser.php

Line Number: 226

A PHP Error was encountered

Severity: Notice

Message: Undefined index: HTTP_ACCEPT_LANGUAGE

Filename: libraries/user_agent_parser.php

Line Number: 226

알림마당 > 뉴스레터 - 스페인 마드리드 오르구요 축제, 기업도 움직인다

알림마당 행복 경제의 새바람
경북 프라이드 기업

스페인 마드리드 오르구요 축제, 기업도 움직인다

7.jpg

경북 수출지원 해외 서포터즈 / 최지윤(스페인)

 

 

스페인 마드리드에서는 지난 6월 27일부터 7월 6일까지 열흘간 ‘마드리드 오르구요(Madrid Orgullo)’ 행사를 개최하였다. 이는 유럽 최대 규모의 성소수자 축제로, 다양성과 포용의 가치를 기념하는 동시에 마드리드의 대표 여름 이벤트로 자리 잡은 행사이다. 반세기 동안 축적된 인권 운동의 역사와 관광·상권·정치가 교차하는 거대한 도시 축제로, 올해 역시 마드리드 중심부를 가득 채우며 성황리에 진행되었다. 

 

 

마드리드 시청 앞에서 열린 2025 오르구요 행사 모습.

올해 마드리드시는 ‘자유와 다양성(Libertad y Diversidad)’을 슬로건으로 내세워

 도시의 포용성과 개방성을 강조했다. 

(출처: epe.es)

 

오르구요가 현재와 같은 규모로 자리 잡게 된 데에는 몇 가지 중요한 전환점이 존재한다. 먼저, 1970년대 말 헌정 질서가 새로 정비되면서 시민들이 거리로 나와 권리를 외치기 시작하였고, 이어 2005년 민법 개정을 통해 동성 커플 역시 이성 커플과 동일한 법적 혼인 지위를 인정받게 되었다. 여기에 2023년 제정된 트랜스젠더법은 만 16세 이상이면 별도의 의료·사법 절차 없이 본인의 신청만으로 법적 성별을 변경할 수 있도록 자기결정권을 보장하였다. 이러한 제도적 변화와 사회적 인식 개선이 맞물리면서, 오르구요는 마드리드의 정체성과 관광 전략을 상징하는 대표 행사로 자리매김하였다.

 

2024년 마드리드에서 열린 오르구요 축제의 총 소비 지출은 약 5억 6,030만 유로로 집계되었다. 이는 전년 대비 7.8% 증가한 수치로, 축제가 마드리드 도시 경제에 미치는 영향력이 해마다 커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2025년 축제 수치는 아직 공식적으로 집계되지 않았으며, 본 문단은 마드리드 시청의 2024년 공식 보고서(GASTO Orgullo 2024)를 기반으로 작성하였다.)

 

 

2024년 마드리드 오르구요 기간 동안 시내 중심 지역(Zona Centro)에서

가장 큰 소비 비중을 차지한 분야는 

외식(36.0%)과 패션·잡화(23.5%)였다.

이는 해당 산업군이 축제와 연계된 마케팅 및 브랜드 캠페인을 적극적으로 펼친 결과로,

 축제가 특정 소비 흐름을 견인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출처: 2024년 마드리드 시청, 「마드리드 도시 내 소비 지출 보고서: MADO – 마드리드 오르구요 2024」)

 

세부 항목별로 보면, 지출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 분야는 식·음료 및 외식(Hostelería y alimentación)으로, 전체의 약 44.3%를 차지하였다. 이 항목은 특히 추에카(Chueca) 지역의 레스토랑, 바, 테라스 영업 증가와도 밀접하게 연결되며, 축제 기간 동안 해당 지역의 매출은 평소 대비 3~5배가량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패션·소매(Moda, calzado y complementos) 부문은 약 14.1%를 기록하며 두 번째로 높은 소비 영역을 형성하였다.

