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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풍국 와인의 향기, 캐나다 와이너리의 모든 것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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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 수출지원 해외 서포터즈 / 김남희(캐나다)
캐나다의 드넓은 고속도로를 달리다 보면, 문득 시야 너머로 고요하게 펼쳐진 포도밭이 눈에 들어온다. 바람에 흔들리는 포도잎, 정성스럽게 놓인 와인 배럴, 작은 간판이 달린 시음실까지—이 모든 풍경은 캐나다가 단순히 북방의 숲과 설경으로만 설명될 수 없는 나라임을 말해준다.
이 광활한 땅에는 수백 개의 와이너리가 숨 쉬고 있으며, 그 속에는 수천 명의 사람들과 수십억 달러 규모의 산업, 그리고 각 지역만의 고유한 이야기가 녹아 있다.
캐나다의 와인 산업은 생각보다 깊고 넓다. '춥고 눈이 많이 오는 나라'라는 이미지 너머로, 사계절이 뚜렷하고 지역마다 기후가 다양한 이 땅은 와인 생산의 잠재력으로 가득하다.
브리티시 컬럼비아주의 오카나간, 온타리오의 나이아가라 반도, 동부의 노바스코샤와 퀘벡까지—다채로운 테루아는 캐나다 와인을 독자적인 세계로 끌어올린다. 이제 캐나다 와인은 단순한 농업 생산품을 넘어, 지역 문화와 관광, 교육, 지속 가능성까지 아우르는 종합 산업으로 성장하고 있다.
(출처: bestwesternwinecountry.com)
와인 생산의 흐름과 시장 동향
지난 10년간 캐나다의 와인 생산은 크고 작은 변화를 겪어왔다. 2014년 42만 5천 톤에서 시작된 생산량은 2015년 42만 9천 톤으로 정점을 찍은 뒤 하락세를 보여, 2020년에는 32만 8,680톤까지 감소했다. 그러나 2021년에는 37만 4,300톤으로 회복세를 보였고, 2023년에는 39만 톤을 기록하며 전년 대비 0.51% 감소에 그쳤다.
5년 기준 연평균 성장률(CAGR)은 -0.41%로, 전체적으로는 소폭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2028년까지의 생산량도 37만 7,870톤으로 소폭 감소할 것으로 예상되며, 이는 건강 중심의 소비 성향, 낮은 알코올 도수 선호 증가, 그리고 기후 변화 등의 복합적인 영향으로 분석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캐나다 와인 산업은 성숙기에 접어들고 있다. 현재 6개 주에 걸쳐 700개 이상의 와이너리가 운영 중이며, 3만 7천 명 이상의 고용을 창출하고 있다. 산업 전반이 미치는 경제적 파급 효과는 90억 달러에 달한다. 특히 지난 25년간 이 산업의 성장세는 눈에 띄게 역동적이었다.
와인 연간 총지출 비율 (출처: EMC PUBLICATIONS)
최근 몇 년간 미국과의 무역 관계 변화는 캐나다 와인 산업에 큰 영향을 미쳤다. 2025년 3월, 미국 정부가 캐나다산 와인과 기타 알코올 제품에 25%의 관세를 부과하자, 캐나다는 대응 조치로 미국산 알코올 제품 수입을 전면 중단했다. 그 결과, 미국산 와인의 수출액은 전년 동기 대비 70% 이상 급감하며 2005년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이러한 상황은 캐나다 내 ‘로컬 와인 소비 운동’을 촉진했고, 소비자들 사이에서 자국산 와인에 대한 선호도가 크게 높아지는 계기가 되었다.
이러한 움직임은 캐나다 와인 산업의 자립과 성장에 긍정적인 동력으로 작용하고 있으며, 지역 와이너리의 경쟁력 강화는 물론 와인 문화의 확산에도 기여하고 있다.
