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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범 5개월 차 쁘라보워 행정부의 인도네시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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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 수출지원 해외 서포터즈 / 배동선(인도네시아)

 

 

2024년 10월 20일 출범한 쁘라보워 수비안토 대통령의 새 행정부는 취임 이후 ‘100일 프로젝트’를 추진하며 전 부처와 기관들을 적극적으로 독려했다.

 

조코 위도도 전 대통령 시절과 비교해 눈에 띄게 비대해진 홍백(Merah Putih)내각은 48명의 장관과 56명의 차관으로 구성되었으며, 이외에도 7명의 장관급 기관장, 다양한 분야의 대통령 특임대사, 방대한 규모의 고문단이 더해졌다. 이는 사실상 대부분의 정당을 거대한 연정 체제에 끌어들인 결과로, 그 대가로 정부 요직을 고루 배분해야 했던 불가피한 선택으로 해석된다.

 

쁘라보워 대통령은 전국의 학생과 임산부를 대상으로 무상급식 제공, 매년 300만 채 규모의 서민주택 공급 약속, 빈곤층 자녀를 위한 기숙학교의 전국적 설치 등 다양한 포퓰리즘 정책을 시행하며, 취임 100일 여론조사에서 80%를 넘는 높은 국정 지지율을 기록했다. 이는 지난 2024년 2월, 조코 위도도 전 대통령의 장남 기브란 라카부밍 라카를 러닝메이트로 내세워 3파전 대선에서 58%라는 압도적인 득표율로 1차 투표에서 당선을 확정 지었던 당시의 열기를 그대로 이어간 결과이기도 하다. 

 

하지만 취임한 지 불과 5개월 만에 그는 여러 복합적인 난관에 직면해 있다. 그 누구도 그를 이런 상황으로 몰아넣은 것은 아니다. 높은 대중적 인기를 끌어낸 그의 포퓰리즘 정책들이 실행 과정에서 심각한 혼선과 비효율을 드러내며, 오히려 국민의 반발과 시장의 불안을 초래하게 된 셈이다.

 

누가 뭐래도 쁘라보워 대통령의 대표 선거공약은 임기 종료 시점인 2029년까지 매년 290억 달러(약 41조 7,000억 원)규모로 단계적으로 확대해, 전국의 학생과 임산부 등 약 8,300만 명에게 영양가 높은 무료 점심을 제공하겠다는 ‘무상급식 프로그램’이다. 그러나 이 계획은 초기 기획 단계부터 정부의 법정 부채한도를 초과할 것으로 예상되며, 그로 인해 다른 사회 서비스의 축소나 폐지가 불가피할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됐다. 

 

쁘라보워 대통령 취임 후 지난 1월 6일부터 본격적으로 시행된 이 무상급식 프로그램은 서민들의 큰 호응을 얻었지만, 시작부터 크고 작은 시행착오가 잇따랐다. 반복된 집단 식중독 사고, 주방 인력에 대한 임금 지급 지연 등 여러 문제가 불거지면서 운영 방식과 재원 마련 방식에 대한 논란이 커지고 있다. 

 

 

초등학교에서 진행된 무상급식 

(출처: 인도네시아 내각 사무국 홈페이지)

 

하지만 더 큰 문제는, 애초에 계획했던 대로 단계적으로 확대해 나가는 방식이 아니라, 시행 첫 해부터 8,300만 명 전원에게 무상급식을 제공하겠다고 갑작스럽게 계획을 전면 확대 재편했다는 점이다. 시작부터 전면 시행에 나선 셈이다. 이에 따라 자금 조달 문제가 즉각적으로 불거졌다. 이에 쁘라보워 대통령은 여러 차례에 걸쳐 각 부처와 기관의 예산을 삭감했고, 올해 말까지 총 750조 루피아(약 65조 원)를 절감해 그 재원을 무상급식 사업에 투입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쁘라보워 대통령은 수년간 국내총생산(GDP)의 0.7~0.8% 수준에 머물렀던 약 90억 달러(약 13조 원) 규모의 국방비를 대폭 확대하겠다는 포부도 드러내고 있다. 현재 군 장비의 절반 이상이 노후화되어 교체가 불가피하지만, 그동안은 제한된 예산으로 인해 제약이 많았다. 이제 그는 그 한계를 벗어나겠다는 입장이다. 쁘라보워 대통령이 제시한 '필수적 최소한의 군사력(MEF)' 달성을 위해서는 GDP의 2.5%에 달하는 수준까지 국방비를 늘려야 한다. 결국, 또다시 다른 부처의 예산을 줄여야 한다는 과제를 안게 된 셈이다.

