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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로코와 영국, 두 왕국의 글로벌 전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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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출지원 해외 서포터즈 / 박한별(모로코)

 

 

모로코와 영국, 이 두 나라는 사실 800년 전까지 거슬러 올라가는 오랜 인연을 가지고 있다. 중세 시기부터 무어인과 노르만 상인이 지중해를 오가며 맺은 관계는 1856년 조약을 통해 더욱 공고해졌으며, 모로코가 1956년 독립한 이후에는 정식 외교관계로 이어졌다. 이는 모로코가 중립 외교를 표방하면서 서구 강대국들과 유연하게 협력할 수 있는 기반이 되었다.

 

그런데 최근 들어 양국 관계가 다시금 주목받고 있다. 영국은 브렉시트(Brexit) 이후 유럽 밖의 새로운 파트너를 찾기 위해 분주히 움직이고 있으며, 모로코는 북아프리카·유럽·아랍을 잇는 교차로로서의 가치를 새롭게 부각시키고 있다. 그 결과 월드컵 인프라, 무역, 영어교육, 심지어 사하라 사막의 태양광까지, 양국이 함께 추진하는 미래 프로젝트가 부쩍 늘어나고 있다.

 

특히 올해 6월 모로코 수도 라바트에서 열린 양국 전략대화(UK-Morocco Strategic Dialogue)는 양국 관계를 한층 더 강화하는 중요한 계기가 되었다. 양국은 이 자리에서 정치·경제·교육·에너지 전반에 걸친 협력을 재확인하고, 서사하라 문제, 무역 투자, 대학 교육, 재생에너지 등의 분야에서 구체적인 계획을 제시하였다. 본 리포트는 이러한 흐름이 실제로 어떻게 구체화되고 있는지를 네 가지 핵심 분야를 중심으로 살펴보고자 한다.

 

 

서사하라가 바꿔놓은 흐름

 

모로코–영국 관계에서 최근 가장 큰 외교적 변곡점은 서사하라 문제였다. 서사하라는 모로코 남부 사막지대이며, 1975년 스페인이 철수한 이후 모로코와 알제리·폴리사리오(서사하라 독립운동 세력) 사이에서 긴장과 갈등이 이어져 왔다. 영국은 전통적으로 유엔 결의를 존중하며 중립적인 태도를 유지해 왔으나, 올해 6월 돌연 “모로코가 2007년에 제출한 자치안이 가장 현실적이며 신뢰할 만한 해법”이라며 공개적으로 지지 의사를 밝혔다.

 

이로써 영국은 미국(2020년), 스페인(2022년), 프랑스(2024년)에 이어 서사하라 문제에서 모로코 입장을 지지하는 또 하나의 주요 서방국이 되었다. 래미 영국 외교장관은 라바트에서 열린 공동 기자회견에서 “오랫동안 미뤄져 온 해결의 시간(long-overdue)이 왔다”며 “북아프리카의 잠재력을 가로막고 있는 교착 상태를 끝낼 때”라고 강조하였다. 이에 부리타 모로코 외교장관은 “이것은 단순한 지지가 아니라 역사적인 진전”이라며 환영의 뜻을 밝혔다.

 

 

(출처: (좌)newsclick, (우)theguardian)

 

영국은 유엔 안보리 상임이사국으로서 다자 외교 무대에서도 이 같은 입장을 고스란히 반영할 가능성이 크다. 실제로 영국은 모로코를 “신뢰할 수 있는 핵심 파트너”로 규정하고, 모하메드 6세 국왕의 분쟁 관리 능력을 높게 평가하였다. 물론 알제리 정부는 즉각 “영국이 서사하라 문제를 편파적으로 몰아가고 있다”며 비판 성명을 발표하였으나, 영국과 모로코는 서사하라를 넘어 보건, 혁신, 수자원, 항만 등 다양한 분야에서 연쇄적으로 새로운 협정을 체결하며 외교적 신뢰를 곧바로 경제·산업 협력으로 확장하고 있다.

 

모로코 현지 언론은 “영국이 드디어 모로코 외교의 숙원을 풀어주었다”며 기대감을 숨기지 않고 있다. 이러한 정세는 향후 유엔에서의 결의안 표결, 서방국가들의 대(對)모로코 투자 전략 등에도 영향을 미쳐, 모로코–영국 관계를 더욱 전략적인 동맹 관계로 끌어올릴 것으로 전망된다.

