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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리핀의 종교 명절과 문화 마케팅 전략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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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 수출지원 해외 서포터즈 / 조상우(필리핀)
지난 4월 1일은 ‘이드 알 피트르(Eid al-Fitr)’로, 필리핀의 공휴일이었다. 라마단의 종료를 기념하는 이 축제는 2002년 11월 13일, 당시 대통령이었던 글로리아 아로요가 필리핀 공화국법 제9177호(Republic Act No. 9177)를 제정하면서 공휴일로 지정되었다. 이에 관련된 2023년 필리핀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2020년 기준 필리핀 인구 108,667,043명 중 무슬림은 6.4%인 6,981,710명으로 집계되었다. 이슬람은 가톨릭에 이어 필리핀에서 두 번째로 신자가 많은 종교다.
앞서 언급한 ‘이드 알 피트르’와 관련된 라마단은 이슬람력으로 9월에 해당한다. 이 시기는 예언자 무함마드가 알라로부터 계시를 받은 성스럽고 의미 있는 달로 여겨진다. 무함마드의 언행록인 하디스에 따르면, “천국에는 아르 라이얀(Ar-Raiyan)이라는 문이 있다. 그 문은 금식한 사람만 통과할 수 있으며, 금식을 행한 사람이 그 문을 통과하면 문은 닫히고, 다른 누구도 그 문으로 천국에 들어갈 수 없다”라고 되어 있다.
또한 “금식은 나(알라)를 위한 것이므로 내가 직접 보상할 것이다”라는 말과 함께, 선행에 대한 보상은 열 배로 주어진다고 언급되어 있다. 라마단이 시작되면 천국의 문이 열리고 지옥의 문은 닫히며, 마귀는 결박당한다고 한다. 이 기간 동안 금식을 하면, 과거의 모든 죄가 용서받는다고 전해진다. 그래서 라마단이 되면 무슬림들은 금식과 금욕에 들어간다. 이는 단순히 음식을 입에 대지 않는 것을 넘어, 신과 자신, 그리고 이웃을 향한 자비로운 마음을 실천하는 시간이기도 하다.
그렇다고 모두가 금식을 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최영길 교수가 번역한 꾸란 구절에 따르면, “라마단은 꾸란이 내려진 달이라. 꾸란은 인류를 위한 길잡이이자 분명한 증거로서, 옳고 그름의 기준이 되는 인도서이니라. 그러므로 이 달에 임한 자는 금식을 하라. 그러나 병자이거나 장거리 여행 중이라면, 금식을 하지 않은 날 수만큼 다른 날에 금식하면 되느니라. 알라께서는 그대들에게 쉬움을 원하시지, 어려움을 원치 않으시느니라”고 되어 있다.
이처럼 장거리 여행자, 어린이, 노약자, 임신 중이거나 수유 중인 여성, 중한 병자는 금식이 면제되며, 전쟁 중이거나 작전 중인 군인 또한 라마단 기간에는 금식을 면제받는다. 특수한 상황에 있는 사람들에게는 금식 의무가 완화되지만, 라마단이 끝난 후에는 금식하지 못한 날만큼 반드시 보충해야 한다. 무슬림에게 금식은 인내와 자제력을 기르고, 소외된 이웃을 돌아보게 하는 의미도 지닌다. 또 앞서 살펴본 것처럼, 금식을 통해 과오와 악행을 속죄하고 천국에 이르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기도 하다.
물론 금식과 관련된 부작용도 나타난다. 다양한 연구 결과에 따르면, 라마단 기간 중 식료품 구매와 외식비 지출은 평소보다 50% 이상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평균 음식 소비량도 30~40% 이상 늘어난다는 것이 일반적인 결과다. 폭식은 건강에 해로울 뿐 아니라, 라마단 기간 중 바람직하지 않은 행동이라는 지적이 계속되고 있음에도, 해가 떠 있는 동안 금식했던 무슬림들 중에는 해가 진 뒤 과식하는 경우가 많다. 이로 인해 체중이 증가하고, 그에 따른 스트레스를 호소하는 무슬림도 적지 않다.