 

이 외에도 숙박(Alojamiento)과 교통(Transporte) 항목에 대한 구체적인 비율은 공식 보고서에는 포함되지 않았으나, 언론 보도에 따르면 퍼레이드 당일 기준 숙박 예약률은 90%를 상회하였으며, 항공·철도 등 교통 수요 또한 전년 대비 두 자릿수 이상 증가한 것으로 알려졌다.

오르구요 축제는 관광, 소비, 라이프스타일 전반에 영향을 미치는 도시형 상업 축제로 확고히 자리 잡고 있다.

 

  

Madrid Orgullo 2024 기간 동안의 소비 증가에 따른 경제적 파급 효과 (단위: 백만 유로).

축제 기간 중 마드리드 시에서 발생한 총 생산 효과는 약 99.8백만 유로,

 부가가치 창출(VAB)은 59.1백만 유로로 집계되었다.

 이 수치는 직접적 지출뿐 아니라, 관련 산업을 통한 간접 및 유도 효과까지 포함한 총합이다. 

(출처: 2024년 마드리드 시청, 「마드리드 도시 내 소비 지출 보고서: MADO – 마드리드 오르

구요 2024」)

 

경제적 효과는 현장 소비에 그치지 않고, 간접적인 유도 소비를 포함한 전체 파급 효과에서도 뚜렷한 성장을 나타냈다. 마드리드 상공회의소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올해 축제 기간 동안 발생한 직접 소비는 약 2억 3,650만 유로, 유도 소비는 약 1억 2,120만 유로로 집계되어, 총 3억 5,770만 유로의 경제 효과를 기록하였다. 이는 전년 대비 약 8% 증가한 수치로, 현장 참가자들의 지출뿐 아니라 숙박, 유통, 운송 등 관련 산업 전반에 걸친 경제적 파급 효과를 동반하며, 축제가 도시 경제에 실질적인 활력을 불어넣고 있음을 입증한다.

 

 

이베리아는 ‘Vuela como eres’ 캠페인을 통해 2025년 오르구요 행사에 동참했다. 

(출처: Iberia.com)

 

축제가 지역 경제 전반에 활력을 불어넣는 동시에, 브랜드들 역시 이를 마케팅 기회로 적극 활용하고 있다. 올해에는 스페인 항공사 이베리아가 “Vuela como eres(네 모습 그대로 날아라)”라는 슬로건을 내세워 프라이드 퍼레이드에 공식 참여하고, 기내 간식과 브랜드 로고에 무지개 디자인을 적용하는 등 다양한 활동을 펼쳤다. 이는 사회적 메시지에 동참하면서 동시에 브랜드 이미지 제고와 고객 접점 확대라는 전략적 효과를 노린 것이다.

 

그러나 이 축제가 언제나 환영만 받는 것은 아니다. 오르구요는 화려한 퍼레이드인 동시에, 사회적 긴장과 갈등이 드러나는 무대이기도 하다. 올해 축제 개막 연설 도중, 중도 우파 정당(PP) 소속인 마드리드 주지사 이사벨 아유소가 등장하자 관객들 사이에서 야유가 터져 나왔다. 이에 대해 행사 주최 측은 “성소수자 차별을 막는 법을 약화시킨 데 대한 항의”라고 해석하였으나, 주정부는 “행사가 정치적으로 이용되고 있다”고 반박하였다.

 

이러한 갈등의 배경에는 공공 재정 사용을 둘러싼 논쟁이 자리하고 있다. 스페인 중앙정부는 갈라 공연과 마드리드 서밋(LGBTQ+ 국제 인권 회의)에 182만 유로를, 마드리드 시청은 안전, 청소, 홍보 등 전반적 운영에 500만 유로를 투입하였다. 정부는 이를 “민주화 50주년 기념사업의 연장선”으로 설명하지만, 야당과 일부 시민단체는 “상업적 성격이 강한 행사를 세금으로 후원할 정당성이 부족하다”고 비판하고 있다. 마드리드 시는 “공공 지출 대비 경제 효과가 수십 배에 이른다”는 논리로 맞서고 있지만, 세금이 과도하게 쓰였다는 여론은 쉽게 가라앉지 않고 있다. 

