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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할수록 가난해지는 구조, 스페인 노동시장의 역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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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 수출지원 해외 서포터즈 / 최지윤(스페인)

 

 

최근 스페인에서는 식당, 카페, 기업, 병원 등 거의 모든 분야에서 구인난이 지속되고 있다. 표면적으로는 “요즘 젊은 사람들은 일하려 하지 않는다”는 말이 먼저 나오지만, 그 이면에는 훨씬 더 복잡한 구조적 문제가 자리하고 있다. 핵심적인 원인은 일을 해도 삶의 여건이 나아지지 않는 구조에 있다.

 

2025년 기준 스페인의 최저임금(SMI)은 약 1,184유로(약 2,071,500원)다. 하지만 마드리드에서 원룸 하나를 임대하려면 평균적으로 1,100유로(약 1,650,000원)가 필요하다. 즉, 최저임금으로는 독립적인 생활을 꿈꾸기조차 어려운 상황이다. 물가는 지속적으로 상승하고 있지만, 임금 인상은 그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2000년 이후 스페인의 최저임금(SMI) 상승 추이 

(출처: 스페인 노동 및 사회경제부, El economista)

 

여기에 고용 형태도 불안정하다. 계약 기간이 짧고, 근무 시간도 들쑥날쑥한 일자리가 많다. 

서비스업의 경우 주말이나 야간 근무가 기본인데, 이러한 일은 장기간 지속하기도 어렵고, 미래를 기대하기도 힘들다. 그 결과 청년들이 이러한 일자리를 기피하는 것은 게으름 때문이 아니라, 감당해야 할 부담에 비해 얻는 것이 너무 적기 때문이다.

 

이러한 문제는 임금 구조에서도 그대로 드러난다. 최근 몇 년간 스페인의 최저임금은 빠른 속도로 인상되어 왔다. 2018년 SMI는 월 735.9유로였으나, 2024년에는 1,134유로, 2025년에는 1,184유로로 상승하였다. 6년간 약 60%에 달하는 인상률은 표면적으로는 스페인 정부의 적극적인 분배 정책의 성과로 보일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숫자만으로 노동자의 실질적인 삶의 질이 개선되었다고 보기는 어렵다. 같은 기간 동안 물가는 급격히 상승하였고, 특히 주거비·식료품비·에너지 비용 등 생계비 전반이 실제 임금 인상폭을 상쇄하였기 때문이다.

 

스페인과 한국의 최저임금 실수령액은 비슷하지만, 체감 물가는 확연히 다르다. 대표적인 예로 맥도날드의 빅맥 세트 가격을 비교해 보면, 스페인에서는 평균 9.6유로(약 14,400원), 한국에서는 8,700원으로 약 1.7배의 차이를 보인다. 다시 말해, 같은 돈을 받더라도 식비·외식비 등에서의 실질 구매력은 크게 차이 난다.

 

게다가 최근 스페인 노동시장은 겉으로 보이는 지표와 실제 현장 분위기 사이에 큰 간극이 존재한다. 실업률은 낮아지고 임금은 상승하고 있지만, 정작 많은 사람들은 예전보다 살기가 더 어려워졌다고 호소하고 있다. 최근 스페인은 인플레이션이 지속되는 가운데 실질 소득이 오히려 줄어드는 부담을 겪고 있다. 물가 상승률은 다소 둔화되는 추세이지만, 이미 상승한 생활비는 여전히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체감 경기가 좀처럼 나아지지 않는다는 말이 곳곳에서 나오고 있다.

 

 

같은 빅맥 세트, 스페인(€9.60)이 한국(8,700원)보다 약 5,000원 비싸다. 

(왼쪽: 스페인 Glovo, 오른쪽: 한국 배민, 2025년 6월 기준)

 

스페인에서 최근 몇 년간 시민들이 크게 체감한 변화 중 하나는 생활비 급등과 함께 세금 부담까지 증가했다는 사실이다. 스페인 부동산 사이트 ‘이데알리스타(idealista)’에 보도된 한 연구소의 자료에 따르면, 스페인은 최근 몇 년 사이 유럽 국가들 가운데 세금 부담이 가장 빠르게 증가한 상위 3개국 중 하나로 꼽히고 있다.

