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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네시아 실업률과 직업박람회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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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 수출지원 해외 서포터즈 / 배동선(인도네시아)
쁘라보워 수비안토 대통령이 취임한 지 반년을 조금 넘겼다. 인도네시아의 대통령 임기가 5년이니, 전체 임기의 약 10%가 지난 셈이다.
인도 디펜스 국방 박람회 개막식의 쁘라보워 수비안토 대통령(가운데), 오른쪽이 샤프리 샴수딘 국방장관 (출처: 인도네시아 내각사무처 홈페이지)
그는 강력한 리더십을 추구하며, 최근 군사법 개정안을 통과시켜 국방부나 국정원 외에도 더 많은 정부 부처와 기관에 현역 군인을 배치할 수 있도록 했다. 쁘라보워 대통령은 실전이 한창이던 동티모르와 파푸아에서 오랜 경험을 쌓았고, 이후 특전사령관을 거쳐 중장까지 진급했다. 여기에 조코 위도도 전 대통령 재임 당시 국방장관으로 재직하며, 특별 진급으로 대장 계급까지 받았다. 이제는 현역 시절부터 호흡을 맞췄던 샤프리 샴수딘을 국방장관에 기용한 만큼, 정부 민간 부문에서 군의 존재감이 커지고 있다는 것은 쁘라보워 대통령의 장악력이 그만큼 강해졌다는 뜻이기도 하다.
그가 얼마나 '뼛속까지 군인'인지 보여주는 대목은, 작년 10월 새 정부 출범 당시 모든 장·차관들을 중부 자바 마글랑(Magelang)의 육군사관학교로 소집해 3박 4일간 군대식 집체 훈련을 실시한 데서도 드러난다.
당선자 시절부터 그는 동남아와 중동을 중심으로 세계 곳곳을 누비며 각국 정상들과 활발히 교류해 왔고, 이러한 거침없는 정상외교는 대통령 취임 이후에도 계속되고 있다. 특히 한국 외교가 12.3 계엄사태 이후 사실상 정체되었을 때에도, 그는 프랑스의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 인도의 나렌드라 모디 총리, 튀르키예의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대통령 등과 잇따라 회담을 가졌다. 6월 중순에는 러시아의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과의 회담도 예정돼 있다.
인도네시아의 기본 외교 노선은, 대부분의 국가처럼 자국 이익을 최우선으로 삼는 실리외교인데, 쁘라보워 대통령은 그중에서도 특히 철저한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그는 국방장관 시절, 한국과 공동 개발 중이던 KF-21 전투기의 분담금을 장기간 납부하지 않았고, 인도네시아 연구원이 전투기 관련 기밀을 반출하려다 한국에서 억류되는 사건까지 벌어졌다. 그럼에도 그는 오히려 한국 정부로부터 분담금 1조 원을 감액받는 양보를 끌어내는 데 성공했다. 산업스파이 행위에 대한 사과나 배상보다 먼저, 오히려 실리를 챙긴 이 협상은 쁘라보워의 외교적 수완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다.
그러나 그렇게 줄어든 분담금조차 아직 납부하지 않은 상황에서, 인도네시아는 프랑스 라팔 전투기 구매 계약을 체결했고, 초도 물량이 최근 도착했다. 또한 UAE로부터 중고 미라지 전투기를 도입하기도 했다. 라팔 전력화에 앞서, 같은 프랑스제인 미라지 전투기로 훈련을 진행하겠다는 의도다.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바로 얼마 전, 인도네시아 방산박람회인 인도 디펜스 전시회(Indo Defence 2025 Expo & Forum) 첫날인 6월 11일(수), 인도네시아는 튀르키예의 카안(KAAN) 전투기 48기를 구매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이 전투기는 한국의 KF-21과 유사한 성능을 갖춘 기종으로, 막 시제기의 시험비행을 마친 상태였다. 이는 한국과 KF-21 프로젝트에 부담을 더해준 결정이었다. 이미 미라지 전투기 등 유사한 성능과 용도의 항공기를 다수 확보한 인도네시아가 과연 약속대로 KF-21을 구매할지, 아니면 최소한 디스카운트까지 받은 분담금이라도 납부할지 한국으로서는 우려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다.