 

게다가 중국 경제의 침체 여파로 수출이 줄어들고, 중산층의 구매력이 약화되면서 내수 소비도 위축되고 있다. 조코 위도도 전 대통령 재임 기간 동안 국내총생산(GDP)은 취임 첫 해인 2014년 8,910억 달러(약 1경 2,810조 원)에서 2023년 1조 3,712억 달러(약 1경 9.480조 원)로 증가했지만, 그 혜택이 공평하게 분배되지 않았다. 중산층이 경제 변화의 직격탄을 맞으며 상대적으로 더 큰 피해를 입은 상황이다.

 

그의 후임자인 쁘라보워 대통령은 연 8%의 경제성장률 달성을 목표로 내걸고, 이를 뒷받침하기 위한 방안으로 새로운 국부펀드인 다야 아나가타 누산타라(이하 ‘다난타라’)를 출범시켰다. 다난타라는 운용 자산을 최대 9,000억 달러(약 1경 2,940조 원) 규모로 키운다는 야심찬 계획을 갖고 있어, 향후 세계 최대 규모의 자산운용사 중 하나로 부상할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자본금을 어떤 방식으로 조달할 것인지에 대한 구체적인 방안은 아직 공개되지 않았다. 이 펀드는 인도네시아 주요 국책은행들과 모든 국영기업의 정부 지분을 인수하는 방식으로 자산 기반을 구축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만연한 부패가 여전히 뿌리 뽑히지 않은 상황에서, 정부의 감시와 규제 또한 느슨하다. 이런 가운데 ‘국가의 부’를 사실상 하나의 바구니에 담는 다난타라 펀드의 출범은 부패, 특히 대규모 뇌물 수수 가능성에 대한 우려를 더욱 키우고 있다. 이로 인해 일부 투자자들의 불안감이 커졌고, 이러한 불확실성은 결국 인도네시아 금융시장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쳤을 뿐 아니라 루피아의 가치 급락으로도 이어졌다.                                                                                 

 

3월 18일(화), 인도네시아의 주요 주가지수는 쁘라보워 대통령의 경제 정책에 대한 불안과 세계 무역전쟁 우려가 겹치며 7.1% 급락했다. 이로 인해 규제 당국은 2020년 이후 처음으로 거래를 일시 중단하는 극약 처방을 내릴 수밖에 없었다. 

 

게다가 국내외에서 신뢰를 얻고 있는 스리 물야니 재무장관의 사임설은 투자자들의 불안 심리를 더욱 자극했다. 조코위 정권에서 쁘라보워 행정부로 유임된 일부 인사들은 이를 강하게 부인하며 일축했지만, 스리 물야니의 엄격한 재정 원칙이 지난 5개월간 통제를 벗어난 쁘라보워의 포퓰리즘 정책들과 충돌해 왔다는 점은 누구나 충분히 짐작할 수 있는 대목이다. 

 

거기에 대통령이 임명한 쁘라보워의 조카를 포함한 세 명의 차관들 사이에 둘러싸인 스리 물야니 재무장관의 전문성과 경륜이 이번 정부의 금융정책 속에서 제대로 발휘되지 못하고 있다는 우려는 정권 출범 초기부터 꾸준히 제기되어 왔다. 일각에서는 쁘라보워 정권이 세계은행 총재 출신인 스리 물야니 장관의 개인적 명성과 신뢰도를 앞세워, 실제로는 방향성 없는 금융정책을 밀어붙이고 있다는 의혹이 설득력 있게 퍼져 나갔고, 이는 스리 물야니 장관의 사임설이 제기된 배경으로 작용했다.

