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멕시코인의 강한 자존심 - 식민지 유산-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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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 수출지원 해외 서포터즈 / 엄기웅(멕시코)
멕시코의 근로문화 (식민지 문화)
멕시코의 근로문화에 대해 알아보고 있다. 멕시코는 삼색문화를 가지고 있다고 말한 바 있다. 삼색문화란 기원전 1500년부터 기원후 1521년까지의 식민지 전 문화, 1521년부터 1821년까지의 식민지 문화, 1821년 이후 식민지 후 문화를 말한다. 식민지 전 문화는 지난 호에서 살펴봤고, 이번 호에서는 식민지 문화에 대해 알아보겠다.
식민지가 남긴 문화는 크게 세 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강한 자존심, 책임 회피 성향, 숙명주의이다.
강한 자존심
첫째, 멕시코인의 강한 자존심은 내면의 불안감을 감추기 위한 하나의 문화적 표현으로 볼 수 있다. 이는 속마음을 외부인에게 쉽게 드러내지 않는 태도로 나타나며, 자존감이나 자긍심으로 스스로를 지키려는 방식이다. 약 300년 동안 식민 지배를 겪으며 형성된 메스티조들은 사회적으로 오랫동안 이등 국민, 피지배자로 살아오면서 자신에 대한 의문이나 불안감을 내면에 품게 되었다. 그러나 이를 드러내기보다는 오히려 강한 자존심으로 포장해 외부로 표출하는 경향이 있다. 이러한 정체성에 대한 방어가 갑작스럽게 흔들리거나 위협받을 경우, 예상보다 강한 감정적 반응이 나타날 수 있다.
따라서 실수한 멕시코 직원을 나무랄 때도, 마지막 자존심을 지켜주며 둘만의 공간에서 사무적으로 혼내는 것이 중요하다. 조용히 본인의 업무상 잘못만을 지적하면 된다. 물론 쉽지 않다. 특히 자신의 잘못을 부인하는 태도를 마주할 때는 더더욱 그렇다. 그래도 마음속에 '참을 인' 자를 새기며 부처가 된 마음으로 조곤조곤 업무상 과실을 지적해야 한다.
고독의 미로와 저자 옥타비오 파스. 멕시코 외교관이었던 옥타비오 파스가 역사 속 멕시코인에 대한 단상을 쓴 수필집. 기저에 열등감이 있는 멕시코인은 고독의 미로에 빠져 있다고 보았다. 1950년에 썼는데 1990년에 노벨 문학상을 받았다. (출처: leviatan.mx)
책임회피 성향
둘째, 책임회피 성향이란 식민지 시대에 원주민과 메스티조들이 오랫동안 열악한 환경과 종속된 사회 구조 속에서 형성한 생활 방식의 일부로 이해될 수 있다. 스페인이 다스렸던 4개의 부왕령, 2개의 카피타니아, 여러 개의 프로빈시아, 인텐덴시아 중에서도 가장 혹독한 지배와 수탈이 이루어진 곳이 현재의 멕시코인 신 스페인 부왕령(Virreinato de Nueva España)이다. 이는 아마도 첫 식민지였고, 광물과 농산물이 풍부했으며, 카스티야 공국의 식민 정책이 다른 공국에 비해 더 엄격했던 점도 원인일 수 있다.
이러한 혹독한 수탈 문화는 언어에도 영향을 미쳤다. 같은 중남미 지역이라도 멕시코에서만 사용하는 독특한 스페인어 표현이 있다. 예를 들어, 상대방의 말을 잘 알아듣지 못했을 때 대부분의 중남미 국가에서는 ‘꼬모?(¿Cómo?)’, ‘뻬르돈?(¿Perdón?)’이라고 말하지만, 멕시코에서는 ‘만데?(¿Mande?)’라고 한다. ‘꼬모’나 ‘뻬르돈’은 ‘뭐라고?’, ‘다시 말해줄래?’라는 의미인데 반해, ‘만데’는 하인이 주인에게 ‘다시 명령을 내려주십시오’라고 말할 때 쓰는 표현으로, 복종의 의미가 담겨 있다.
마찬가지로, 멕시코에서는 이메일을 마무리할 때 ‘아 수스 오르데네스(A sus órdenes!)’라는 표현을 자주 사용하는데, 이는 ‘언제든 명령만 내리십시오’라는 의미이다. 이러한 언어 습관에서도 알 수 있듯이, 당시에는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는 순간 가차 없이 죽임을 당하는 경우가 많았고, 따라서 어떻게든 잘못을 부인하고 회피하려는 문화가 형성되었다. (앞서 언급한 용맹한 죽음과는 거리가 있는 죽음으로, 멕시코인들이 원치 않는 방식이었다.)