실제로 해당 보도가 나온 지 며칠 지나지 않아, 인도 디펜스 박람회가 아직 끝나기도 전에 한국과 인도네시아는 KF-21 분담금을 6,000억 원으로 최종 합의했다는 보도자료를 급하게 발표했다. 인도네시아가 사실상 한국 측에 큰 압박을 가한 셈이다. 이것 또한 전술이자 기술이라고 볼 수 있다.
KF-21 한국형 전투기 (출처: 한국항공우주산업 홈페이지 갈무리)
쁘라보워 정부는 무기 체계 업그레이드에 있어 자국 이익을 극대화하는 데 집중하며, 한국의 눈치를 보지 않는 과감한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이에 대해 일부에서는 우려를 제기하지만, 강력한 리더십을 선호하는 인도네시아 국민 다수는 오히려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최근 여론조사에서는 무려 81%의 국정 지지율이 나타났다.
이 같은 높은 지지율은 쁘라보워 정부의 강경한 외교와 리더십 뿐아니라, 국내에서 진행 중인 여러 포퓰리즘 정책의 영향도 크다. 조코 위도도 전 대통령은 자카르타 MRT, 수도권 LRT 건설, 전국 고속도로망 확충, 동칼리만탄으로의 수도 이전 프로젝트 등 대규모 인프라 사업을 통해 국가 발전에 기여했지만, 정작 국민 개개인의 삶의 질은 크게 나아지지 않았다는 지적이 있었다.
이 점이 쁘라보워 대통령에게는 정치적 기회가 됐다. 그는 제한된 국가 예산을 자신의 포퓰리즘 공약 실현에 집중하며 민심을 얻었고, 그 과정에서 전 정권의 인프라 사업들은 사실상 중단됐다. 그의 대표적인 포퓰리즘 정책으로는 연간 420조 루피아(약 35조 원)가 소요될 전국 학생·임산부 대상 무상급식 프로그램, 비슷한 규모의 예산이 필요한 전국 마을 단위 협동조합 지원사업, 빈민을 위한 무상 기숙학교 설치의 조기 추진 등이 있다. 모두 이전에는 없던 신규 정책들로, 그만한 재원을 새로 마련해야 했다.
뿐만 아니라 자원 분야에서는 다운스트림 산업 육성을, 농업 분야에서는 식량 자급을 목표로 한 대규모 ‘푸드 이스테이트(Food Estate)’ 건설 등 거대 프로젝트도 확대 추진 중이다.
이처럼 막대한 예산이 소요되는 공약 사업들에 우선순위를 두는 과정에서, 쁘라보워 정부는 기존 각 부처와 기관들의 확정 예산을 무리하게 삭감해 전용했으며, 심지어 지자체에 내려 보내는 지방 교부금까지 크게 줄이는 조치를 취했다.
정부 부처, 기관, 지자체의 예산을 극단적으로 삭감한다는 것은 단순히 허리띠를 졸라매는 정도로 해결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정부 말단 조직의 공무원들과 공립학교 교사들은 월급이나 복지수당이 제때 지급될지 불안해하고 있으며, 서민들이 받던 각종 사회보장 서비스는 축소되고, 저소득층 학생들의 장학금도 끊기고 있다. 이로 인해 국민들의 불만은 전국적인 시위로 분출됐다.
시민단체와 대학생들을 중심으로 보다 나은 거버넌스를 요구하는 시위가 이어지고 있지만, 쁘라보워 정권은 여전히 81%에 달하는 높은 국정 지지율을 유지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일부 시위 참가자들이 체포되거나 법적 제재를 받는 사례가 발생하면서, 표현의 자유와 집회의 권리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그러나 정부가 정책 비판 여론을 통제할 수는 있어도, 정책의 결과로 드러나는 경제지표는 숨기기 어렵다. 실제로 정부가 월별 또는 분기별 주요 경제지표 발표를 예정 직전에 취소하거나 연기하는 사례가 반복되고 있으며, 이는 부정적인 내용을 보다 신중히 정리하거나 조정하려는 시도로 해석되기도 한다.
이러한 경제지표 중 국민이 가장 체감하는 것은 아마도 환율일 것이다. 다음은 야후 파이낸스(Yahoo Finance)에서 확인한, 지난 1년간 미국 달러 대비 인도네시아 루피아 환율 변화다.