 

대통령의 각종 신규 프로젝트들이 잇따라 출범하면서, 부족한 예산을 충당하기 위해 행정부는 각 부처와 기관, 심지어 지방자치단체에 지급되는 보조금까지 포함해 총 188억 달러(약 25조 9,000억 원) 규모의 예산을 실제로 삭감했다. 이에 따라 전국 곳곳에서 이러한 무리한 정책 추진에 반대하는 학생 시위가 잇달아 벌어졌다. 

 

2025년 1분기 동안 외국인 투자자들은 인도네시아 주식 약 18억 달러(약 1조 6,000억 원) 규모를 매도했으며, 이는 루피아 화폐가치가 2% 하락하는 데 주요한 원인으로 작용했다. 인도네시아 증시는 2024년 9월의 정점과 비교해 주식 가치가 20%나 증발하며, 같은 기간 동남아시아 국가들 가운데 가장 부진한 성적을 보였다.

 

 

군사법 개정

 

금융시장을 가장 크게 뒤흔든 것은 경제 정책이 아니라, 지난 3월 20일 국회를 통과한 군사법 개정안이었다. 

 

1998년 수하르토와 신질서 정권이 무너지면서 변화가 시작됐다. 그동안 현역 군인들이 행정부의 민간 보직은 물론, 민간 사회의 다양한 직책까지 겸임할 수 있었던 이른바 군의 ‘이중기능(dwifungsi)’은 2004년 제정된 군사법을 통해 공식적으로 폐지되었다.

 

군사법은 현역 군인이 맡을 수 있는 행정부 내 보직을 국방장관, 정치안보조정장관, 국가정보국장 등 국가 안보와 직접적으로 관련된 10개 부처 및 기관으로 제한했다. 이로 인해 과거 행정부는 물론 민간 사회의 주요 직책까지 장악하며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했던 군인들은 대부분의 권한을 내려놓고 부대로 복귀해야 했다. 

 

하지만 조코위 정권 시절, 군부는 국가 방위의 범위에 식량 안보와 국내 치안까지 포함된다고 주장하며 그 개념을 점차 확장해 나갔다. 이를 계기로 군은 다시 조용히 민간 보직에 영향력을 행사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기 시작했다.  

 

 

2025년 3월 15일 군사법 개정을 위해 국회 제1위원회에 참석한 군수뇌부

(출처: 인도네시아군 홈페이지) 

 

이번에 국회를 통과한 국사법 개정안은 현역 군인이 보직을 맡을 수 있는 부처와 기관의 수를 기존 10개에서 15개로 확대했다. 국가안보의 개념을 넓게 해석한 결과로, 해양수산부 장관, 테러방지청장, 재난관리청 등도 안보 관련 기관으로 분류되어 현역 군인이 보직을 맡을 수 있어야 한다는 주장이 반영된 것이다. 심지어 국가 최고 법 집행기관인 검찰도 현역 군인이 보직을 맡을 수 있는 대상에 포함되었다. 

 

뿐만 아니라, 이번 군사법 개정안은 인도네시아 경제에서 여전히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국영기업의 이사회에 현역 군인들이 임원으로 참여할 수 있는 길까지 열어주었다. 이는 신질서 체제가 붕괴된 이후 가장 노골적인 군의 재등장으로 평가되며, 대학생과 시민사회에 깊은 우려와 불안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파푸아 군사력 증강

 

쁘라보워 대통령의 포퓰리즘과 안보 중심 의제는 그가 특전사(KOPASSUS) 복무 시절 자유 파푸아 운동(OPM) 반군과 교전했던 파푸아 지역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수하르토 퇴진 이후 동티모르와 아체 지역에서는 군사적 갈등이 점차 협상을 통해 평화적으로 해결되는 흐름을 보였지만, 인도네시아 정부와 군부는 유독 파푸아에 대해서만은 지속 가능한 정치적 해법을 찾으려는 의지를 거의 보이지 않았다.

