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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르헨티나의 연이은 감세ㆍ면세 드라이브 이유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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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 수출지원 해외 서포터즈 / 손영식(아르헨티나)
은행계좌에 입출금할 때마다 세금을 낸다고?
아르헨티나에는 특이한 세금이 있다. 은행 계좌에 현금을 입출금할 때마다 은행이 원천징수하는 세금이다. 당좌계좌에 현금을 입금하면 금액의 0.6%, 출금할 때도 0.6%가 세금으로 부과된다. 예를 들어, 100만 원을 당좌계좌에 넣었다가 다시 인출하면 입금 시 6,000원, 출금 시 6,000원, 총 1만 2,000원이 세금으로 빠져나간다. 당좌계좌를 사용하는 입장에서는 눈앞에서 돈을 도둑맞은 듯한 기분이 드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 급여나 연금처럼 과세 대상에서 제외되는 경우도 있지만, 적용 사례는 극히 적다.
(출처: 일간 라나시온)
이 세금의 공식 명칭은 ‘은행 입출금에 대한 세금’이지만, 주로 당좌계좌에만 적용되기 때문에 흔히 ‘수표세’라고 불린다. 아르헨티나의 대표적인 ‘비상식적 세금’이자 ‘경제를 왜곡하는 세금’으로 꼽히는 이 제도는, 대형 금융위기 직전인 2001년 3월 국회에서 신설됐다. 당시 정부와 국회는 재정 보강을 이유로 이듬해 말까지만 한시적으로 세금을 부과하겠다고 했지만, 이후 매년 관련 법안을 연장하며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24년이 흐른 현재, 이 세금은 아르헨티나 정부에 있어 쉽게 포기할 수 없는 주요 세수원이 됐다. 2024년 수표세로 걷힌 세금은 9조 4,171억 3,500만 페소(약 75억 달러)로, 전체 세수의 약 7%에 달했다. 이는 부가세(IVA), 사회보장세, 소득세에 이어 네 번째로 많이 걷힌 세금이다.
부가세도 남미 최고 수준
아르헨티나 정부와 국회가 경제위기를 이유로 한시적이라며 세금을 신설하거나 세율을 올려놓고 이후 입장을 바꾼 사례는 이뿐만이 아니다. 1995년, 아르헨티나는 부가세율을 18%에서 21%로 3%포인트 인상했다. 당시 재무장관이자 국민적 인기를 누렸던 도밍고 카발로는, 멕시코에서 시작된 ‘테킬라 금융위기’ 확산에 대응하기 위한 일시적 조치라며, 위기가 진정되면 세율을 낮추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그 약속은 지켜지지 않았다.
그 결과 아르헨티나는 부가세율이 높은 것으로 악명 높은 남미에서 지금도 상위권을 유지하고 있다. 2024년 기준 남미 주요 국가들의 부가세율은 브라질(최고 26.5%)이 1위, 우루과이(22%) 2위, 아르헨티나(21%) 3위, 콜롬비아(19%)가 4위다. 부가세가 아르헨티나의 세수 1위를 차지하고 있는 데는 이처럼 역사적 배경이 작용하고 있다.
세금 때문에 경쟁력 뒤져
이런 상황에서 아르헨티나 경제계의 불만은 클 수밖에 없다. 지난 6월, 아르헨티나는 두 차례 연휴가 있었고, 이 기간 여행·관광을 떠난 인원은 216만 명으로 전년 동기 대비 16% 이상 감소했다. 긴축 정책으로 소비 여력이 줄어든 결과로 볼 수도 있지만, 또 다른 해석도 가능하다. 물가가 상대적으로 저렴한 인접국으로 관광객이 몰렸다는 것이다.
칠레의 한 쇼핑몰에서 아르헨티나 소비자들이 옷 등을 쇼핑하고 있다. (출처: RTVE)
실제로 아르헨티나에서 브라질로 향한 여행객 수는 전년 동기 대비 96.8% 증가했다. 경기 침체에도 불구하고 브라질로 향한 아르헨티나 관광객은 사실상 두 배 가까이 늘어난 셈이다.
중기업총동맹(CAME) 관계자는 최근 인터뷰에서 “(가격) 경쟁력 측면에서 아르헨티나가 브라질에 밀리고 있다는 방증”이라며, “구조적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특히 그는 “지나치게 무거운 조세 부담이 원인 중 하나”라며, “은행 입출금에 대한 세금은 정책적으로도, 생산성 측면에서도 쓸모없는 세금”이라고 비판했다.
세금 낮추기 시작한 아르헨티나
아르헨티나 정부가 발표한 정책 가운데, 오히려 주변국 언론에서 더 큰 관심을 받은 조치가 있다. 바로 스마트폰 등 첨단 제품의 수입관세를 단계적으로 폐지하겠다는 발표다. 정부는 해당 품목에 대해 현행 16%의 관세를 우선 8%로 인하하고, 2026년 1월부터는 전면 면세하겠다고 공식 밝혔다. 이는 지나치게 높은 프리미엄 스마트폰 가격을 낮추기 위한 조치다.