루피아 환율 (출처: 야후 파이넌스 2025년 6월 16일자 환율정보 캡쳐)
조코 위도도 전 대통령 시절이라고 해서 경제 상황이 특별히 좋았던 것은 아니지만, 공교롭게도 2024년 10월 쁘라보워 새 정부 출범 직전, 루피아 환율은 최저점을 기록했다(즉, 루피아 가치가 가장 높았던 시점이었다). 이후 환율은 급등세를 보이며 루피아 가치가 급락했고, 5월부터 다소 진정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물론 환율 하나만으로 인도네시아 경제 전반을 단정할 수는 없지만, 거칠게 말하면 쁘라보워 정부 출범 초기 ‘경제에 긍정적인 변화가 올 것’이라는 기대감으로 루피아 가치가 상승했다가, 실제 드러난 포퓰리즘 성향의 정책들에 실망한 시장 반응이 루피아 하락으로 이어졌다고 볼 수 있다.
5월 초 이후 루피아가 반등세를 보이긴 했지만, 이는 인도네시아 내부의 긍정적인 요인보다는, 당시 미국 트럼프 행정부가 중국과 벌이던 관세 전쟁에서 불리해지며 달러 가치가 하락한 국제 금융시장 영향으로 보는 게 타당하다. 현재 루피아 환율은 1달러당 약 16,000루피아로, 이는 1998년 수하르토 하야와 자카르타 폭동을 불러온 외환위기 시기와 크게 다르지 않은 수준이다.
이러한 환율 변동은 쁘라보워 대통령 취임 이후 인도네시아 경제 상황이 악화되고 있음을 시사한다. 그 첫 번째 징후는 수만 명의 종업원을 고용했던 대형 섬유회사 스리텍스(Sritex)의 폐업에서 나타났다. 몰락하던 스리텍스는 2024년 10월 법원으로부터 파산 선고를 받았고, 마침 출범한 쁘라보워 정부는 국영기업부·무역부·산업부 등을 동원해 회생을 유도했지만 결국 회사를 살려내지 못했다. 경제는 군대식 밀어붙이기나 리더십만으로 해결되지 않는다는 점이 분명히 드러난 사례다.
만약 당시 정부가 전국 무상급식 프로그램에 쏟아붓던 막대한 예산의 일부라도 스리텍스 회생에 투입했더라면, 회사가 회복의 실마리를 찾고 이후 발생한 대규모 해고 사태를 어느 정도 막을 수 있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스리텍스가 무너지자, 그 시기를 전후해 전국에서 제조업체들의 대규모 구조조정과 정리해고가 줄을 이었다. 인도네시아 통계청(BPS)에 따르면, 2024년 2월 기준 인도네시아의 실업률은 4.76%, 실업 인구는 약 728만 명에 달한다.
그 사이 각 부처는 다양한 경제 부양책을 내놓았고, 중앙정부와 지자체 모두 실업률을 낮추기 위한 방안으로 전국 곳곳에서 취업박람회를 개최했다. 매번 엄청난 인파가 몰리면서 높은 관심을 입증했다. 2024년 2월 취임한 지방선거 당선 지자체장들 역시 앞다투어 취업박람회를 조직했다. 자카르타 주지사 쁘라모노 아눙에 따르면, 2024년 말 기준 자카르타에서만 약 35만 명의 실직자가 구직 중이며, 주정부는 이에 대응해 3개월마다 정기적인 취업박람회를 열겠다고 공언한 바 있다.