 

이제 쁘라보워 대통령은 취임 이후 이른바 ‘내부 식민지 정책(internal colonial policies)’을 한층 더 강화하고 있다. 1969년 인도네시아에 공식 편입된 파푸아는 여전히 인도네시아 본토와 분리된 채 출입이 자유롭지 않으며, 군 내부에서는 실전 경험을 쌓을 수 있는 지역으로 간주되어 장교들의 진급을 위한 필수 코스로 여겨지고 있다. 이로 인해 많은 파푸아 주민들은 현재의 상황을 인도네시아의 실질적 강점, 즉 식민지 상태로 인식하고 있다. 따라서 ‘내부 식민지 정책’이라는 표현이 충격적으로 들릴 수는 있지만, 현지의 현실을 고려할 때 그리 낯설거나 과장된 표현은 아니다.

 

파푸아는 쁘라보워 대통력의 핵심 공략인 식량 자립 실현, 특히 2028년까지 만성적인 식량 불안을 해소하겠다는 목표에서 중요한 역할을 맡고 있다. 인도네시아는 2023년에 280만 톤, 2024년에는 400만 톤 이상의 쌀을 수입했으며, 쁘라보워가 말하는 ‘식량 안보’의 핵심은 쌀을 포함한 모든 전략 식량을 100% 국내에서 자급자족하겠다는 데 있다.

 

이에 따라 쁘라보워 대통령은 2024년 10월 20일 취임 이후 첫 공식 방문지로 파푸아를 선택했다. 그는 인도네시아 최동단 지역인 남파푸아 머라우케에서 대형 벼 수확기계를 직접 운전하는 모습을 통해 언론의 주목을 받았다. 이러한 행보는 파푸아를 국가의 식량 기지로 육성하겠다는 ‘푸드 이스테이트(food estate)’ 정책의 일환이지만, 정작 파푸아 현지 주민들은 해당 정책에 반감을 드러내며 거세게 저항하고 있다.

 

3월 23일, 인도네시아군은 말루쿠 주에 주둔하던 병력 450명을 파푸아로 재배치했다. 이로써 쁘라보워 대통령 취임 이후 파푸아에 추가로 투입된 병력은 새로 창설된 5개 대대를 포함해 총 2만 명을 넘어섰다. 이처럼 눈에 띄는 군사력 증각은 필연적으로 현지 분리주의 반군과의 긴장을 더욱 고조시키는 결과를 낳고 있다. 

 

말루쿠 주둔 병력의 파푸아 재배치 소식은, 분리주의 반군이 이주민 교사 1명을 사살하고 7명을 부상시킨 사건이 발생한 지 불과 며칠 만에 전해졌다. 반군 측은 해당 지역에 들어오는 교사와 의료진조차 인도네시아 군인으로 간주하겠다고 경고했으며, 이에 위협을 느낀 주민들이 해당 지역을 떠나는 이른바 ‘엑소더스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쁘라보워 정권은 이러한 반군의 위협에 대해 유화적인 접근 대신, 전투병력을 추가로 투입하는 강경 대응을 선택한 셈이다.

 

 

2025년 이둘피트리를 맞아 대통령궁 유튜브 채널을 통해 연설하는 쁘라보워 수비안토 대통령

(출처: 대통령궁 홈페이지)

 

특전사령관을 거친 육군 3성 장군 출신인 쁘라보워 대통령의 임기 동안 파푸아에서는 이러한 강경 대응 기조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런 조치는 파푸아를 인도네시아의 ‘점령지’로 인식하게 만들고, 폭력의 악순환을 부추길 수 있다는 우려도 적지 않다. 실제로 지난 5개월간 쁘라보워 행정부는 문제를 해결하겠다며 나선 정책들이 오히려 새로운 문제를 야기한 사례가 많았고, 그런 양상이 파푸아에서도 반복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하지만 쁘라보워 행정부는 별다른 조정이나 타협 없이 당초 계획한 정책들을 그대로 밀어붙일 것으로 보인다. 군사법 개정에 대한 국민들의 반발이 가라앉지 않은 가운데, 이번에는 경찰 권한 강화를 골자로 한 경찰법 개정안의 국회 상정이 준비되고 있다.

 

 

 

※ 위 원고는 현지 외부 전문가가 작성한 원고로, (사)경북PRIDE기업 CEO협회의 공식 의견이 아님을 알려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