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verity: Notice
Message: Undefined index: HTTP_ACCEPT_LANGUAGE
Filename: libraries/user_agent_parser.php
Line Number: 226
Severity: Notice
Message: Undefined index: HTTP_ACCEPT_LANGUAGE
Filename: libraries/user_agent_parser.php
Line Number: 226
문화강국 프랑스의 '박물관의 밤(Nuit des Musées)' 행사 | |||
---|---|---|---|
경북 수출지원 해외 서포터즈 / 임유정(프랑스)
지난 5월 17일, 프랑스에서 ‘박물관의 밤’ 행사가 올해도 성황리에 개최됐다. 프랑스를 대표하는 문화 강국의 위상을 보여주는 이 연례행사는 매년 5월 셋째 토요일 밤에 열린다. 대개 오후 6시부터 시작해 자정 또는 그 이후까지 이어지며, 프랑스 전역의 1,000개가 넘는 박물관과 다양한 문화 시설이 시민들에게 대부분 무료로 개방된다.
(출처: 프랑스 박물관의 밤 공식 홈페이지)
‘박물관의 밤’ 행사의 시작과 현재
‘박물관의 밤’은 2005년 프랑스 정부의 문화 대중화 정책의 일환으로 시작되었으며, 시민들이 보다 자유롭고 친숙하게 문화 자산에 접근할 수 있도록 기획됐다. 행사는 문화부 주도로 지방자치단체 및 개별 박물관과 협력해 운영된다.
올해로 21회를 맞은 ‘박물관의 밤’은 단순한 연례 행사를 넘어, 문화 산업의 대중화는 물론 지역 문화 균형, 관광 활성화, 경제 파급 효과 창출 등 다양한 목적을 수행하는 문화 정책의 핵심 수단으로 자리매김했다.
조명을 활용한 공연, 음악회, 워크숍, 가이드 투어, 인터랙티브 체험, 영상 상영 등 다채로운 야간 프로그램은 전통적인 박물관을 복합 문화 공간으로 확장하는 역할도 한다. 특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을 겪으며, 디지털 기술을 활용한 가상 투어와 온라인 콘텐츠와의 연계도 강화되고 있다.
‘박물관의 밤’ 행사는 21년의 역사를 거치며 프랑스를 비롯해 독일, 이탈리아, 스페인 등 약 30개국 이상이 동시에 참여하는 유럽 차원의 문화 축제로 발전했다. 프랑스는 이 행사를 통해 자국의 문화유산을 전 세계에 알리는 동시에, 유럽 문화 연대의 중심 국가로서의 정체성을 강화하고 있다. 라시다 다티 문화부 장관은 행사 관련 보도자료에서 “올해 유럽 전역에서 약 3,000개가 넘는 박물관 및 문화 시설이 행사에 참여한다”고 밝혔다.
다채로운 행사 구성
‘박물관의 밤’ 행사의 핵심은 박물관의 야간 개방이다. 평소 밤에는 문을 닫는 박물관들이 늦은 시간까지 문을 열어 색다른 분위기 속에서 관람할 수 있다. 특히 야간 개장인 만큼, 다채로운 조명 연출로 전시 공간이 특별한 문화 공간으로 변모한다.
일부 박물관은 소장품을 주제로 한 특별 행사뿐 아니라, 남녀노소 누구나 즐길 수 있는 연극, 무용, 음악 공연, 플래시몹, 어린이 체험 워크숍 등 다양한 예술 체험 프로그램도 제공한다.
루브르 박물관 무료 개방이 시작되는 시간까지 외부에서 기다리는 관람객들 (출처: 임유정)
프랑스를 대표하는 박물관들도 ‘박물관의 밤’ 행사에 대거 참여한다. 파리의 대표 박물관인 루브르 박물관은 작년 기준 연간 관람객 수가 870만 명에 이른다. 유리 피라미드로 전 세계 관광객을 끌어들이는 루브르는 올해 행사 기간 중 오후 1시 30분부터 5시 30분까지 학생 대상 교육 프로젝트를 운영했다. 이후 오후 6시부터는 예약한 일반 관람객에게 무료로 개방하고 특별 프로그램도 진행했다. 참고로 평소 루브르 박물관의 입장료는 22유로(한화 약 3만 4,700원)다.