 

특히 마드리드 시가 이처럼 대규모 예산을 지원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아유소 주지사에 대한 비판이 거세지자, 일부 시민들은 “도대체 왜 세금까지 들여가며 이런 행사에 힘을 실어줘야 하느냐”는 불만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이 같은 정치적 논란과 여론 분열은 다양한 형태로 나타난다. 축제가 도시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는다는 점은 부인하기 어렵지만, 그 이면에는 여전히 불편과 피로를 호소하는 목소리도 존재한다. 특히 퍼레이드가 집중되는 중심 광장 인근 상인들 사이에서는 매출이 증가하지만, 그만큼 청소나 치안 문제, 그리고 밤늦게까지 이어지는 소음으로 인한 민원도 함께 증가한다고 지적한다. 매출만으로는 감당하기 어려운 행정적 부담과 정서적 피로를 호소하는 사례도 적지 않다.

 

교통 통제 역시 시민들의 주요 불만 중 하나이다. 행사 당일에는 주요 도로와 광장이 폐쇄되면서 차량 운행이 제한되고, 대중교통 노선도 일부 우회하게 된다. 특히 도심 거주자나 자영업자들 사이에서는 “하루 종일 동선이 막혀 일상생활 자체가 어렵다”는 반응이 많다. 도로를 통제하고 인파가 몰리는 만큼, 축제의 즐거움 이면에 존재하는 불편 역시 분명히 존재한다. 이러한 문제를 완화하고자 마드리드 시의회는 라바피에스, 라티나, 아르간수엘라 등 도심 외곽 지역에도 공식 무대를 분산 설치하고 있다. 축제 열기를 도심에만 집중시키지 않고 도시 전역으로 확산하려는 시도를 하고 있지만, 아직까지는 주요 퍼레이드와 핵심 공연이 도심에서 열리고 있는 상황이다.

 

이처럼 축제를 둘러싼 찬반 논쟁과 균형 조정의 시도는 마드리드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최근 몇 년 사이 ‘다양성’과 ‘포용’이라는 가치가 정치적 논쟁의 중심에 서면서, 여러 국가에서 프라이드 행사에 대한 시선이 엇갈리고 있다. 미국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직후 연방기관의 DEI(다양성·형평성·포용) 예산을 전면 삭감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하였다. 석 달 뒤, 글로벌 기업 임원을 대상으로 한 그래비티 리서치의 조사에 따르면, 응답 기업의 40%가 “올해 프라이드 외부 캠페인을 축소하였다”고 답하였고, 확대 의사를 밝힌 곳은 단 한 곳도 없었다. 그 이유로는 행정부의 압력(61%), 보수 소비자의 불매 우려(39%), 공화당 의원의 규제 리스크(20%)가 주로 꼽혔다. 이사회나 진보 단체의 요구는 상대적으로 낮은 비중에 그쳤다. 이에 따라 미국 기업들은 ‘다양성(Diversity)’ 대신 ‘소속감(Belonging)’이나 ‘공동체(Community)’와 같은 표현을 사용하고, 로고 노출을 자제하는 신중한 접근 방식을 택하고 있다.

 

미국에서 시작된 이 움직임은 기업의 사회적 메시지 활용 방식에 대한 논쟁을 촉발하며, 유럽 시장에도 일정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 실제로 일부 글로벌 기업은 교육 자료에서 ‘다양성’이라는 용어를 삭제하거나, 프라이드 시즌 동안 외부 광고를 자제하는 모습을 보였다. 스페인에서도 변화의 조짐이 감지되고 있다. 스페인의 대표적인 패션 그룹인 인디텍스 계열 브랜드(자라, 풀앤베어, 버슈카 등)는 2025년 프라이드 시즌에 별도의 마케팅 캠페인을 진행하지 않았다. 이는 특정 정치‧사회적 이슈에 대해 기업이 보다 신중하게 접근하려는 흐름과도 맞닿아 있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스페인 시장에 진출하거나 협업을 확대하고자 하는 외국 기업이라면, 단기적인 홍보 효과보다는 장기적인 신뢰 구축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특히 CSRD(지속가능성 보고 지침), GDPR(유럽 일반 개인정보보호법)과 같은 주요 규제를 충분히 이해하고, 단발성 무지개 로고 캠페인보다는 연중 가능한 DEI(다양성·형평성·포용성) 전략을 통해 브랜드의 진정성을 꾸준히 보여주는 것이 중요하다.

