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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배터리 쇼 유럽 2025 참관후기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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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 수출지원 해외 서포터즈 / 이건우(독일)
지난 6월 3일부터 5일까지 사흘간, 유럽 최대 배터리 전시회인 ‘더 배터리 쇼 유럽 2025(The Battery Show Europe 2025)’가 독일 슈투트가르트에서 개최되었다. 올해도 공급망 내 다양한 역할을 담당하는 기업들이 참가해, 8개 전시 홀을 가득 채웠다. 총 1,164개 업체가 참여했으며, 이는 지난해보다 소폭 증가한 수치다. 참가 기업은 소재, 부품, 설비, 서비스, 시스템 업체뿐만 아니라 리테일, 리서치 회사, 일부 정부 지원 기관까지 다양했다.
더 배터리 쇼 유럽은 2017년, 슈투트가르트 인근 진델핑엔 메세에서 약 200개 업체가 참가한 소규모 행사로 시작되었다. 당시에는 CATL, 간펑 리튬, 현지 생산공장을 둔 벤츠를 제외하면 업계에 널리 알려지지 않은 로컬 기업 중심의 전시가 대부분이었다. 이후 불과 10년도 채 되지 않아 행사 규모는 다섯 배 이상으로 성장했다.
올해는 컨퍼런스 측면에서도 뚜렷한 발전이 있었다. 수년간 제기되었던 콘텐츠와 운영 방식에 대한 개선 요구가 반영되었다. 과거처럼 멋진 제목 뒤에 기업 홍보로 채워지는 발표가 줄었고, 주제별 구분도 명확해졌다. 발표자들을 위한 휴식 공간도 보다 넉넉해졌다. 키노트 스피치를 포함해 총 106개의 강연이 진행되는 동안, 발표자와 청중 모두 편안한 분위기 속에서 발표와 교류를 이어갈 수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볼거리와 들을 거리가 풍성해진 만큼, 아쉬움도 일부 남는 행사였다.
신기술 전시가 드물었던 행사장이었지만, 디본딩은 핫했다
올해 전시회에서는 새로운 기술의 등장이 많지 않았다. 동일한 부스에 레이아웃만 소폭 변경하고, 이전과 같은 내용과 샘플을 전시한 업체들이 대부분이었다. 드물게 소개된 신기술 가운데 눈길을 끈 것은 일부 재료 회사들이 선보인 ‘디본딩(debonding)’ 기술이었으며, 이를 관통하는 핵심 키워드는 ‘수리 가능성’이었다.
양산형 전기차에 리튬이온 전지가 본격적으로 적용된 이후, 제한된 공간에 더 많은 배터리를 탑재하고 비용을 절감하기 위한 시도가 꾸준히 이어져 왔다. 최근에는 셀투팩(Cell to Pack), 셀투바디(Cell to Body), 셀투섀시(Cell to Chassis)라는 이름의 배터리 시스템 디자인 콘셉트가 주목받고 있다. 이들 콘셉트의 핵심은 부품 수를 줄이는 데 있다. 셀투팩은 기존 모듈 기반 구조를 단순화하거나 제거한 형태이며, 셀투바디는 배터리 팩의 상부가 차량 하부 구조와 통합되어 자동차 바닥 역할까지 겸하는 방식이다. 셀투섀시는 한 단계 더 나아가 배터리 구조 자체가 차체 강도에 기여하도록 설계된 것으로, 배터리 설계와 차량 구조의 통합에서 가장 진보된 단계로 평가된다.
