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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시대의 인도네시아 외교 추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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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 수출지원 해외 서포터즈 / 배동선(인도네시아)

 

 

국내에서는 전국 학생들과 임산부들을 위한 점심식사 무상급식 프로그램, 전국 마을 단위의 ‘홍백마을 협동조합’ 지원, 빈민 가정 아동들에게 학업 기회를 제공하기 위한 무상교육 기숙학교 200개 설립 등 쁘라보워 수비안토 정부의 대표적인 포퓰리즘 공약들이 공수표로 끝나지 않고 실제로 구현되는 과정을 거쳐, 올해 상반기까지 대부분 실행에 착수했다.

 

올해 초 시작된 무상급식 프로그램은 전국 8,300만 명을 대상으로 단계적으로 수혜 대상을 확대하기 위해, 전국 각지에 전문 주방을 속속 설치하고 있다. 시행 5개월 만에 수혜자 수는 800만 명을 넘어섰다. 전국 8만 개 마을이 협동조합을 구성해 각 지역의 특산품의 출하·유통하는 ‘홍백마을 협동조합’이 정부의 지원 아래 올해 7월 12일(토) 공식 출범했다. 이 사업을 위해 정부는 마을당 50억 루피아(약 4억 2,000만 원)를 지원하고 있다.

 

자녀를 학교에 보내기 어려운 빈민 가정 아동들을 위한 기숙학교, 이른바 ‘인민학교’도 7월 14일(월) 63개소가 개교했다. 7월 말까지 27개소를 추가 개교하여 1차로 100개 인민학교를 가동한 뒤, 연내 100개를 추가 설립해 전국적으로 총 200개 인민학교를 설치할 계획이다.

 

이 모든 정책은 서민과 빈민을 위한 고귀한 취지를 담고 있지만, 각각 연간 최대 400조 루피아(약 33조 5,000억 원) 이상이 소요되는 대형 사업들이어서, 정부는 그에 상응하는 재정 지출 확대가 불가피한 상황이다. 이에 따라 각 정부 부처 및 기관에는 강도 높은 긴축을 지시하고, 지자체 교부금도 감축하여 절감된 재원을 이른바 ‘쁘라보워 표 포퓰리즘 정책’에 집중적으로 투입하고 있다.

 

그 부작용으로 정부 내 여러 부문에서 예산 부족으로 인한 운영상의 마찰이 발생하고 있지만, 일부 시민사회단체나 학계 전문가들을 제외하고는 큰 우려를 표하지 않는 분위기이다. 이는 각종 여론조사 결과에서 쁘라보워 정부가 여전히 80% 이상 국민들로부터 압도적인 지지를 받고 있기 때문으로 해석된다.

 

 

2025년 7월 13일 브뤼셀 EU 본부에서

유럽위원회 우르술라 본더 레옌 위원장을 만난 쁘라보워 수비안토 대통령 

(출처: 대통령궁 홈페이지)

 

정치적으로는 현 정부의 권력을 공유하고 있는 쁘라보워 대통령 측 세력과 기브란 부통령으로 대변되는 조코 위도도 전 대통령 측 세력이 ‘무능한 부통령 탄핵 및 교체’라는 화두를 중심으로 갈등 양상을 보이고 있다. 게다가 부처 수를 대폭 늘려 행정부가 이미 지나치게 비대해진 상황에서, 전 정권 당시 몇 명에 불과하던 차관직을 거의 모든 부처에 50명 이상 배치하며 행정부를 더욱 비대하게 만들고 있다.

 

이에 따라 전 정권 인사들이 장관직을 맡고 있는 부처들에서도, 현 정권이 임명한 차관들이 전면에 배치된 ‘차관 정치’가 진행되고 있다. 그중 30명 이상은 전문성이나 해당 분야와 무관한 국영기업 임원으로 임명되었으며, 이는 겸직으로 인해 수입원이 두 곳에서 발생하는 문제를 넘어 이해충돌 가능성을 초래하고 있다.

 

더 심각한 문제는, 대통령이 과거 특수부대 출신 3성 장군이라는 이력에서 비롯된 일련의 군사적 성향이 국정 운영에 반영되고 있다는 점이다. 현역 군인이 맡을 수 있는 정부 부처 및 기관의 수를 대폭 확대하는 내용을 담은 군사법 개정안이 추진되고 있으며, 경찰 장성들의 정년을 연장하는 경찰법 개정안도 국회에 상정된 상태다.