한국인 관리자 입장에서는 멕시코 직원들이 거짓말을 하는 모습에 당황할 수 있다. 하지만 이러한 행동 이면에는 아픈 과거와 문화적 배경이 자리하고 있음을 이해해야 한다. 단순히 잘못을 지적하거나 화를 내기보다는, 사정을 이해하고 소통을 통해 신뢰를 쌓아가는 것이 서로를 돕고 올바른 협력 관계를 만드는 데 더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식민지 시대 카스트 제도. 인도의 카스트 제도를 능가하는 식민지 멕시코의 Casta 제도는 피부색에 따라 계급을 나누고, 인종 차별을 했다. 메스티조를 비롯한 유색인종들은 300년간 괴롭힘을 당했다. (출처: wordpress.com)
숙명주의
마지막으로 식민지 문화의 세 번째 특징은 숙명주의(말린치스모, Malinchismo)이다. 스페인 군사 지도자 에르난 코르테스가 40마리의 말과 400명의 군사를 이끌고 멕시코에 도착했을 때, 아즈텍 제국을 멸망시킨 일등공신은 베라크루스 출신의 여인 말린체였다. 그녀는 나우아틀어, 마야어, 그리고 이후 배운 스페인어까지 구사할 수 있었으며, 3자 연합에 조공을 바치던 피지배 부족들을 회유하는 데 핵심 역할을 했다. 말린체는 정복자의 조력자이자, 메스티조라는 인종을 탄생시킨 어머니이기도 했다. 백인 남편 사이에서 태어난 최초의 메스티조 아이의 이름은 마르틴(Martín)이었다. 현재 멕시코 인구의 60~70%를 차지하는 메스티조들은 아버지는 스페인 정복자, 어머니는 인디오 피정복자라는 기구한 운명을 타고난 존재다. 그래서 멕시코인들이 말린체라는 인물에 대해 갖는 감정은 매우 복잡하다. 말린체는 민족 배신자의 상징이자, 동시에 생존을 위해 어쩔 수 없이 협력해야 했던 어머니의 고충을 상징하는 인물로 받아들여진다. 멕시코인들은 이처럼 복잡한 역사와 정체성을 품은 채, 숙명주의적 태도를 몸으로 체화해온 것이다.
멕시코는 단일한 사회가 아니다. 부자들의 멕시코가 있고, 빈자들의 멕시코가 있다. 학교, 직장, 주택, 식당, 쇼핑몰 등 일상 공간에서 부자와 빈자의 생활 반경은 뚜렷하게 구분된다. 두 개의 멕시코가 공존하는 셈이다. 부자는 태어날 때부터 부자이고, 빈자는 태어날 때부터 빈자이다. 사다리는 이미 치워졌고, 운동장은 기울어져 있다. 이런 구조 속에서 빈자가 부자가 되기는 하늘의 별 따기와 같다.
300년에 걸친 식민지 지배는 이러한 구조적 불평등을 공고히 만들었다. 물론 식민지 이전의 역사도 완전히 평등하지는 않았겠지만, 인종에 따른 계급 차별이 명확히 제도화된 것은 식민지 시기부터였다. 그리고 이 차별 구조는 현재까지 가장 강력한 불평등의 기준으로 작용하고 있다.
그럼에도 멕시코인들은 이 같은 현실을 놀라울 정도로 묵묵히 받아들이고 있다. 기회의 불평등에서 비롯된 차이임을 인식하고 있음에도, 이에 적극적으로 저항하거나 불만을 드러내는 유색인종 멕시칸은 많지 않다. 이런 점을 감안하면, 공장 근로자들이 낮은 임금에도 불구하고 해맑은 웃음을 지으며 일하고, 순응하며 살아가는 모습을 조금은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멕시코의 행복도는 세계 10위로서 매우 상위권에 위치해 있다. 300년의 식민기간 중 약 50년마다 민중봉기가 일어났는데 모두 진압당했고, 순종적인 성향만 살아남았다. 이러한 역사적 배경이 현재 멕시코 국민의 행복도가 높은 원인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출처: World Happiness Report 2025)
다음 호에서는 식민지 후 문화에 대해 살펴보고, 이러한 삼색문화가 현대 멕시코에 어떤 함의를 가지는지, 또 일상생활 속에서 어떻게 표출되는지를 알아보겠다. 아울러 우리 기업이 멕시코에서 경영할 때 주의해야 할 점도 함께 짚어보도록 하겠다.
※ 위 원고는 현지 외부 전문가가 작성한 원고로, (사)경북PRIDE기업 CEO협회의 공식 의견이 아님을 알려드립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