이러한 설계 변화는 부품 수를 줄이면서도 구조적 안정성을 유지해야 하기 때문에 고성능 접착 기술의 활용이 필수적이다. 테슬라의 구조 배터리 팩(structural battery pack), 샤오미나 지커 등의 전기차에 적용된 CATL의 셀투팩 3.0 ‘기린 배터리’에서도 이 같은 고강도 접착 소재가 적극 활용되고 있다. 하지만 접착 방식이 강화될수록 수리 가능성은 떨어진다. 최신 전기차 배터리를 분해하는 영상에서는 매우 강한 힘과 보조 장비가 동원되는 장면을 자주 볼 수 있는데, 이는 부품 재사용이나 수리 작업이 어려움을 의미한다. 특히 고장난 배터리를 안전하게 분해하고 수리하는 것은 기술적으로 더욱 어렵거나 사실상 불가능한 경우도 많다. 이에 따라 유럽연합은 제조사들에게 수리 가능성을 고려한 디자인을 의무화하는 규제를 준비 중이다. 이러한 흐름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특정 조건에서 접착력을 해제할 수 있는 디본딩 기술의 도입이 필수적이다. 이번 배터리 쇼에서도 헨켈, 다우, 테사 등 글로벌 재료업체들이 자사의 디본딩 기술을 적극적으로 홍보했으며, 이는 유럽 시장에서 해당 기술의 중요성과 관심이 한층 커졌음을 보여주는 대목이었다.
다우는 수리 가능성을 캐치 프레이즈 중 하나로 내걸었다. (출처: 이건우)
테자는 디본딩 프로세스 중심으로 프로모션을 진행했다. (출처: 이건우)
헨켈은 사흘 동안의 전 행사 기간 내내 디본딩 기술을 반복적으로 직접 시연하여 기술력을 과시했다. (출처: 이건우)
중국의 영향력은 강력하고 여전했다.
이번 전시회에 참가한 중국 국영 기업 수는 총 216개에 달했다. 각 홀마다 서너 개의 대형 부스를 차지해 관람객의 관심을 끌었다.
규모와 기술력 면에서 글로벌 배터리 산업을 선도하는 중국답게, 공급업체들이 중심이 되는 배터리 쇼에는 중국 기업들의 참가 비중도 매우 높았다. 선도지능(先导智能, LEAD Intelligent), 헝이넝(恒翼能, Hynn Technology), 하이무싱 레이저(海目星激光, Hymson Laser)와 같은 첨단 기술 기업들은 예년과 마찬가지로 대형 부스를 운영하며 존재감을 드러냈다. 선도지능은 지난해 노스볼트와의 갈등에도 불구하고 독일에서는 파워코와의 협력을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중국 시장의 복잡한 사정을 파악하기 어려운 유럽 현지에서는, 이처럼 꾸준히 유럽 전시회에 대규모로 참가하는 업체들의 인지도가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높다.
배터리 완제품 제조사의 경우, 이미 글로벌 시장을 장악한 CATL이나 포디(弗迪电池, FinDreams Battery)보다는 독일 완성차 업체들과 전략적 협력을 맺고 있는 2선 업체들이 주로 참가했다. 폭스바겐의 파트너로 알려진 허페이 궈슈안(合肥国轩高科动力能源有限公司, Gotion High-Tech)과 BMW의 협력사인 이웨이리능(亿纬锂能, EVE Energy)도 부스를 마련했다. 특히 EVE Energy는 BMW의 차세대 전기차 ‘노이에 클라쎄(Neue Klasse)’에 탑재될 46XX 규격 배터리 공급사로 조기에 선정된 바 있다.
중국 부스의 화려함과 함께, 그들이 준비한 다양한 소형 기념품들은 부러움을 자아낸다. 이를 실현할 수 있는 자금력도 인상적이지만, 무엇보다 무서운 것은 그들의 ‘꾸준함’이다. 아직 고객이 없던 시기에는 브랜드 인지도 제고를 위해, 고객을 확보한 이후에는 관계 유지와 사업 확장을 위해 전시회에 빠짐없이 참여한다. 배터리 쇼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이들 업체는 평균적으로 유럽 내 다섯 개 이상의 산업 이벤트에 꾸준히 참가하며, 다양한 방식으로 고객 접점을 넓히고 친화력을 높이고 있다.