 

2018년부터 2023년까지 스페인의 세금 부담(GDP 대비)은 1.9%포인트 증가하였다. 이는 같은 기간 EU 평균이 0.9%포인트 감소한 것과는 정반대의 흐름이다. 스페인보다 세금이 더 많이 늘어난 국가는 키프로스와 리투아니아뿐이다.

 

총리 취임 이후를 기준으로 계산할 경우, 스페인 국민은 1인당 연간 2,627유로를 더 부담하게 되었고, 이를 물가상승률(IPC)을 반영한 실질 기준으로 환산해도 1,223유로 증가한 셈이다.

 

 

2018~2023년 GDP 대비 조세 부담 비율 변화 (EU 회원국 비교)

(출처: 『Impuestómetro 2025』, Instituto Juan de Mariana, 2025년 4월 보고서.)

 

국민당(PP) 역시 산체스 정부 집권 이후 스페인이 유럽에서 가장 자주 세금을 인상한 국가 중 하나가 되었다고 지적하고 있다. 문제는 이처럼 세금이 오르는 동안, 사람들의 실질소득은 EU 평균보다 훨씬 더디게 증가했다는 점이다. 중요한 것은 단지 세금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것이다. 물가도 올랐고, 집세도 올랐으며, 전기요금도 함께 상승했다. 그런데 월급은 제자리이거나 겨우 소폭 상승한 수준에 그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소득세율까지 인플레이션을 고려하지 않고 올라간다면, 결국 같은 월급을 받아도 체감 지출은 훨씬 커지고, 삶의 질은 떨어질 수밖에 없다.

 

뿐만 아니라, 국민당의 보도자료에 따르면 페드로 산체스 정부가 들어선 2018년 이후 스페인에서는 총 97건의 세금 및 사회보장 기여금 인상이 이루어졌다. 문제는 이러한 변화들이 인플레이션을 고려하지 않은 채 진행되었다는 점이다. 명목 세율은 그대로지만, 실질 부담은 해마다 증가하고 있다. 문제는 단순히 세금이 많다는 데에 그치지 않는다. 복잡한 세금 구조, 계속 오르는 생활비, 그리고 정부가 내놓는 설명이 현실 체감과 동떨어져 있다는 점이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있다. 이러한 요소들이 겹치면서, 현재 스페인의 서민과 중산층은 막연한 불만이 아닌 수치로 확인되는 무거운 부담을 짊어지고 있는 실정이다. 최근 몇 년 사이 세금 관련 분쟁이 계속해서 증가하고 있으며, 납세자가 세금 부과에 이의를 제기하는 사례가 매년 꾸준히 늘고 있고, 실제로 소송까지 이어지는 경우도 많아지고 있다.

 

일간지 『라 라손(La Razón)』에 따르면, 이러한 배경 속에서 국민당은 정부의 조세 정책이 중하위 계층의 소비 여력을 줄이고 있다며 세제 개편을 요구하고 있다. 국민당이 국회에 제출한 제안서에 따르면, 현재 스페인 국민이 세금을 더 많이 내는 이유는 소비가 늘어서가 아니라, 예전과 같은 생활 수준을 유지하기 위해 더 많은 지출을 해야 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난 3년간 소비자 물가는 평균 20.5% 상승했으며, 식료품 가격은 무려 37.3%나 올랐다.