아르헨티나의 스마트폰 가격은 주변국에 비해 지나치게 비싸다. 예를 들어, 아이폰16 프로의 경우 칠레에서는 115만 칠레페소(약 1,220달러)에 구매할 수 있지만, 아르헨티나에서는 260만 페소(약 2,070달러)를 지불해야 한다. 이로 인해 수많은 소비자들이 칠레나 브라질로 ‘원정 쇼핑’을 떠났다. 정부는 관세 면제로 프리미엄 스마트폰 가격이 최대 30%까지 낮아질 수 있다고 설명하고 있으며, 유통 단계에서 부과되는 내국세도 함께 인하할 방침이다. 아르헨티나 정부의 공식 발표 이후, 칠레 언론은 “아르헨티나 소비자의 칠레 원정 쇼핑, 이제 끝날 것인가?”라는 제목으로 보도하기도 했다.
칠레로 원전쇼핑을 갔던 아르헨티나 소비자들이 아르헨티나 세관으로 밀려들고 있다. (출처: 파히나12)
아르헨티나는 남미에서 가장 비싼 옷값으로도 악명이 높다. 현지 언론 보도에 따르면, 아르헨티나의 반팔 티셔츠 가격은 스페인보다 평균 310%, 브라질보다 평균 95% 비싸다. 브랜드가 없는 저가 겨울 점퍼조차 스페인보다 174%, 브라질보다 90% 더 높은 가격에 팔리고 있다.
의류 수입·생산 및 판매 업계가 과도한 폭리를 취한다는 비난이 잇따르자, 업계는 “소비자가격의 약 60%가 세금”이라며 억울함을 토로해왔다.
이에 따라 아르헨티나 정부는 지난 5월 의류 관세율 인하를 발표했다. 의류는 35%에서 20%로, 원단은 26%에서 18%로, 원사는 기존 18%에서 품목에 따라 최대 12%까지 낮추는 것이 핵심 내용이다.
한 의류 수입업체 관계자는 “기존에는 아르헨티나 관세율이 35%로, 국경을 맞댄 우루과이(20%), 파라과이(10%)보다 월등히 높았다”며, “이번 인하로 우루과이 수준까지 낮아진 것은 매우 의미 있는 조치”라고 평가했다.
루이스 카푸토 재무장관은 “아르헨티나의 옷값은 중남미뿐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도 매우 높은 수준”이라며, 인플레이션을 억제하고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앞으로도 세금 폐지나 세율 인하 조치를 지속할 것이라고 밝혔다.
대통령 “세금 90% 없앨 것”
긴축 정책을 강력히 추진하며 인플레이션과의 전쟁에서 주도권을 잡은 하비에르 밀레이 대통령은 작은 정부와 국가 개입 최소화를 주창하는 자유주의자다. 그는 취임 1주년을 맞은 지난해 12월 대국민 국정 브리핑에서 “2025년에는 세금의 90%를 없애겠다”고 선언했다.
이 다소 과장된 발언은 “세율을 90%나 낮추겠다는 뜻인가? 그렇게 되면 아무리 긴축을 해도 국가 운영이 가능한가?”라는 우려를 불러일으켰다. 결국 재무부가 나서 해명했다. “세율을 낮추겠다는 것이 아니라, 실질적 세수 기여도가 거의 없는 유명무실한 세금 가운데 90%를 폐지하겠다는 의미”라는 설명이었다.
밀레이 대통령이 세금인하 방침을 설명한 후 웃어 보이고 있다. (출처: 크로니카)
올해 들어 스마트폰과 의류 등 특정 품목을 중심으로 관세 폐지나 관세율 인하 발표가 이어지고 있는 것을 보면, 아르헨티나 정부가 세금 부담 완화를 정책 기조로 삼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아직 구체적인 중간 실적은 발표되지 않았지만, 올해 아르헨티나 정부가 실제로 몇 개의 세금을 폐지했는지, 세율을 인하한 항목은 무엇인지 살펴보는 것은 아르헨티나 경제 동향을 파악하는 중요한 관전 포인트가 될 것이다. 과연 감세와 면세가 아직 회복세가 뚜렷하지 않은 소비와 투자를 되살리는 동력이 될 수 있을지, 나아가 월 1%대로 진정된 인플레이션에 ‘결정타’를 날릴 수 있을지는 앞으로 주목해 볼 대목이다.
※ 위 원고는 현지 외부 전문가가 작성한 원고로, (사)경북PRIDE기업 CEO협회의 공식 의견이 아님을 알려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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