루브르 박물관의 특별 프로그램에는 르완다 전통 무용단과 부룬디 왕실 드럼 연주자들의 협연, 카드 자수 작업 및 그림자 인형극 제작 워크숍, 일부 작품에 대한 전문가 해설 등이 포함되었다.
박물관의 밤’ 행사 중인 오르세 미술관 (출처: 임유정)
2024년 방문객 수가 375만 명에 달했던 오르세 미술관도 행사에 참여했다. 오르세 미술관은 오후 6시부터 밤 10시까지 시민들에게 무료 개방됐으며, 특별 공연으로는 전시 ‘라흐 에 덩 라 뤼(L’art est dans la rue)’와 연계한 19세기 몽마르트르 언덕 카바레 공연, 6~8세 어린이를 위한 창작 워크숍, 가족 단위 방문객과 함께하는 주요 작품 투어 등이 준비됐다.
행사 참여자 수 등 방문자 통계
‘박물관의 밤’ 행사는 21년의 역사를 거치며 매년 수백만 명의 시민과 관광객이 참여하는 대형 연례행사로 자리 잡았다.
프랑스 문화부 통계에 따르면 전국적으로 약 200만 명 이상의 관람객이 행사에 참여했으며, 이 중 70%는 35세 이하의 젊은 층이었다. 평소 박물관 방문자 통계와 비교할 때 젊은 세대 비중이 두 배가량 높다는 점이 눈에 띈다. 젊은 층의 높은 참여율은 ‘야간 개방’과 ‘다양한 참여형 프로그램’이 주요 요인으로 분석된다. 그 외에도 전체 방문객 중 36~55세 인구가 약 20%, 55세 이상이 10%를 차지했다.
한편, 2025년 ‘박물관의 밤’ 행사에 참여한 프랑스 내 박물관 수는 약 1,300개소로 역대 최다를 기록했다. 관람객 수는 아직 공식 집계 전이지만, 파리 올림픽과 연계된 관광객 증가로 작년 대비 10만 명 증가한 약 220만 명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문화의 대도시 집중 현상
방문객 거주 지역을 살펴보면, 파리를 포함한 수도권인 일 드 프랑스(Île-de-France) 지역 시민이 약 60%를 차지했고, 지방 및 농촌 지역 주민은 25%, 나머지는 외국인 관광객이었다. 참여자의 절반 이상이 수도권에 거주한다는 점은 대도시 중심의 문화 집중 현상이 여전히 심하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이 같은 문화의 대도시 집중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프랑스 문화부는 올해 ‘문화와 농촌’ 계획의 일환으로 농촌 지역 박물관들을 특별히 조명하고 있다. 우선 전국 농촌 박물관 가이드를 애플리케이션 형태로 출시해 시민들에게 제공한다. 이 가이드는 각 지역의 풍부한 역사와 뛰어난 소장품을 보유한 농촌 박물관들을 소개한다.
‘박물관의 밤’ 행사의 경제적•사회적 영향
5월 셋째 토요일, 단 몇 시간 동안 진행되는 ‘박물관의 밤’ 행사는 프랑스 경제와 사회에 큰 영향을 미친다. 먼저 박물관이 위치한 지역에 관람객이 몰리면서 숙박업과 요식업 등 지역 경제가 활성화되는 효과가 있다.