 

임금이 상승했음에도 생활이 더 힘들어졌다고 느끼는 것은 이러한 구조 때문이다. 물가는 오르고 세율은 그대로인데, 세율 구간이 조정되지 않다 보니 실질적인 세금 부담이 점점 커지고 있는 것이다. 결국 일하면 할수록 세금을 더 내야 하는 구조, 이것이 지금 스페인 노동자들이 마주한 현실이다. 전문가들은 세금이 늘어난 원인이 단순한 임금 인상이 아니라, 세율 구간이 물가에 맞춰 조정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분석한다. 따라서 같은 돈을 벌어도 더 많은 세금을 내게 되고, 결국 손에 남는 돈은 줄어든다는 것이다. 실제 수치를 살펴보면 그 흐름은 더욱 분명하다. 스페인 중앙은행에 따르면, IRPF 실효세율은 2019년 12.8%에서 2023년 14.7%로 상승하였다. 소득이 그대로인 상황에서도 세율이 올라가면서, 중산층 이하의 소비 여력이 크게 위축되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이에 따라 국민당은 단순한 감세가 아닌, 실생활 중심의 세제 개편안을 제시하고 있다. 핵심은 다음과 같다. 소득세율을 물가 상승률에 연동해 조정하고, 현재의 누진세 구조가 중산층의 실질 구매력을 훼손하지 않도록 보완해야 한다는 것이다. 또한, 소득이 낮은 구간부터 세율을 현실에 맞게 재조정하고, 가족 구성이나 소득 수준에 따라 공제 혜택을 확대해야 한다는 주장을 펼치고 있다. 현재 정부는 이에 대한 공식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지만, 중산층을 중심으로 커져가는 불만과 생활고에 대한 체감은 점점 더 커지고 있다. 조세 형평성과 실질 기준 반영, 그리고 신뢰 회복을 위한 논의는 이제 더 이상 외면할 수 없는 과제가 되고 있다.

 

 

당직 시간의 연금 반영과 강제 당직 축소 등을 요구하며 대규모 파업에 나선 스페인 의사들

(출처: El Confidencial)

 

스페인의 또 다른 고질적인 문제는 전문직 종사자의 터무니없이 낮은 임금이다. 지난 15년간 생활비가 빠르게 상승하는 동안, 공공병원 의사들의 임금은 거의 제자리걸음을 하였고, 이로 인해 많은 의료인이 삶의 질 저하와 생계 압박을 호소하고 있다. 국가통계청(INE) 자료에 따르면, 2009년부터 2024년까지 물가는 36.6% 상승한 반면, 같은 기간 의사의 평균 임금 상승률은 고작 10%에 그쳤다. 이는 처우 개선 차원을 넘어, 보건 시스템 전반의 안정성을 유지하기 위한 필수적인 조치로 인식되어야 한다. 의사노조는 의료진의 사기 저하, 저축 여력 부족, 삶의 질 악화가 현장의 현실임을 지속적으로 경고하고 있으며, 퇴직자 증가와 신규 인력 유입 감소, 특히 해외로의 의료 인력 유출이 가속화될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하고 있다.

 

교사와 교수의 상황도 크게 다르지 않다. 국가통계청(INE)과 교직원노조연합(STEs-I)에 따르면, 2009년부터 2024년까지 공립학교 교사의 임금은 겨우 14.5% 상승하였다. 같은 기간 일반 노동자의 임금은 30% 넘게 올랐지만, 유독 교사의 임금은 제자리 수준에 머물렀다. 이러한 상황이 누적되자 교사들이 교육 현장을 떠나는 일이 잦아지고 있으며, 특히 중학교(ESO)와 직업교육(FP) 부문에서는 교사 자격증 없이 교단에 서는 사례가 점점 늘어나고 있다.

 

스페인은 2023년 3월 ‘스페인 대학기본법(LOSU)’을 통해 고등교육의 공공성을 강화하고, 오랜 과제로 지적되어 온 비정규직 문제 해결에 나섰다. 그러나 대학 현장은 기대와는 정반대의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다. 시간강사(asociado)를 줄이고 정규직을 확대하겠다는 계획은, 이름만 바뀐 또 다른 불안정 고용 형태, 즉 ‘대체 교수(profesor sustituto)’ 확산으로 이어지고 있다. 대체 교수는 병가, 연구년, 수업 시수 조정 등의 공백을 메우기 위한 단기 계약직으로 채용되며, 계약 기간은 짧고 업무 범위는 불분명하며, 심지어는 계약서 없이 강의를 시작하는 경우도 존재한다. 