와이너리에서의 특별한 결혼식 (출처: 50th Parallel Estate Winery)
테루아를 품은 각 지역의 개성
캐나다의 와이너리는 지역마다 독특한 기후, 토양, 품종, 그리고 양조 철학을 지니고 있어 여행자들에게도 매력적인 관광 자원으로 주목받고 있다.
노바스코샤 – 대서양 바람을 머금은 와인의 고향 동부 대서양 연안에 위치한 노바스코샤는 캐나다에서 가장 오래된 와인 생산지 중 하나로, 1600년대부터 포도 재배의 역사를 지니고 있다. 해양성 기후는 타이달 베이(Tidal Bay)라는 독특한 화이트 와인을 탄생시켰으며, 현재 약 70명의 포도 재배자들이 800에이커에 달하는 포도밭을 관리하고 있다. ‘굿 치어 트레일’(Good Cheer Trail)은 지역의 와이너리, 수제 맥주 양조장, 증류소를 연결하는 관광 루트로, 진정한 미각 여행을 가능하게 한다.
퀘벡 – 유럽 감성을 담은 북미의 와인 루트 퀘벡주는 점차 와인 생산지로서의 입지를 넓혀가고 있다. 특히 이스턴 타운십 지역의 ‘와인 루트’는 22개 와이너리를 잇는 약 130km의 여정으로, 로제 와인과 아이스 와인, 다양한 지역 특산품을 시음하며 여행할 수 있는 코스다. 퀘벡 와인 생산량의 약 60%가 이 지역에서 나온다. 프랑스적 감성과 북미의 자연이 만나는 지점에서 맛보는 와인은 독특한 문화적 여운을 남긴다.
온타리오 – 전통과 혁신이 공존하는 와인 왕국 캐나다 최대 와인 생산지 중 하나인 나이아가라 반도는 세계적인 와이너리들이 모여 있는 명소다. 이니스킬린(Inniskillin), 잭슨-트릭스(Jackson-Triggs) 같은 국제적인 브랜드는 물론, 수많은 가족 경영 와이너리들이 이 지역을 채우고 있다. 비옥한 5대호 주변 토양과 온화한 기후 덕분에 나이아가라는 특히 아이스 와인으로 명성이 높다.
프린스 에드워드 카운티 – 섬처럼 특별한 와인의 땅 프린스 에드워드 카운티는 빠르게 주목받고 있는 신흥 와인 산지로, 석회암 지질을 바탕으로 35개 이상의 와이너리가 고품질 소비뇽 블랑과 시라 와인을 생산하고 있다. 나이아가라보다 다소 서늘한 기후와 더불어, 강한 장인정신이 느껴지는 지역이다.
와인 루트를 따라 드라이브를 즐기며 해안 풍경과 함께 다양한 와인을 시음할 수 있어 여행객들 사이에서 입소문을 타고 있다. 2015년에는 『트래블 + 레저(Travel + Leisure)』에서 최고의 여행지로 선정되며 관광지로서도 주목받았다.
브리티시컬럼비아(BC) – 산과 호수가 키운 향기의 정수 톰슨-오카나간 지역은 120개가 넘는 와이너리가 밀집해 있는 대규모 와인 생산지다. 나라마타 벤치, 오소유스, 켈로나 등은 따뜻한 햇살과 큰 일교차 덕분에 피노 누아, 리슬링, 피노 그리 등 서늘한 기후에 적합한 품종이 잘 자란다. 세계에서 가장 북쪽에 위치한 와인 산지 중 하나로, 오카나간에서 재배된 포도는 높은 품질을 자랑한다.
밴쿠버섬과 인근 해안 지역(사니치 반도, 카우위찬 밸리 등)에는 규모는 작지만 개성이 뚜렷한 와이너리들이 많다. 가족 경영 농장이 주를 이루며, 현지 식재료와 잘 어울리는 다양한 스파클링 와인과 과일 와인으로 유명하다. 또한 이 지역은 사이다 산업과도 긴밀히 연계돼 있어, 방문객에게 다채로운 미식 경험을 제공한다.