지역 사회뿐만 아니라 박물관 자체에도 수입이 증가한다. 비록 박물관 입장은 무료지만, 기념품샵 이용이나 특별 전시 관람 등을 통해 수익이 늘어난다. 대중에게 잘 알려지지 않은 박물관의 경우, 행사 참여로 인해 박물관의 존재가 알려져 시민들에게 홍보되는 효과도 크다. 사회적 영향으로는 대중의 문화 접근성이 크게 향상된다는 점이 있다. 예를 들어 루브르 박물관의 일반 입장료가 22유로인데, 이는 프랑스 최저 시급(세전 약 11.88유로)을 고려할 때 약 2시간 노동에 해당한다. 입장료가 비싼 박물관이 무료로 개방되면서, 평소 문화생활을 즐기기 어려웠던 시민들에게 박물관 문턱을 낮춰주는 역할을 한다.
‘박물관의 밤’ 행사는 문화부 주최로 진행되지만 교육부도 적극 참여한다. 박물관들은 특히 어린이를 위한 다양한 프로그램을 준비해 교육적 효과를 극대화한다. 올해 문화부와 교육부가 공동으로 추진하는 ‘교실, 작품!’ 프로그램에서는 학생들이 학기 중에 공부한 작품을 바탕으로 해설을 맡아, 하룻밤 동안 ‘문화 전달자’ 역할을 수행한다. 학생들이 주체적으로 참여함으로써 자국 박물관이 지닌 문화유산을 이해하고, 타인과 교류하는 기회를 얻는 뜻깊은 경험이 된다.
프랑스 문화부와 교육부가 공동으로 추진하는 ‘교실, 작품!’(La classe, l'œuvre) 프로그램 참여 모습 (출처: musba-bordeaux)
유럽 및 아시아 국가의 문화 행사와의 비교
‘박물관의 밤’ 행사는 유럽 전역에서 열리지만, 각국에도 비슷한 자체 행사가 있다. 이탈리아에서는 ‘노떼 데이 무제이(Notte dei Musei, 박물관의 밤)’가 5월 중 개최된다. 이 행사에 참여하는 박물관들은 대부분 무료 개방하지 않지만, 일부는 입장료를 1유로만 받는다. 주요 프로그램은 음악 공연과 문학 행사다.
(좌) 이탈리아 ‘노떼 데이 무제이(Notte dei Musei)’, (우) 스페인 ‘노체 데 로스 무세오스(Noche de los Museos)’ 포스터
스페인에서는 ‘노체 데 로스 무세오스(Noche de los Museos, 박물관의 밤)’ 행사가 역시 5월 중 열리며, 주로 연극과 춤 중심의 퍼포먼스형 행사가 주를 이룬다. 독일과 폴란드도 박물관의 밤 행사를 진행하지만, 프랑스와 달리 중앙 정부 주도 대신 각 도시가 자율적으로 운영한다. 이에 따라 프랑스보다 다양성과 지역성이 더 강한 특징이 있다. 아시아 지역에도 박물관 및 문화유산 관련 행사가 다수 있으나, 유럽과는 성격이 다소 다르다. 아시아 국가들은 주로 행정 기관이 주도해 문화 접근성을 높이는 데 중점을 두며, 시민 참여와 체험 중심 요소는 상대적으로 약한 편이다.
한국의 경우 ‘박물관의 밤’과 유사한 행사로 ‘문화가 있는 날’, ‘서울 문화의 밤’, ‘박물관과 미술관 주간’이 있다. ‘문화가 있는 날’은 매달 마지막 주 수요일에 운영되어 행사 규모가 상대적으로 작다. ‘서울 문화의 밤’은 프랑스 행사처럼 박물관을 야간 개장하지만, 운영 시기는 여름철에 집중되고 서울 지역에 한정된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문화 강국 프랑스는 ‘박물관의 밤’ 행사를 통해 내국인에게 문화생활 기회를 제공할 뿐 아니라 외국인 관광객도 유치한다. 또한 국가가 통합해 행사를 운영함으로써 대도시뿐 아니라 지역의 크고 작은 박물관들도 포함되어 지역 경제 활성화에도 기여한다. 프랑스는 이 행사를 통해 유럽의 문화 수도로서 입지를 확고히 하고 있다.
※ 위 원고는 현지 외부 전문가가 작성한 원고로, (사)경북PRIDE기업 CEO협회의 공식 의견이 아님을 알려드립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