 

 

무역 급증과 투자 도미노

 

영국이 유럽연합(EU)을 탈퇴한 뒤(브렉시트, Brexit) 체결한 대표적인 양자 무역협정 중 하나는 2021년에 맺은 모로코와의 협정이다. 이 협정 덕분에 양국 간 무역은 불과 3년 만에 약 2배로 증가하여, 2024년 기준 42억 파운드(약 7조 원)에 달하게 되었다.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영국 전체 무역에서 모로코가 차지하는 비중은 거의 주목받지 못했으나, 이제는 영국의 51위 교역국으로 껑충 뛰어올랐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출처: efret.eu)

 

무역 구조 또한 상당히 다채롭다. 모로코는 2024년 한 해 동안 영국에 신선 채소와 과일을 약 5억 5천만 파운드(9,400억 원)어치 수출하였으며, 이는 브렉시트로 인해 EU산 농산물 공급이 줄어든 공백을 모로코산이 빠르게 대체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반대로 영국은 모로코에 정제 석유제품(휘발유·경유)을 약 3억 파운드(5,100억 원) 규모로 수출하며, 모로코 내 연료 시장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또한, 모로코가 전자부품 및 자동차 부품 생산 허브로 성장함에 따라, 영국에는 전장·가전 중간재를 3억 8천만 파운드 이상 공급하고 있는 점도 흥미롭다.

 

투자 부문 역시 활발하게 전개되고 있다. 영국 수출금융청(UKEF)은 모로코 내 대규모 프로젝트에 대해 최대 50억 파운드(약 8조 5천억 원)의 여신을 제공하겠다고 밝혔으며, 이를 계기로 영국 기업들은 항만, 물류, 보건, 스마트 인프라 분야에서 모로코 진출을 본격화하고 있다. 카사블랑카에서 전자제품을 제조하여 영국에 수출하는 스타트업 대표 아민(32)은 “세관과 관세가 훨씬 수월해져 스타트업 입장에선 엄청난 기회”라고 밝히며 환영의 뜻을 나타냈다. 실제로 영국에 진출한 모로코 기업 수는 눈에 띄게 증가하였으며, 런던과 라바트에서 열린 포럼에는 핀테크, 농식품, 재생에너지 분야의 스타트업들이 대거 참여하고 있다.

 

영국은 2030년 월드컵 공동 개최를 앞두고 있는 모로코의 교통 및 도시 인프라 투자에도 깊숙이 관여하고 있다. 래미 장관은 “영국 기업들이 월드컵 프로젝트에서 중요한 성과를 거둘 수 있도록 전폭적으로 지원할 것”이라며, 양국이 함께 발굴한 월드컵 관련 우선 사업에 기술과 투자를 집중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불어권을 흔드는 영어 열풍

 

문화·교육 협력은 모로코와 영국 관계에서 가장 지속 가능한 축으로 작용하고 있다. 모로코는 오랫동안 불어를 행정 및 교육 언어로 사용해 왔으나, 글로벌 경제와 기술 환경이 영어 중심으로 재편되면서 국가 전략을 크게 전환하고 있다. 2019년 양국 고등교육 프레임워크 체결을 시작으로, 이번 양국 전략대화에서는 영어 교사 대규모 양성, 영국 학위의 자동 인정, 공동연구 확대 등이 공식적으로 합의되었다. 모로코 정부는 향후 10년 안에 고등학교 졸업생의 영어 능력을 지금보다 훨씬 높은 수준으로 끌어올리겠다는 목표를 세우고, 영국문화원 프로그램에 매칭 펀드를 대거 투입하기로 했다.

학교 현장에서도 이미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2022년부터 중학교에 영어가 정규 과목으로 도입되었으며, 2025년부터는 모든 공립 중학교 1학년 학생이 영어를 배우기 시작했다. 수도 라바트와 카사블랑카의 카페나 스타트업 사무실에서는 이제 불어보다 영어로 투자 피치를 하고, SNS 마케팅 워크숍도 영어로 진행하고 있다. 영국문화원의 조사에 따르면, 모로코 학생의 65%는 “영어가 나의 경제적 가치를 직접 높여줄 언어”라고 답했으며, 72%는 “영국 학위가 국내 경쟁력에 큰 이점을 준다”고 응답했다.

 

영국 유학도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2013년 425명이던 모로코 출신 영국 유학생 수는 2025년에는 1천 명을 훌쩍 넘어서게 되었다. 더 나아가 영국 대학의 모로코 현지 캠퍼스를 추가로 설립하여, 나이지리아, 세네갈 등 제3국 학생까지 유치하려는 계획도 활발히 논의되고 있다. 영국 입장에서는 해외 캠퍼스를 통해 장기적인 소프트파워를 확보하고, 브렉시트로 약화된 EU 네트워크의 대안을 북아프리카에서 찾을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하게 된다.