그러나 벌써부터 '취업박람회 무용론'이 제기되고 있다. 정부 지원을 받아 부스를 설치한 기업들이 실제 채용보다 브랜드 홍보에 더 집중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박람회를 통해 취업에 성공하는 구직자 수가 기대에 못 미치기 때문에, 일부에서는 지자체가 실적 부풀리기용 '보여주기 행사'를 벌이고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난 5월 27일 자바베카 찌까랑에 위치한 프레지던트 대학교 컨벤션센터에서 열린 ‘Bekasi Pasti Bekarja 2025(버카시에선 반드시 일할 수 있다)’ 박람회에는 약 2만 5,000명의 구직자가 몰리며 통제불능 상황이 벌어졌다. 64개 기업이 2,500개의 일자리를 제공했지만, 현장은 혼잡과 과밀로 몸살을 앓았고, 일부 참가자들이 인파에 휩쓸려 실신하거나 특정 부스에 몰려 충돌이 발생하는 등 안전사고도 잇따랐다. 이는 인도네시아, 특히 수도권 서민층이 처한 심각한 구직 경쟁과 경제적 어려움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당국은 취업박람회 외에도 구직자 편의와 권리 보호를 위한 여러 제도 개선을 추진 중인데, 일부 정책은 논란을 낳고 있다. 대표적으로 노동부는 채용 공고에서 연령 제한을 철폐하라는 지침을 내렸다. 너무 어리거나 너무 나이가 많아도 취업 기회를 부여해야 한다는 것이다. 또한 채용 시 요구되던 경찰 범죄경력조회서(SKCK)를 서류 목록에서 제외하자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이는 전과자에게도 동등한 취업 기회를 제공하겠다는 취지다.
또한 일부 기업들이 직원의 졸업장 원본을 신원보증용 담보처럼 회사에 보관하는 관행을 금지한 조치도 시행됐다. 이는 과거 현지 기업들이 외국인 근로자의 여권을 압수하듯 보관하던 비인도적인 관행을 막기 위한 조치로, 인도네시아처럼 졸업장이 필수 제출 서류로 통하는 나라에서 이를 보관하는 행위는 구직자의 자유로운 이직을 제약하는 결과를 초래하기 때문이다.
이 모든 조치들은 구직자들이 보다 수월하게 일자리를 찾을 수 있도록 환경을 개선하려는 취지지만, 기업 입장에서는 기존의 인사관리 방식을 포기하라는 일종의 양보 요구로 받아들여진다. 그러나 기업이 과연 구직자의 나이, 범죄경력, 학력을 전혀 확인하지 않고 블라인드 채용을 할 수 있을까? 이는 대규모 저임금 노동력이 필요한 광산이나 건설 현장이 아닌 이상, 인도네시아는 물론 한국에서도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일일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내 취업의 어려움으로 인해 해외 취업을 모색하는 인도네시아인들은 계속 늘고 있다. 이에 따라 해외 취업을 빙자한 사기 피해도 증가하고 있으며, 일부 구직자들은 말레이시아 등지로 밀입국을 시도하다 사고를 당하거나, 허위 정보에 속아 분쟁 지역에 억류되거나 불법 활동에 연루되는 사례도 이어지고 있다.
하지만 해외 취업은 저소득층 개인의 생계를 위해서든, 높은 실업률을 낮추려는 정부 당국의 입장에서든 분명히 필요한 정책적 수단이다. 이에 따라 쁘라보워 정부는 기존 노동부 산하 외청이었던 이주노동자보호청(P2MI)을 장관급 부처인 ‘이주노동자보호부’로 승격시키고, 올해 40만 명의 이주 노동자를 해외에 송출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그 첫 단계로 최근 정부는 대만, 일본, 아랍에미리트(UAE), 사우디아라비아, 독일, 슬로바키아, 튀르키예, 도미니카공화국 등 8개국에 5,000명의 노동자를 우선 송출하겠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아직 인력 송출에 대한 기본 협의가 이뤄지지 않았고, 인도네시아인 입국 비자 수속도 복잡한 한국은 이번 송출 대상국 목록에 포함되지 않았다.
한편, 2025년 1분기 인도네시아의 가계 소비 증가율은 4.89%에 머물렀고, 경제성장률은 정부 목표치인 5%를 밑도는 4.5%에 그쳤다. 세수 감소와 정부 지출 증가로 인해 발생한 재정적자는 31조 2,000억 루피아(약 2조 5,600억 원)로, 이는 GDP의 0.13% 수준이다. 구매력 저하와 중산층의 부채 증가에 대한 우려가 커지는 가운데, 높은 실업률과 구직자들의 어려움은 여전히 국정 지지율이 높은 쁘라보워 정부의 이면에 짙은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다.
※ 위 원고는 현지 외부 전문가가 작성한 원고로, (사)경북PRIDE기업 CEO협회의 공식 의견이 아님을 알려드립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