 

 

스페인 대표 피자 프랜차이즈 텔레피자(Telepizza)는 

작년까지만 해도 프라이드 시즌에 활발히 참여했으나, 

올해는 관련 캠페인 없이 조용한 행보를 보였다.

(출처: marketingdirecto)

 

스페인 시장은 유럽의 다른 국가들과 비슷해 보일 수 있으나, 소비자는 정치·사회 이슈에 민감하면서도 동시에 ‘진정성’을 중시하는 경향을 보인다. 특히 MZ세대를 중심으로 한 소비자층은 브랜드가 실제로 어떤 가치를 실현하고 있으며, 지역 사회에 어떠한 방식으로 기여하고 있는지를 예리하게 살펴본다. 또한 이러한 사회적 감수성은 한국과는 분위기가 상당히 다르다는 점을 반드시 인식해야 한다. 한국에서는 정치나 젠더 이슈에 기업이 개입하는 것 자체가 부담으로 작용하는 경우가 많지만, 스페인에서는 오히려 브랜드가 사회적 메시지에 어떻게 참여하고 있는지가 소비자의 신뢰를 좌우한다. 오르구요 캠페인이나 프라이드 시즌에 대해 피로감을 호소하는 목소리가 꾸준히 제기되고 있으나, 사회 전체적으로는 성소수자의 인권과 다양성에 대한 관심이 점차 확대되고 있으며, 기업의 책임과 참여 방식에 대한 시민들의 기대치도 함께 높아지고 있는 추세다.

 

스페인의 정치·문화적 맥락을 읽는 균형 잡힌 시각 역시 요구된다. 마드리드는 보수 정당이 시정을 주도하고 있는 도시이지만, 동시에 오르구요 축제를 도시의 정체성과 관광 전략의 일환으로 전폭적으로 지원하고 있다는 점에서 특유의 복합적인 성격을 지닌다. 따라서 단순히 이념적 메시지를 강조하기보다는, ‘자유’, ‘존중’, ‘공존’과 같이 정치적 스펙트럼을 아우를 수 있는 보편적 언어를 사용하는 것이 더 효과적일 수 있다. 이는 현지 사회가 중요하게 여기는 가치와 소통하려는 진정성으로 받아들여진다.

 

아울러 ‘번역’에 있어서도 스페인 사람들이 실제로 사용하는 표현, 문화적 유머 감각, 정체성에 대한 자부심 등을 반영하는 방식이 바람직하다. 앞서 언급한 이베리아 항공의 슬로건 “Vuela como eres(네 모습 그대로 날아라)”는 나다움을 인정하는 보편적인 메시지를 통해 소비자로부터 깊은 공감을 이끌어냈다. 이는 다양성과 포용의 가치를 드러내며 자사의 브랜드 이미지를 문화적 메시지와 연결시킨 대표적인 사례라 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지역과의 연계 전략은 한국 기업에게 특히 중요하게 작용할 수 있다. 스페인 소비자는 글로벌 브랜드보다 스페인 사회와 직접적인 관계를 맺는 브랜드에 더 큰 신뢰를 보이는 경향이 있다. 따라서 현지 예술가, 인플루언서, NGO 등과의 협업을 통해 지역 기반의 장기적인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예를 들어, LGBTQ+ 커뮤니티와 함께하는 토크쇼, 지역 학교와의 DEI 워크숍 같은 활동은 한국 기업의 진정성과 사회적 책임 이미지를 동시에 강화할 수 있는 전략이 될 수 있다.

 

 

 

※ 위 원고는 현지 외부 전문가가 작성한 원고로, (사)경북PRIDE기업 CEO협회의 공식 의견이 아님을 알려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