 

영국에 거주하는 약 2~3만 명 규모의 모로코계 디아스포라도 이러한 흐름을 뒷받침하고 있다. 런던 남부나 리즈 같은 도시에서는 라마단이 되면 모로코 음식을 함께 나누는 모임이 열리고, 현지인들이 자연스럽게 모로코 문화를 체험하고 있다. 이처럼 일상 속 문화 교류를 바탕으로, 2024년 양국 관광객 수는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결국 모로코는 불어권 행정국가에서 벗어나 영어를 통해 글로벌 경제 및 기술 네트워크에 본격적으로 진입하려 하고 있으며, 영국은 모로코를 통해 아프리카·아랍권에서 장기적인 소프트파워를 구축하려 하고 있다. 앞으로 영어를 매개로 한 이러한 문화·교육 협력은 양국 관계를 가장 깊고 오래 이어주는 핵심 자산이 될 가능성이 크다.

 

 

사하라의 햇빛, 런던 전등을 켤 수 있을까

 

모로코와 영국이 함께 추진한 Xlinks 프로젝트는 양국이 ‘기후위기 대응’이라는 전지구적 과제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지 시험하는 무대가 되었다. 사하라 사막에 총 11.5GW 규모의 태양광·풍력 단지를 조성하고, 3,800km 해저 HVDC(고압직류) 케이블을 영국 남서부까지 연결하여 약 700만 가구(영국 전체 전력 수요의 약 8%)에 전력을 공급하겠다는 이 계획은 초기부터 큰 주목을 받았다.

 

(출처: ft.com)

 

아부다비의 TAQA, 프랑스의 토탈에너지, 영국의 옥토퍼스 등 주요 기업들이 초기 투자자로 참여하여 5천만 파운드 이상을 투자하였고, Xlinks 회장에는 전 테스코 CEO가, 경영진에는 롤스로이스 전 회장이 합류했다. 영국 정부도 2023년 이 프로젝트를 “국가적으로 중대한 사업”으로 지정하며 공식적인 지지를 표명하였으나, 올해 6월 말 돌연 25년간의 전력 구매 계약(PPA)을 거부했다. 이에 대해 영국 에너지부 장관은 “국내 재생에너지에 투자하는 것이 장기적으로 더 큰 경제 효과를 낼 수 있다”며 Xlinks 사업을 사실상 보류하는 입장을 밝혔다.

 

그러나 Xlinks 측은 “이미 1억 파운드(약 1,700억 원) 이상이 투자되었으며, 현재 EU 측과도 협의 중”이라며 사업을 계속 추진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모로코 정부는 공식 논평을 자제하고 있으나, 이 사업이 사하라 지역 개발 및 투자와 직결된 만큼 민간 중심으로 지속적인 지원을 이어갈 가능성이 크다. 이 프로젝트가 현실화될 경우, 모로코는 아프리카 청정에너지를 유럽으로 수출하는 첫 사례를 만들어낼 수 있으며, 영국은 기후변화 시대에 걸맞은 글로벌 리더십을 강화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두 왕국이 함께 짜는 글로벌 전략

 

모로코와 영국은 서사하라 문제에서 전략적으로 손잡으며 정치적 신뢰를 쌓았고, 그 바탕 위에서 무역·투자·문화·에너지 등 다양한 분야에서 유례없는 속도로 관계를 확장하였다. 이는 북아프리카와 유럽을 잇는 가교로서 새로운 글로벌 균형을 모색하는 모델로 주목받고 있다.

 

앞으로 모로코는 영국의 금융·산업·교육 네트워크를 적극 활용하여 경제 도약과 지역 안보를 도모하고, 영국은 모로코를 전략적 거점으로 삼아 아프리카·아랍권으로 영향력을 확장하는 ‘윈윈 전략(Win-Win Strategy)’을 강화할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협력 구조는 기후위기, 에너지 안보, 청년 교육 등 글로벌 이슈에 있어서도 국제사회가 주목할 만한 ‘실험실’ 역할을 할 수 있다.

 

모로코와 영국의 ‘800년 인연’이 앞으로 어떻게 미래지향적 동반자로 재정립될지, 그 귀추가 주목된다.

 

 

 

※ 위 원고는 현지 외부 전문가가 작성한 원고로, (사)경북PRIDE기업 CEO협회의 공식 의견이 아님을 알려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