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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풍나무 수액이 빚어낸 황금빛 유산, 메이플 시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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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 수출지원 해외 서포터즈 / 김남희(캐나다)

 

 

캐나다인의 삶 속에 녹아든 메이플 시럽

 

‘단풍국’이라 불리는 캐나다는 단풍나무와 그 수액으로 만든 메이플 시럽으로 세계적인 명성을 자랑한다. 특히 메이플 시럽 채취 시기는 긴 겨울의 끝자락에서 봄이 다가왔음을 알리는 전령사로 여겨진다. 겨울 내내 얼어 있던 단풍나무가 따뜻한 기온에 반응해 수액을 뿜어내기 시작하면, 본격적인 메이플 시럽 생산이 시작된다. 이 시기는 단순한 계절의 전환이 아닌, 전통적인 축제와 가족 모임이 열리는 특별한 시간으로 자리 잡았다.

 

아침 식탁 위 팬케이크에 떨어지는 달콤한 한 방울, 겨울철 축제에서 맛보는 메이플 태피(Maple Taffy), 그리고 다양한 요리와 디저트 속 깊은 풍미까지—메이플 시럽은 캐나다인의 일상 깊숙이 스며들어 있다. 커피나 차에 설탕 대신 넣어 마시는 사람도 적지 않다. 캐나다의 메이플 시럽 산업은 세계적으로도 독보적인 위치를 차지하며, 국내 경제에서도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원주민의 지혜에서 현대의 달콤한 산업으로

 

메이플 시럽의 기원은 캐나다 원주민들이 단풍나무 수액을 졸여 마시고 먹던 데서 비롯된다. 처음에는 단순한 당분 공급원으로 활용되었지만, 유럽인의 이주와 함께 점차 상업적 가치가 주목받기 시작했다. 17세기, 프랑스계 정착민들이 원주민에게 수액 채취법을 배우면서 본격적인 대규모 생산이 시작되었고, 이내 메이플 시럽은 그 특유의 달콤한 풍미로 캐나다를 대표하는 주요 농산물로 자리 잡았다.

 

현재 캐나다 메이플 시럽의 약 90%는 퀘벡주에서 생산된다. 광활한 숲을 품은 퀘벡은 시럽 생산에 최적의 조건을 갖춘 지역으로, 전통적인 방식으로 시럽을 생산하는 농장들도 여전히 활발히 운영되고 있다.

 

2012년에는 무려 3,000톤, 약 1,450만 달러(약 145억 원) 상당의 메이플 시럽이 도난당하는 사건이 발생해 전 세계의 이목을 끌기도 했다. 이 사건은 메이플 시럽이 ‘황금빛 자산’으로 불릴 만큼 높은 가치를 지닌다는 사실을 다시 한번 일깨워줬다.

 

 

오감 만족! 메이플 농장에서 즐기는 미식 여행

 

메이플 시럽은 이제 캐나다 문화 체험의 핵심 콘텐츠로 자리 잡았다. 국기 속 단풍잎처럼, 이 작은 수액은 여행자들의 추억과 미각 속에 깊이 스며들어 있다. 

 

매년 3~4월이면 캐나다 전역에서 ‘메이플 시럽 축제’가 열린다. 퀘벡, 온타리오, 뉴브런즈윅의 전통 농장들은 이 시기에 문을 열고, 방문객들에게 수액 채취와 시럽 제조 과정을 직접 체험할 기회를 제공한다. 이와 함께 말썰매 타기, 지역 특산물 시장, 라이브 음악 공연 등 다양한 행사가 열려, 방문객들은 단풍나무 숲속에서 캐나다 특유의 전통과 따뜻한 환대를 만끽할 수 있다.

 

미식 여행 역시 빼놓을 수 없다. 팬케이크, 와플은 물론, 베이컨이나 바비큐 소스에도 어울리는 메이플 시럽은 남녀노소 모두에게 사랑받는다. 최근에는 고급 레스토랑에서도 메이플 시럽을 활용한 창의적인 요리와 칵테일, 디저트를 선보이며 미식 여행의 매력을 한층 더하고 있다.

 

이러한 축제는 세대와 문화를 잇는 따뜻한 소통의 장으로 자리 잡고 있다. 가족 단위 관광객들은 전통 간식을 직접 만들어보며 추억을 쌓고, 지역 주민들은 오랜 역사와 문화를 나누며 깊은 교감을 나눈다.