중국 선도 지능의 부스. 거의 모든 유럽 행사에서 대규모의 전시를 진행 중이다. (출처: 이건우)
Hynn도 유럽 전시회에 공격적으로 참가한다. (출처: 이건우)
BMW와 협력하는 EVE Energy. 노이에 클라세를 위한 원통형 전지 공급사로 선정되었다. (출처: 이건우)
우리에게는 새로운 시선과 전략이 필요하다
전시회장에서의 퍼포먼스를 평가할 때, 우리 기업과 중국 업체 간의 단순한 양적 비교는 큰 의미가 없다. 한국은 내수 시장이 작고, 그에 비례해 공급망의 규모나 밀도도 부족하다. 유럽 원정 전시에 참가한 업체 수가 30대 200이라면, 숫자만으로도 선전했다고 볼 수 있다.
필에너지, 에너테크 인터내셔널, PNT 머트리얼즈 등 일부 기업을 제외하면, 대형 부스를 운영한 곳은 거의 없었다. 대기업 전시는 아예 찾아볼 수 없었다. 현재 유럽 시장의 불확실성을 고려했을 수도 있지만, 어쩌면 이들이 처한 절박한 상황이 반영된 결과는 아닐까 하는 우려도 든다. 규모와 수의 열세는 자연스럽게 극복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며, 특히 중소기업에 대한 보다 적극적인 지원이 필요해 보인다.
이때 ‘지원’은 단순한 비용 보조에 그치지 않는다. 규모나 수와 무관하게 전시의 질적 수준을 높일 필요가 있다. 작은 부스라도 관람객의 발길을 멈추게 하는 연출이 가능해야 한다. 샘플 배치, 설명 문구 작성, 컬러 선택 등에도 전문성이 요구된다. 기술이 가장 중요한 것은 사실이지만, 이곳은 전시회다. 엔지니어뿐 아니라 구매 담당자, 연구원, 학생 등 다양한 방문자가 존재한다. 경쟁사보다 눈에 띌 수 있는 연출력과 의사소통 역량도 중요하다. 언어는 한국 기업만의 과제가 아니다. 많은 비영어권 소형 기업들에서도 흔히 발견되는 약점이다. 발표 자료의 글꼴, 단어 수, 배치, 색상 등 사소해 보이는 디테일이 전시 품질을 좌우한다. ‘스토리’가 있어야 기억에 남는다. 이 또한 차별화의 영역이다.
가능할지는 미지수지만, 소수인 만큼 공동 대응도 고려해볼 만하다. 지금은 각기 따로 신청해 서로 다른 홀에 흩어져 있는 우리 기업들을 한 구역에 모을 수는 없을까? 한국 기업만으로 전시 구역을 구성하거나, 적어도 주요 구역의 ‘주축’이 될 수는 없을까? 여러 기업이 협력해 쇼케이스나 공동 프로모션을 진행하는 것도 상상해볼 수 있다.
무엇보다 유럽 시장의 전략과 흐름을 읽는 것이 중요하다. 하나의 예로, 유럽에서는 ‘수리 가능성’과 ‘디본딩 기술’이 단순한 기술이 아닌 상징적 메시지를 담은 핵심 과제로 인식된다. 수십 조 규모의 대기업들이 이 분야에 몰두하는 이유는 시장 규모만이 아니라, 그 기술이 상징하는 지속가능성과 순환경제의 가치 때문이다. 이와 맞물려, 배터리 수리·재사용·재활용 기술 및 관련 기업에 대한 관심도 급격히 커지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의외로 빠르게 이 흐름을 읽고 발 빠르게 대응한 기업이 있다. 포엔은 이 분야에 특화해 사업을 시작했으며, 이번 배터리 쇼에도 참가했다. 준비에 쏟은 열정과 노력은 분명했지만, 현지 시장의 높은 관심도를 고려할 때 보다 눈에 띌 수 있도록 지원을 받았다면 좋았겠다는 아쉬움이 남는다. 예컨대 배터리얼, 네바 같은 첨단 소재 기업들과 함께 전시 공간을 구성해 상호 간 시너지와 주목도를 높이는 방향도 가능하지 않았을까 상상해 본다.