 

32년간 인도네시아를 철권 통치했던 독재자 수하르토 전 대통령의 사위이기도 한 쁘라보워 대통령이, 장인이 집권하던 시절 군이 고위 민간직을 대거 차지하며 무소불위의 권력을 행사했던 ‘군의 이중기능’ 체제로 회귀하려 한다는 비판이 시민사회단체로부터 제기되고 있다. 그러나 정부는 연립정부에 참여한 정당들이 국회 의석의 과반을 차지하고 있다는 점을 활용해, 대부분의 논란 법안을 강행 처리해 왔다.

 

이러한 추진이 가능했던 배경에는 대통령이 헌법상 연임이 가능해 10년 재임이 유력하다는 점과, 아직 취임 1년도 채 지나지 않아 권력이 가장 강할 시점에 있다는 점이 있다. 여기에 80%를 넘는 국정 지지도 또한 쁘라보워 대통령에게 힘을 실어주고 있어, 일각의 비판이나 문제 제기가 사실상 별다른 타격을 주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국내 정책에서는 어느 정도 정당성을 확보하고 있다 하더라도, 대외적으로는 국가의 이익을 지키고 증진시켜야 할 외교 분야에서 쁘라보워 대통령의 취임 초기 행보는 국방장관 시절의 연장선에 있는 듯한, 군사·안보 중심의 접근이라는 인상을 주고 있다.

 

그는 조코 위도도 정부 시절 국방장관으로 재임하면서 인도네시아군의 무기 체계 현대화를 위해 활발히 해외 출장을 다녔으며, 그 과정에서 프랑스 라팔 전투기 구매 계약을 체결하고, 미국 F-16 전투기 구매 의사를 밝힌 바 있다. 또한 카타르에서는 중고 프랑스산 미라지 전투기를 구매하기도 하였다.

 

쁘라보워 대통령 취임 이후, 인도네시아가 갑작스럽게 튀르키예의 카안(KAAN) 전투기 수십 대를 구매하기로 결정하면서, KF-21 보라매 전투기를 공동 개발하고 있는 한국을 불안하게 만들었다. 한국은 과거 전투기 개발 과정에서 인도네시아 측 엔지니어들이 산업 기술 유출과 관련된 논란에 휘말렸음에도 불구하고, 인도네시아의 분담금 약 1조 원을 감면해주는 등 협력 의지를 보여왔다. 그러나 이번 카안 전투기 도입 결정은 KF-21과 유사한 성능을 갖춘 기종으로 알려져 있어, 인도네시아가 한국과의 공동개발 계약을 지속적으로 이행할 의지가 있는지에 대한 일부 우려가 나오고 있다. 

 

하지만 외교란 본디 그런 것이다. 상대국의 기분을 다소 상하게 하더라도 자국의 실익을 극대화하는 것이 본질이다. 이러한 외교 기조는 인도네시아가 네덜란드의 압제에서 독립하던 당시, 초대 부통령 모하마드 하타가 정착시킨 방향이기도 하다. 실제로 독립전쟁 당시 인도네시아는 전투에서는 대부분 패배했지만, 수카르노의 인도네시아 공화국은 외교적 수완을 발휘해 네덜란드로부터 인도네시아 전역의 주권을 넘겨받았다.

 

당시 네덜란드는 나치 독일에 의해 초토화된 이후 마셜 플랜 원조에 의존해 전후 복구를 진행하고 있었기 때문에, 외교적 약점을 안고 있었다. 수카르노는 자신이 실질적으로 장악하고 있던 자바섬과 수마트라섬 일부 지역보다 수십 배 넓은 영토의 주권을 외교로 획득하였다. 1960년대에는 같은 방식으로 파푸아뉴기니 섬 서쪽 반쪽 지역도 네덜란드로부터 빼앗아 왔다.

 

현재 인도네시아군의 전투기 구매 후보로는 앞서 언급한 라팔, F-16, KF-21, KAAN 등 서방국가의 전투기들이 있지만, 동시에 인도네시아군은 미그(MiG) 전투기나 투폴레프(Tu) 전폭기 등 구소련제 무기체계도 함께 운용하고 있다. 이는 인도네시아가 과거에는 동서 진영, 지금은 미국과 러시아 또는 중국으로 대표되는 두 진영 사이에서 얼마나 유연한 외교 전략을 펼치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사례라 할 수 있다.

