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 수출지원 해외 서포터즈 / 이대원(호주)

호주 대륙은 지금 중대한 전환점에 서 있다. 인구 고령화와 만성 질환의 증가라는 내부적 압력, 그리고 인도-태평양 지역 내 전략적 중요성의 증대라는 외부적 요인이 맞물리면서, 호주 정부는 미래 성장 동력을 확보하기 위해 의료 및 국방 분야에 대한 해외 투자를 적극적으로 유치하고 있다. 이러한 정책 기조는 전 세계 투자자들에게 매력적인 기회를 제공하며, 특히 한국 기업들은 호주 시장에서 주목할 만한 성공 사례를 만들어가고 있다.

고령화 사회의 도전과 의료 인프라의 혁신

호주는 다른 선진국들과 마찬가지로 인구 고령화라는 피할 수 없는 사회적 변화에 직면하고 있다. 65세 이상 인구의 지속적인 증가와 만성 질환 유병률의 상승은 의료 시스템에 막대한 부담을 안기고 있다. 이러한 도전에 대응하기 위해, 호주 정부는 의료 인프라 확충과 서비스 개선에 막대한 투자를 아끼지 않고 있다.

이러한 투자 전략의 핵심에는 공공-민간 파트너십(PPP) 모델이 존재한다. PPP는 정부와 민간 부문이 자금, 자원, 전문성을 결합하여 대규모 인프라 프로젝트를 수행하는 방식으로, 효율성과 혁신을 동시에 추구할 수 있다는 장점을 지닌다. 대표적인 사례가 바로 빅토리아주 멜버른 서부에 건설 중인 New Footscray Hospital 프로젝트다. 약 1조 3천억 원(약 12억 호주 달러)이 투입되는 이 병원은 500병상 규모로 조성되며, 최첨단 의료 시설을 갖춰 지역 주민들에게 고품질의 의료 서비스를 제공할 예정이다.

빅토리아주 멜버른 서부에 건설 중인 New Footscray Hospital 프로젝트 

(출처: Victorian Health Building Authority)

이 프로젝트에는 호주 국내 기업뿐만 아니라 일본, 미국, 영국 기업들이 참여한 Plenary Health 컨소시엄이 주도적으로 참여하고 있어, 국제적 협력의 중요성을 보여주고 있다. 이는 PPP 모델이 단순한 자금 조달을 넘어, 선진 기술과 운영 노하우를 공유하고 흡수하는 통로가 될 수 있음을 시사한다.

PPP 외에도 디지털 헬스케어, 바이오테크, 제약 분야는 호주의 의료 투자 유치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 코로나19 팬데믹을 겪으면서 원격 의료, 인공지능 기반 진단, 웨어러블 기기 등을 활용한 디지털 헬스케어 솔루션의 중요성이 더욱 부각되었다. 특히 디지털 헬스케어는 초기 단계 스타트업부터 대규모 기업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규모의 투자를 유치하며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바이오테크 및 제약 산업은 호주의 강력한 연구개발 역량과 청정한 환경을 기반으로 꾸준히 성장하고 있다. 호주는 세계적인 수준의 의학 연구 기관과 대학들을 보유하고 있으며, 이는 신약 개발, 백신 연구, 정밀 의료 등 첨단 바이오 기술의 발전을 촉진하는 토대가 되고 있다. 엄격하면서도 투명한 규제 환경은 글로벌 제약사들이 안심하고 임상시험 및 생산 시설에 투자할 수 있도록 하는 중요한 요소로 작용한다. 이러한 분야에서의 해외 투자는 호주의 의료 산업 경쟁력을 강화하고, 글로벌 헬스케어 시장에서 호주의 위상을 높이는 데 기여할 것으로 전망된다.

로열 퍼스 병원, 웰링턴 스트리트

(출처: Medical Forum)

인도-태평양 전략의 중심, 첨단 국방기술 투자

호주의 지정학적 위치는 인도-태평양 지역의 안정과 번영에 있어 핵심적인 역할을 요구하고 있다. 미국, 영국과의 안보 동맹인 AUKUS(오커스) 출범은 호주가 지역 안보의 주요 축으로 자리매김했음을 보여주는 상징적인 사건이었다. 이러한 전략적 중요성의 증대는 호주가 국방력 강화를 위해 막대한 투자를 감행하는 이유가 되고 있다. 특히 미래 전장 환경에 대비하고 잠재적 위협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첨단 국방기술 분야에 대한 투자를 집중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호주 정부가 중점적으로 투자하는 국방기술 분야 중 첫 번째는 장거리 타격 능력의 확보다. 핵추진 잠수함 도입을 포함한 해군력 증강과 고성능 미사일 개발은, 호주가 자국 이익을 보호하고 역내 안정에 기여할 수 있는 핵심 역량으로 간주되고 있다. 자율 시스템 및 인공지능(AI) 기술 역시 호주가 주목하는 분야다. 무인 항공기, 무인 수상함 등 자율 전투 플랫폼과 AI 기반 지휘통제 시스템은 미래 전쟁의 판도를 바꿀 핵심 기술로 인식되고 있다. 현대전에서 사이버 공간의 중요성이 증대됨에 따라, 호주는 국가 핵심 인프라를 보호하고 적의 사이버 공격에 대응할 수 있는 능력 확보에도 주력하고 있다.

(출처: Australian Department of Defence)

최근에는 차세대 암호 기술, 통신 보안, 정밀 탐지 분야에서 혁신을 가져올 것으로 기대되는 양자 기술에 대한 투자도 증가하고 있다. 현대 국방 작전에 필수적인 요소로 자리 잡은 군사 위성, 위성 통신, 우주 상황 인식 능력 증강에도 호주 정부는 힘을 기울이고 있다.