 

스페인 대학에서는 정규직이 특권이 되고, 비정규직이 표준이 되는 상황이 고착화되고 있다.

2023년 기준, 스페인 전체 국립대학 교수·연구 인력 141,887명 중 24,687명이 시간강사로, 전체의 17.4%를 차지하고 있다. 이들이 받는 보수도 문제다. 국립대학 교수의 월급은 각 대학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는데, 상당수가 월 2,000유로(약 3,000,000원)도 채 되지 않는 임금을 받으며 강의를 이어가고 있다.

 

20년 전 스페인 사회에서는 ‘밀레우리스타(mileurista)’라는 단어가 큰 반향을 일으켰다. 월 1,000유로도 벌지 못하는 청년층을 지칭하던 이 용어는 당시 사회 불안을 상징하는 키워드로 자리잡았다. 최근에는 ‘도스밀레우리스타(dosmileurista)’라는 표현이 새롭게 등장하였다. 월 2,000유로 정도는 벌어야 기본적인 생활이 가능하다는 현실을 반영하는 표현이지만, 그마저도 쉽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스페인 통계청(INE)에 따르면, 2024년 기준 전체 근로자의 39.8%가 월 2,000유로 미만의 임금을 받고 있으며, 그중 약 18%는 1,000유로 이하를 받고 있다. 같은 해 평균 임금 상승률은 4.1%에 불과했으며, 이는 물가 상승 속도에 크게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다.

 

 

식품 제조업 산업물가지수(IPI) 비교: 스페인, 유로존, 미국 (2010~2024)

(출처: 스페인 중앙은행, 『Evolución y perspectivas de los precios de los alimentos』, 

Boletín Económico 2025/T2, Artículo 05, 30/04/2025.)

 

2025년 기준 스페인의 세전 평균 월급은 2,290유로로, 명목상으로는 개선된 수치지만 체감은 전혀 다르다. 같은 해 평균 월세는 임금의 절반 가까이를 차지하고 있으며, 팬데믹 이후 글로벌 인플레이션이 가속화된 가운데 스페인의 식료품 제조물가는 유로존과 미국을 앞지르며 급등하였다. 이는 서민과 중산층의 생계비 부담을 가중시키는 주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결국 수치상으로는 소득이 증가했지만, 실질적인 구매력은 정체되거나 오히려 후퇴하였다. ‘월급은 오르는데 살기는 더 팍팍해진다’는 말이 결코 과장이 아니다. 이와 같은 구조 속에서 중하위 소득층이 느끼는 압박감은 더욱 커지고 있다.

 

이러한 스페인의 구조적 문제는 현지에 진출한 한국 기업에도 직·간접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단순히 임금을 인상한다고 해서 인력을 쉽게 확보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며, 실제로 현지에 진출한 외국계 기업들 사이에서는 인건비 대비 낮은 생산성, 인력 충원의 어려움, 높은 이직률 등이 공통된 애로사항으로 지적되고 있다.

 

스페인에서 직원 한 명을 고용할 경우, 고용주가 부담해야 하는 총비용과 근로자가 실제로 수령하는 금액 사이에는 상당한 격차가 존재한다. 사회보장 기여금, 소득세(IRPF), 부가가치세(IVA) 등 다양한 항목이 복합적으로 적용되면서 단순한 급여 이상의 비용이 요구된다.

 

특히 고용주가 추가로 부담해야 하는 사회보장 기여금의 비중은 약 30%에 달하며, 계약 유형에 따라 행정 절차와 세무 관리 역시 복잡해진다. 이는 대기업뿐 아니라 진출 초기의 기업이나 중소규모 법인에게도 적지 않은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따라서 스페인 시장에 진출하고자 할 경우, 인건비뿐만 아니라 현지의 노동 환경과 고용 제도 전반에 대한 충분한 사전 이해가 필수적이다.

 

 

 

※ 위 원고는 현지 외부 전문가가 작성한 원고로, (사)경북PRIDE기업 CEO협회의 공식 의견이 아님을 알려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