 

그렇다고 해서 인도네시아가 미국의 전폭적인 영향력에서 자유로운 것만은 아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인도네시아 입장에서도 결코 만만한 상대가 아니다. 그가 취임한 후 인도네시아는 더욱 민첩한 외교 행보를 보이고 있다. 쁘라보워 대통령은 취임 이후 자카르타에서 여러 외국 정상들을 접견하는 한편, 더 많은 시간을 해외 순방에 할애하고 있다.

 

동남아시아 10개국과 옵서버 국가들이 참여하는 아세안(ASEAN) 정상회의를 포함해, 그는 중동과 유럽을 수차례 방문하였으며, 최근에는 브라질에서 열린 브릭스(BRICS) 정상회의에도 참석하였다.

 

 

2024년 11월 10일 워싱턴 DC의 앤드류스 공군기지에 도착한 쁘라보워 수비안토 대통령 

(출처: 대통령궁 홈페이지)

 

그는 대통령 신분으로 미국을 방문하기도 했으나, 그것은 2024년 11월의 일로, 당시에는 아직 조 바이든 대통령이 재임 중이었다. 그러나 지난 6월에는 트럼프 대통령을 마주해야 할지도 모를 캐나다 G7 정상회의 대신 러시아를 방문해 푸틴 대통령과 회담을 가졌다. 이는 미국과의 관세 협상을 앞두고 충분히 계산된 외교 행보로 해석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국제무대에 다시 등장한 이후, 인도네시아는 전반적으로 조심스러운 외교 노선을 보이고 있다. 그 기조는 지난 5월 30일부터 6월 1일까지 싱가포르에서 열린 ‘샹그릴라 대화(Shangri-La Dialogue)’에서도 확인되었다. 이 포럼에는 40개국 이상의 국방 수장들과 정책 입안자들이 참석해 대만의 지위, 남중국해 영토 분쟁, 핵 확산 위협 등 주요 국제 안보 현안을 논의하였는데, 인도네시아는 예년과 다른 모습을 보였다.

 

올해 샹그릴라 대화에서 인도네시아는 이례적으로 침묵을 지켰다. 과거 쁘라보워 대통령이 국방장관 시절 직접 참석하여 거침없는 발언을 이어가던 모습과는 달리, 이번에는 인도네시아 대표단이 특별한 발언이나 주목할 만한 행보를 보이지 않았다. 이는 주요 강대국들의 반발을 의식해 신중하게 입장을 조율한 결과로 풀이된다. 다만, 일각에서는 아직 인도네시아 새 정부의 일관된 안보 정책 기조가 확립되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해석도 제기되고 있다.

 

 

2024년 샹그릴라 대화에 참석한 쁘라보워 대통령

 (출처: IISS Shangri-La Dialogue 홈페이지)

 

인도네시아 대표단을 도니 에르마완 따우판토 국방차관이 이끌었다는 점도 이례적으로 받아들여졌다. 직전까지는 쁘라보워 당시 국방장관이 지속적으로 직접 참석해 왔던 만큼, 이번 대표단의 라인업은 인도네시아의 외교적 위상이 갑작스럽게 낮아진 듯한 인상을 주었다.

 

쁘라보워 대통령은 국방장관 재임 시절, 샹그릴라 대화를 아시아-태평양 지역은 물론 세계 안보 문제에 대한 인도네시아의 목소리를 전달하는 핵심 플랫폼으로 적극 활용해 왔다. 2023년에는 우크라이나에 비무장지대를 설치하고, 유엔 감독하에 국민투표를 실시하자는 평화 이니셔티브를 제안했다가 국제사회의 거센 반발을 사기도 했다.

 

2024년에도 대통령 당선자 신분으로 다시 샹그릴라 대화에 참석한 그는,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분쟁에 대해 ‘두 국가 해법’을 촉구하고, 의료진과 야전병원을 파견해 유엔이 주도하는 가자지구 평화유지 활동에 대해 인도네시아가 전폭적으로 지지한다고 밝히는 등 적극적인 입장 표명을 주저하지 않았다. 그러나 올해 싱가포르 회담에서는 동남아시아 최대 인구와 영토를 보유한 인도네시아가 눈에 띌 만한 어떤 발언도 내놓지 않자, 이를 두고 다양한 해석이 쏟아져 나왔다.