이러한 첨단 국방기술 분야에 투자하고자 하는 외국 기업들은 몇 가지 중요한 사항을 명심해야 한다.

첫째, 호주 국방 전략에 대한 깊이 있는 이해가 필수적이다. 호주 정부가 추구하는 장기적인 국방 비전과 우선순위를 정확히 파악해야만, 자사의 기술과 솔루션을 효과적으로 제안할 수 있기 때문이다.

둘째, FIRB(외국인 투자 심의 위원회) 승인 절차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 국방 관련 투자는 국가 안보와 직결되기 때문에, 엄격한 심사를 거치게 된다. 투명하고 철저한 준비만이 성공적인 승인을 이끌어낼 수 있다.

셋째, 현지 파트너십 구축은 성공적인 사업 추진을 위한 핵심 요소다. 호주 국방 산업 생태계에 대한 이해가 높고, 신뢰할 수 있는 현지 기업과의 협력은 복잡한 규제 환경을 헤쳐 나가고, 현지 요구사항을 충족시키며, 궁극적으로 프로젝트의 성공 가능성을 높이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마지막으로, 기술력 및 신뢰성 입증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첨단 국방기술은 고도의 신뢰성과 검증된 성능을 요구하기 때문에, 관련 실적과 레퍼런스를 통해 자사의 역량을 명확히 보여줄 수 있어야 한다.

한국 기업의 성공적인 호주 진출 사례: 한화와 이노스페이스

한국 기업들은 호주의 이러한 변화에 발맞춰 적극적으로 시장 진출을 모색하고 있으며, 이미 주목할 만한 성공 사례들을 만들어가고 있다. 특히 한화그룹(한화에어로스페이스, 한화시스템)은 호주 국방 사업에 깊이 참여하며, 한국 방위산업의 위상을 높이고 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호주 육군의 차세대 자주포 도입 사업인 '랜드 8116 Phase 1' 프로젝트에서 K9 자주포를 공급하며 약 1조 원 규모의 계약을 체결했다. 이 사업은 단순한 수출을 넘어 호주 현지 생산을 포함하는 것으로, 호주의 국방 산업 육성 정책에 부합하는 모범적인 사례로 평가받고 있다. 또한 한화디펜스는 호주 육군의 차세대 보병전투차량(IFV) 도입 사업인 '랜드 400 Phase 3' 프로젝트에서 레드백 장갑차를 통해 최종 후보에 올라 치열한 경쟁 끝에 최종 선정되었다. 이 역시 현지 생산을 통한 호주 내 일자리 창출 및 기술 이전이라는 점에서 호주 정부의 강력한 지지를 받고 있다.

한화디펜스 레드백 장갑차

(출처: Australian Government Defence)

한화그룹의 성공적인 호주 진출은 단순한 대기업의 성과를 넘어, 한국 중소기업에게도 새로운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한화의 공급망에 한국 중소기업들이 편입되면서, 이들 기업은 호주 시장에 간접적으로 진출하고 글로벌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하게 되었다. 이는 한국 방위산업 생태계 전반의 동반 성장을 이끌어내는 긍정적인 효과를 가져오고 있다.

또한, 우주 발사체 기업 이노스페이스와 같은 첨단 기술 분야 스타트업도 호주와의 직접적인 협력을 통해 글로벌 시장 진출의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이노스페이스는 호주 퀸즐랜드주 마리바에 위치한 시험장에서 발사체 시험을 진행하며, 호주의 우주 산업 발전에도 기여하고 있다. 이러한 사례들은 한국 기업들이 호주의 첨단 기술 분야에서 단순한 투자자를 넘어, 핵심 파트너로 자리매김할 수 있음을 입증하고 있다.

성공적인 호주 진출을 위한 현지화 전략

호주 정부는 자국 내 산업 육성과 고용 창출을 모든 투자 유치 정책의 핵심 목표로 삼고 있다. 따라서 외국 기업들은 단순히 제품이나 서비스를 수출하는 수준을 넘어서, 호주 경제에 실질적으로 기여하겠다는 의지를 명확히 보여주어야 한다.

이를 위한 핵심 전략은 바로 현지화다. 현지 생산 시설 구축, 연구개발(R&D) 투자, 현지 인력의 고용 및 교육 프로그램 운영 등을 통해, 호주 경제에 깊이 뿌리내리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중요하다.

또한, 현지 파트너십 구축은 성공적인 호주 진출의 필수 불가결한 요소다. 신뢰할 수 있는 현지 파트너는 호주의 복잡한 규제 환경을 헤쳐 나가고, 필요한 인허가를 획득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호주 기업과의 합작 투자, 기술 제휴, 공동 연구개발 등 다양한 형태의 협력 관계를 통해 상호 이익이 되는 파트너십을 구축해야 한다.

호주와 한국, 미래를 향한 동반 성장

호주는 인구 고령화라는 사회적 과제와 인도-태평양 지역의 전략적 중요성 증대라는 두 가지 흐름 속에서, 의료 및 국방 분야에 대한 대규모 투자를 통해 미래를 준비하고 있다.

한화그룹과 이노스페이스의 성공 사례에서 확인되듯, 한국 기업들은 호주 정부의 ‘자국 산업 육성 및 고용 창출’이라는 정책 기조를 정확히 이해하고, 적극적인 현지화 전략과 굳건한 파트너십을 바탕으로 호주 시장에서 성공적인 입지를 다지고 있다. 호주와 한국은 경제적 상호 보완성을 넘어, 미래 기술 협력과 지역 안보 강화를 위한 공동의 목표를 향해 나아가는 중요한 동반자가 될 것이다.

※ 위 원고는 현지 외부 전문가가 작성한 원고로, (사)경북PRIDE기업 CEO협회의 공식 의견이 아님을 알려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