 


이플 시럽 축제에서 즐기는 ‘메이플 태피’ 체험 현장

(출처: Destination Ontario)

 

작은 수액이 만든 경제 신화

 

2022년 기준, 캐나다의 메이플 시럽 수출액은 약 5억 달러(약 5천억 원)에 달한다. 주요 수출국은 미국, 일본, 독일 등이며, 전 세계 메이플 시럽 수출의 70% 이상을 캐나다가 차지하고 있다. 특히 팬케이크용 시럽에 국한되지 않고, 캔디, 스프레드, 드레싱, 술 등 다양한 가공식품에 활용되며 산업적 가치가 점점 확대되고 있다.

 

브랜드 이미지 역시 ‘캐나다산’이라는 이름만으로 프리미엄 가치를 인정받고 있다. 고급 유기농 메이플 시럽인 ‘캐나다 골드’(Canada Gold), 선물용으로 인기 있는 ‘노던 컴퍼니’(The Northern Company) 등은 세계 각국의 백화점과 고급 마트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또한 최근에는 메이플 시럽이 건강식품으로도 주목받고 있다. 정제 설탕에 비해 혈당지수가 낮고, 폴리페놀, 아연, 망간과 같은 미네랄과 항산화 성분이 풍부해 자연적인 대체당으로 각광받는 것이다. 이러한 특징 덕분에 메이플 시럽을 기반으로 한 스포츠용 에너지 젤, 건강 보조 음료, 다이어트용 간식 등 기능성 제품군도 활발히 출시되고 있다.

 

 

메이플 시럽으로 만든 제품들

(출처: THE CANADIAN WAY 홈페이지)

 

기후 변화가 던지는 도전

 

메이플 시럽 산업 역시 기후 변화의 영향을 피해 갈 수 없다. 기온 상승과 계절 경계의 불분명함으로 인해 수액 채취 시기가 빨라지고, 수액의 당도는 낮아지며 전반적인 생산량도 줄어들고 있다. 2023년 캐나다의 메이플 시럽 생산량은 전년 대비 40.1% 감소한 1,040만 갤런에 그쳤고, 이는 최근 5년 평균보다 21.8% 낮은 수치다. 폭풍과 급격한 기온 변화 같은 이상 기후가 주요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퀘벡 메이플 시럽 생산자 연합(FPAQ)은 기후 변화가 계속될 경우, 2050년에는 현재보다 생산량이 최대 40%까지 감소할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이는 퀘벡에서만 연간 약 4억 달러(약 4천억 원) 규모에 달하는 산업이 위협받을 수 있다는 의미로, 캐나다 경제 전반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기후 변화의 영향에도 불구하고, 메이플 시럽 생산자들은 기술의 발전과 신규 생산자 유입 덕분에 일정 부분 생산량을 회복하고 있다. 하지만 이는 기후 조건이 좋아졌기 때문이 아니라, 산업 전반의 지속적인 노력 덕분이다. 일부 농장들은 재배지를 고산지대로 옮기거나, 기후 변화에 강한 품종을 개발해 대응하고 있다. 또한 진공 튜빙 시스템이나 역삼투압 정제 장치 같은 첨단 기술을 도입해 수액 채취 효율을 높이는 한편, 친환경 농법을 통해 탄소 배출을 줄이려는 움직임도 점차 확산되고 있다.

 

더 나아가, 퀘벡주는 ‘전략적 시럽 비축 창고’를 운영하여, 수확량이 급감하거나 수요가 급증하는 상황에 대비하고 있다. 이 창고는 ‘메이플 시럽계의 OPEC’이라 불리며, 시장의 안정성을 유지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이러한 변화들은 메이플 시럽의 품질을 유지하고, 기후 위기 속에서도 안정적인 생산을 지속하기 위한 중요한 발걸음이 될 것이다. 물론 이를 위해서는 생산자들의 끊임없는 혁신과 협력이 필수적이며, 앞으로도 기후 변화에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는 지속 가능한 방식에 대한 고민과 실천이 더욱 중요해질 것이다.

 

  


메이플 시럽 생산량

(출처: 캐나다 통계청)

 

메이플 시럽은 캐나다인의 역사와 문화가 고스란히 녹아 있는 상징이라 할 수 있다. 전통과 혁신이 공존하는 이 산업은 지금 이 순간에도 세계 무대에서 그 가치를 널리 알리고 있다. 한 방울의 시럽에는 단풍나무 숲의 향기와 함께, 캐나다인의 삶과 이야기가 담겨 있다.

 

그리고 그 이야기는 오늘도 캐나다 전역의 숲속에서, 따뜻한 봄바람을 맞으며 조용히 이어지고 있다. 자연과 사람이 함께 빚어낸 이 달콤한 유산은, 앞으로도 세대와 국경을 넘어 더욱 널리 퍼져갈 것이다.

 

 

 

※ 위 원고는 현지 외부 전문가가 작성한 원고로, (사)경북PRIDE기업 CEO협회의 공식 의견이 아님을 알려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