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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와의 전면전, 물이 부족한 모로코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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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 수출지원 해외 서포터즈 / 박한별(모로코)
2025년 초여름, 모로코 중부의 평야에는 흙먼지만 날릴 뿐, 물줄기는 자취를 감췄다. 불과 10년 전만 해도 푸르렀던 농경지엔 이제 메마른 잡초만이 간신히 뿌리를 내리고 있다. 카사블랑카 인근의 한 농부는 이렇게 말했다.
"예전엔 봄이면 꼭두새벽부터 물을 대려고 물길을 텄죠. 이젠 땅을 갈아도 물이 없어요. 비는 안 오고, 저수지도 바닥났고… 젊은 애들은 다 도시로 떠났죠."
장기 가뭄과 물 부족의 심화
모로코는 북아프리카에서도 가장 건조한 국가 중 하나다. 하지만 2023년부터 이어진 장기 가뭄은국가 전체의 생존 문제로 확대되고 있다. 2024~2025년 겨울과 봄 강수량은 평균 대비 60% 이상 감소했고, 주요 저수지의 수위는 사상 최저치를 기록했다. 특히 카사블랑카 남쪽의 알마시라(Al Massira) 댐은 9년 전과 비교해 수위가 3% 수준까지 떨어졌다는 위성 분석 결과도 나왔다.
(출처: atalayar.com)
물 부족이 일상화되면서 전국 평균 저수율은 30% 이하로 떨어졌고, 일부 지역은 10%에도 못 미치는 수준까지 하락했다. 수돗물보다 비싼 병입수(mineral water)에 의존하는 가정도 늘고 있으며, 일부 저소득 지역 주민들은 매일 수 시간씩 급수차 앞에 줄을 서야 하는 현실에 처해 있다. 수도 라바트와 카사블랑카, 마라케시 일부 지역에선 야간 단수가 시행 중이며, 농촌 지역 중에는 제한된 시간에만 물을 공급받는 곳도 있다. 관공서, 골프장, 녹지 공간에서는 물 사용이 금지되었고, 불법 우물에 대한 단속도 강화되었다.
수자원 비상 대응 전략
모로코 정부는 2025년 초부터 전국적인 ‘수자원 비상계획’을 시행하고 있다. 핵심 전략은 다음과 같다.
• 워터 하이웨이(Water Highway): 북부의 세부(Sebou) 강에서 물을 끌어와 라바트와 카사블랑카로 보내는 대규모 지하 관로 프로젝트다. 총 67km 길이로 연결되며, 하루 약 17만㎥ 이상의 물을 공급해 대도시의 식수 문제를 완화하고 있다. 이 사업에는 약 7억 달러가 투입되었으며, 앞으로 페즈와 메크네스 등 내륙 도시로의 확대도 검토되고 있다.
• 비상 물 수송 장비: 사하라 인근과 내륙 고지대 지역에는 총 582대의 물탱크 트럭, 4,400개 이상의 급수탱크, 41대의 이동식 정수 장비가 배치되어 긴급 급수가 이뤄지고 있다. 일부 지역에서는 군과 협력해 비상 물 배급이 이루어지고 있으며, 학교와 병원을 중심으로 우선 공급 조치가 시행되고 있다.
(출처: en.hespress.com)
• 해수 담수화 플랜트 확대: 아가디르, 사피, 엘자디다, 카사블랑카 등 6개 지역에 해수 담수화 시설이 운영 중이거나 건설되고 있다. 아가디르의 플랜트는 하루 30만㎥ 이상의 담수를 생산하며, 농업용과 식수용으로 병행 공급된다. 카사블랑카에 건설 중인 신형 플랜트는 북아프리카 최대 규모가 될 것으로 예상되며, 2026년 가동을 목표로 하고 있다.
정부는 2030년까지 물 관련 인프라에 약 17억 달러를 투자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출처: northafricapost.com)
도시화 가속과 농촌 붕괴
가뭄은 농업 기반을 흔들며 농촌의 삶을 송두리째 바꾸고 있다. 곡물 생산량은 60% 이상 감소했고, 가축 수도 40% 가까이 줄었다. 농업 종사자들은 생계 유지가 어려워지자 농촌을 떠나 도시로 이동하고 있다.
도시에서는 갑작스럽게 유입된 인구로 인해 주거난과 비공식 취업 문제가 심화되고 있다. 카사블랑카와 페즈 주변에는 급속히 확장되는 비공식 정착촌이 생겨났으며, 일부 지역 주민들은 수돗물조차 연결되지 않은 채 생활하고 있다.
한편 농촌은 고령화와 인프라 축소로 더욱 빈곤해지고 있으며, 전통 농경지였던 땅들이 방치되거나 외국 자본에 의해 기업형 농업 단지로 전환되는 사례도 늘고 있다. 이로 인해 지역 주민들과의 갈등이 발생하고 있으며, 일부 지역에서는 농업 기반 지역사회가 사실상 해체되는 수준에 이르렀다.
종교와 일상의 변화
물 부족은 사람들의 신앙과 문화, 일상 전반을 흔들고 있다. 특히 공공목욕탕인 함맘(Hammam)은 2024년부터 라바트, 탕헤르 등 여러 도시에서 주 3일 이상 영업을 중단하고 있다. 이러한 조치는 20만 명 이상의 종사자와 수많은 주민의 삶에 영향을 미치며, 공동체 중심의 위생 문화가 위축되고 있다.
종교 영역에서도 변화가 감지된다. 일부 모스크는 세정(Wudu)을 위한 공동 물 사용을 줄이고, 개인 물병 지참을 권고하고 있다. 이는 아직 전국적으로 확대된 조치는 아니지만, 물 절약을 위한 자발적인 실천이 종교적 공간에서도 시작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청년 세대의 기술 혁신
기후 위기를 계기로 일부 청년들은 ‘기후 정의(Climate Justice)’를 외치며, 기술과 실천을 통해 대응하고 있다. 2025년 페스(Fès)에서 열린 Mediterranean Youth Water Hackathon에는 500여 명이 신청했고, 최종 선발된 28명의 청년 혁신가들이 물 절약 및 스마트 농업 솔루션을 발표했다. 이들은 데이터 센서를 활용한 토양 수분 모니터링, 태양광 기반 자동 관개 시스템 등을 제안하며 실질적인 대안을 제시했다.
(출처: ufmsecretariat.org)
한편, ‘Wash Minute’ 같은 친환경 스타트업은 한 번의 세차에 5리터 이하의 물만 사용하는 혁신적인 서비스로 주목받고 있다. 이 외에도 라바트, 마라케시, 아가디르 지역의 청년 창업 커뮤니티에서는 수자원 관리, 폐수 재활용, 저비용 담수화 기술 개발 등 다양한 실험이 이루어지고 있다. 이는 모로코 청년들의 기술력과 환경 감수성이 결합된 혁신의 한 예로 볼 수 있다.
선택의 기로에 선 사회
모로코는 지금, ‘물’이라는 절대적 요소 앞에서 국가적 각성을 맞이하고 있다. 인프라 투자, 기술 도입, 청년들의 참여는 분명 희망의 씨앗이지만, 그 열매를 맺기 위해서는 지속적이고 전방위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기후 변화는 국경을 넘고, 물 위기의 충격파는 세대와 계층을 가리지 않는다.
지속가능한 미래를 위해서는 기술과 정책뿐만 아니라, 지역 사회의 연대와 혁신적인 창의성이 함께 뒷받침되어야 한다.
※ 위 원고는 현지 외부 전문가가 작성한 원고로, (사)경북PRIDE기업 CEO협회의 공식 의견이 아님을 알려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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