필에너지의 부스에서 발견한 태극기가 눈에 띈다. (출처: 이건우)
에너테크 인터내셔널의 종합적 역량이 잘 전시되어 있어 눈길을 끈다. (출처: 이건우)
국내에서 고도화 한 배터리 재제조와 재사용 노하우를 바탕으로 글로벌화를 추진 중인 포엔 팀. 리스크 높은 사용 후 배터리를 다루는 사업의 특성상 트러스트라는 말이 중요하게 와 닿는다. (출처: 이건우)
끝으로, 이번 행사에서 가장 뚜렷하게 체감된 변화는 방문객 수의 감소였다. 최근 3년 이상 꾸준히 참석해 온 참가자들 사이에서는 "체감상 절반 수준, 아니 그 이하"라는 의견이 공통적으로 나왔다. 주최 측의 공식 통계는 이러한 정성적 평가보다 차이가 적을 수도 있다. 그러나 행사장 전반에서 느껴지는 활력 저하는 분명 우려스러운 지점이다.
최근 몇 년간 유럽은 배터리 공급망을 구축하기 위해 천문학적인 투자를 단행해 왔다. 그러나 지난해부터 하나둘씩 실패 사례가 등장하기 시작했다. 작년 유럽 내 대표 주자였던 노스볼트의 부진 소식이 전해지던 시기, CATL의 창업자 로빈 정은 한 인터뷰에서 “왜 유럽 기업들이 배터리 대량 생산에 실패할 수밖에 없는지”에 대한 견해를 밝힌 바 있다. 이에 대해 유럽은 반발하기보다 오히려 중국 의존도를 높이는 방향을 택했다. 이 같은 흐름은 전동화 전환 속도에서 뒤처지는 독일 완성차 업계의 절박함을 드러낸다. 결과적으로 유럽의 배터리 공급망 구축은 점점 더 어려운 길이 되고 있다. 심지어 고부가가치를 노리며 틈새시장을 겨냥했던 커스텀셀즈(Customcells)조차 본격 출범도 전에 좌초하고 말았다. 유럽의 기대를 한 몸에 받고 있는 파워코(PowerCo)에게 남겨진 부담은 더욱 커진 상황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근에는 희망적인 신호도 감지되고 있다. 유럽 전기차 시장이 서서히 회복세를 보이고 있으며, 이에 맞춰 한국 기업들도 인산철리튬(LFP), 고리튬망간계(LMFP) 등 새로운 소재 라인업을 빠르게 선보이고 있다. 유럽 내에서는 벤츠와 BMW가 중고체 및 전고체 전지에 대한 필드 테스트를 시작했다는 소식도 연이어 전해지고 있다. 이러한 시장 회복 조짐, 한국 업체들의 기술 다변화 노력, 첨단 기술을 통한 차별화 전략은 유럽 내 동력을 다시 끌어올릴 중요한 요인이 될 것이다. 지금은 바로 그 ‘몇 년 후’를 준비해야 할 시점이다. 유럽 공급망 전반에 한국 기업들이 안정적으로 참여할 수 있도록, 전략적이고 지속적인 프로모션이 병행되어야 한다. 배터리 쇼 유럽 2026에서는 더 강해진 한국 기업의 존재감이 확인되기를 기대해본다.
※ 대한민국 국적 참여 업체 BAESOL Co., Ltd., Betterial Co., Ltd., EnerTech International, EVSIS Co., Ltd., GL Chem Co., Ltd., Hansol Chemical Co., Ltd., Innometry, South Korea, Interzero System Co., Ltd., IREA TECH, Korea Aluminium Co., Ltd., Korea International Trade Association, Korea Material Development Co., Ltd., Korea Vacuum Limited, LILLEM, MarooOn Inc., MEK Inc., Mintech Co., Ltd., mPLUS CORP., NanoTIM Co., Ltd., Neba Corporation, NS Materials Co., Ltd., NS World, Onbridge Inc., Philenergy Co., Ltd., PNT, POEN Co., Ltd., SBTL Advanced Materials Co., Ltd., Shinhwa Metal Co., Ltd., SWECO Inc., The Program for the Innovation Cluster Development of Region (Ulsan, Korea)
※ 위 원고는 현지 외부 전문가가 작성한 원고로, (사)경북PRIDE기업 CEO협회의 공식 의견이 아님을 알려드립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