와이너리에서 포도주를 마시며 여유를 즐기는 사람들 (출처: Winetourism.com)
와인을 마시는 것, 문화를 걷는 것
캐나다의 와이너리는 이제 단순한 와인 생산지를 넘어, 종합적인 체험 관광 자원으로 진화하고 있다. 시음실, 투어 프로그램, 와인 페어링 디너, 와이너리 사이클링, 계절 축제 등은 지역 경제 활성화에 크게 기여하고 있다.
특히 브리티시컬럼비아(BC)주와 온타리오주는 여름철 와인 축제와 하베스트 페스티벌 등을 통해 수많은 관광객을 끌어들이고 있으며, 일부 와이너리는 숙박 시설과 웨딩 장소로도 활용되고 있다. 여행자가 와인 한 잔을 들고 바라보는 풍경 속에는 지역의 역사와 농부의 땀이 함께 배어 있다.
지식에서 직업까지, 와인 한 병에 담긴 전문성
캐나다의 와인 산업은 고도의 기술과 학문적 지식을 필요로 한다. 여러 대학과 컬리지에서는 와인 제조학(Viticulture & Enology), 포도 재배학, 와인 마케팅, 감별사 양성 등 다양한 커리큘럼을 제공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브리티시컬럼비아(BC)의 오카나간 칼리지와 온타리오의 브록대학교 내 Cool Climate Oenology and Viticulture Institute는 실무 중심의 전문 교육을 통해 업계 인력을 양성하고 있다.
직업 분야 또한 매우 다양하다. 와인메이커, 포도 재배자, 소믈리에(Sommelier), 마케팅 및 수출입 전문가, 와인 투어 가이드는 모두 이 산업을 구성하는 핵심 인력이다. 아울러, 기후 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지속가능성 전략과 기술 개발도 중요한 과제로 부상하고 있다.
와인을 공부하는 학생들 (출처: Brock University)
지속 가능한 와인 산업을 향해
앞으로 캐나다 와인 산업은 단순한 생산을 넘어, 환경·건강·지역사회와의 조화를 추구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 기후 변화, 글로벌 소비 트렌드, 알코올 소비 규제 등 외부 요인을 고려한 지속 가능한 와인 생산 전략이 점점 더 중요해지고 있다.
이를 위해 일부 와이너리는 유기농 포도 재배, 자연 발효 방식, 지역 농산물과의 연계를 통한 순환형 생산 구조를 실천하고 있다. 태양열 에너지 활용, 친환경 포장재 도입 등 미래 지향적 시도도 꾸준히 늘고 있다. 관광객과 지역 주민을 연결하는 커뮤니티 기반 프로그램 역시 확산되며, 와이너리가 지역사회의 일원으로서 역할을 수행하는 모습도 점차 자리 잡아가고 있다.
최근에는 원주민 공동체와 협력하는 와이너리들도 등장하고 있다. 이들은 전통 지식과 지속 가능성을 결합한 독창적인 양조 방식으로 새로운 문화를 만들어가고 있으며, 일부 와이너리는 원주민 식재료와 스토리텔링을 접목한 시음 프로그램을 도입해 와인 산업 내 다양성과 포용성의 가치를 확장하고 있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캐나다 와인의 가장 큰 매력은, 이 넓고 아름다운 땅에서 자라난 포도 한 알, 한 방울의 와인이 담고 있는 이야기다. 각 지역의 기후와 토양, 생산자의 손길, 그리고 이곳을 찾는 이들의 미소가 어우러질 때, 캐나다 와인은 단순한 음료를 넘어 문화를 잇는 다리가 된다.
※ 위 원고는 현지 외부 전문가가 작성한 원고로, (사)경북PRIDE기업 CEO협회의 공식 의견이 아님을 알려드립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