 

인도네시아가 이번 회담에서 신중한 태도를 취한 이유로는, 트럼프 대통령의 복귀와 함께 급격히 변화하고 있는 미국의 외교 정책, 그리고 이에 강경하게 맞서고 있는 중국과의 경제적 관계 변화 등, 양 강대국 간 갈등이 격화되는 예측 불가능한 외교 환경이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제기되었다.

 

그러나 일부 전문가들은 이러한 외교 역학관계 속에서 인도네시아가 양측에 잘못된 메시지를 줄 수도 있는 적극적인 발언보다는, 자국 이익을 우선적으로 보호하는 ‘방어적 신중함’ 전략을 선택했다고 해석하고 있다. 중국이 이번 샹그릴라 대화에 이례적으로 고위급 인사를 파견하지 않은 것 또한 미·중 간 긴장이 높아졌음을 보여주는 사례로 지목되고 있다.

 

또 다른 시각에서는, 인도네시아 대표단이 이번 회담에서 눈에 띄는 침묵을 지킨 배경으로 인도네시아 외교 기조의 변화 가능성을 언급한다. 쁘라보워 대통령 취임 이후, 인도네시아가 다자 외교보다 양자 외교를 더 중시한다는 평판이 형성되고 있다는 점에서, 쁘라보워가 다자주의보다 실용주의 외교를 선호하는 트럼프와 유사한 측면이 있다는 평가도 제기되고 있다.

 

특히 지난 7월 10일, 미국이 인도네시아를 포함한 여러 국가에 대해 오는 2025년 8월 1일부터 32%의 상호관세를 적용하겠다고 발표하자, 인도네시아는 큰 충격과 우려에 휩싸이게 되었다. 물론 같은 날, 한국과 일본을 비롯한 여러 국가들도 같은 통보를 받았다.

 

인도네시아는 그간 다양한 산업의 다운스트림 산업 육성 정책을 추진하며 중화학공업을 포함한 산업 다각화를 시도해 왔지만, 여전히 섬유·의류·가방·신발 등 노동집약적 산업이 제조업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으며, 미국은 해당 품목들의 부동의 주요 수출국이다.

 

따라서 32%의 상호관세가 실제로 시행될 경우, 인도네시아 경공업 제조 부문이 심각한 타격을 입을 것이라는 우려 섞인 보도들이 쏟아져 나왔다. 이에 대통령실은 쁘라보워 대통령이 트럼프 대통령과의 조속한 정상회담을 추진하고 있다고 발표하였다.

 

그렇게 주말을 넘긴 후, 7월 15일(화)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과 인도네시아 간 무역협정이 체결되었으며, 이에 따라 미국으로 수입되는 인도네시아 상품에는 19%의 관세가 부과될 것이라고 밝혔다. 동시에 인도네시아는 타결 조건으로 미국산 에너지 150억 달러(약 20조 원), 농산물 45억 달러(약 6조 원), 그리고 777기종을 포함한 보잉 항공기 50대를 추가 구매하기로 합의하였다.

 

이러한 타결 조건은 포퓰리즘 정책에 막대한 재정을 투입하고 있는 인도네시아 정부 입장에서는 결코 가볍지 않은 부담이 될 수 있다. 이미 정부는 국가 채무가 법정 한도인 GDP 대비 3%를 초과할 수 있다는 우려를 예고한 상황이기 때문에, 해당 협상이 반드시 성공적이었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설령 트럼프 대통령의 일방적인 압박에 밀려 어쩔 수 없이 합의한 결과라고 하더라도, 쁘라보워 대통령은 지난 7월 13일(일) 벨기에 브뤼셀의 유럽연합(EU) 본부를 방문하여 포괄적 경제동반자협정(CEPA)에 최종 합의함으로써, 트럼프 시대의 불확실성에 대응할 수 있는 외교적 대안을 확보했다는 긍정적 평가를 받고 있다. 유럽은 인도네시아에게 미국에 버금가는 거대 시장이기 때문이다. 이번 인도네시아-EU 간 협정으로 사실상 자유무역협정(FTA)이 타결되어, 양측 간 모든 관세는 0%로 조정된다. 이처럼 쁘라보워 대통령의 외교 기조는 기존의 국방·안보 중심에서 최근에는 명확히 ‘경제’로 무게중심을 옮겨가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 위 원고는 현지 외부 전문가가 작성한 원고로, (사)경북PRIDE기업 CEO협회의 공식 의견이 아님을 알려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