다수가 가톨릭 신자인 필리핀 사람들에게 ‘이드 알 피트르’는 단순한 공휴일에 불과할 수 있지만, 앞서 살펴본 것처럼 무슬림에게는 전혀 다른 의미를 지닌다. 필리핀 무슬림들은 라마단을 무사히 마친 것을 축하하기 위해 모스크를 찾아 기도하고, 사흘간 이어지는 축제 ‘이드 알 피트르’ 동안 가족과 친지가 모여 선물을 주고받으며 푸짐한 음식을 나누고 함께 즐긴다. 2020년 기준 필리핀 전체 무슬림 인구 비중은 6.4%였지만, 수도권(National Capital Region)에서는 1.3%로 전국 평균보다 현저히 낮다.
그렇기에 무슬림이 많지 않은 수도권에서 라마단 기간을 보내는 것은 생각보다 쉽지 않다. 마닐라 파드레 캄파 거리 인근은 대학이 많아 젊은이들이 많이 거주하는 지역이다. 이곳을 찾는 대학생들 중에는 남부 지역에서 올라온 무슬림들도 있다. 이로 인해 이 지역은 라마단 기간 동안 필리핀 무슬림들에게 할랄 음식을 제공하는 곳으로 자리잡았다. 할랄 음식은 필리핀 무슬림들에게 안심하고 익숙한 맛을 즐길 수 있는 수단일 뿐 아니라, 동시에 새로운 사업 기회로도 이어진다.
(출처: CDO DOWNTOWN 페이스북, 세븐일레븐 필리핀 페이스북)
필리핀 최대 편의점 프랜차이즈인 세븐일레븐은 ‘이드 알 피트르’를 축하했으며, 필리핀의 대표적인 패스트푸드 체인 졸리비도 “무슬림 형제자매들에게 축복 명절이 되기를(Eid Mubarak to our Muslim brothers and sisters!)”이라는 인사를 전했다. 글로벌 기업 네슬레 역시 라마단 기간을 맞아 할인 행사를 진행했고, 인도네시아의 도넛 브랜드 제이코도 무슬림을 위한 판촉 행사를 벌였다. 필리핀 전체 인구 중 무슬림 비중은 높지 않지만, 사회 통합과 경제 활성화 측면에서 이러한 명절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는 모습이다.
올해는 ‘이드 알 피트르’가 끝난 뒤 약 2주 후에 부활절(復活節)이 있다. 부활절은 예수가 십자가형을 선고받고, 나무 십자가에 못 박힌 그 금요일로부터 사흘째 되는 일요일에 부활한 것을 기념하는 날이다. 한국 가톨릭에서 사용하는 공식 명칭은 ‘주님 부활 대축일’이며, 부활절 날짜는 해마다 달라지지만 항상 일요일이기 때문에 영어로는 ‘이스터 선데이(Easter Sunday)’라고 한다. 대부분의 유럽 국가에서는 부활절을 성탄절과 함께 양대 명절로 기념하며, 가톨릭 신자 비중이 높은 남아메리카 국가들 역시 이 시기를 중요하게 여긴다.
필리핀에서는 부활절 사흘 전 목요일인 ‘성목요일(Maundy Thursday)’부터 연휴가 시작된다. 앞서 살펴본 필리핀 통계청의 종교 관련 자료에 따르면, 2020년 기준 필리핀 인구의 78.8%에 해당하는 85,645,362명이 가톨릭 신자다. 열 명 중 여덟 명이 가톨릭 신자인 필리핀에서 부활절은 성탄절과 함께 가장 큰 명절 중 하나다. 필리핀 사람들은 최후의 만찬이 있었던 성목요일부터, 예수의 수난일인 성금요일(Good Friday), 그리고 부활 전날인 성토요일(Black Saturday)까지를 ‘성주간(Holy Week)’으로 보낸다.
부활절이 되면 필리핀 전역에서 부활절 관련 축제가 펼쳐진다. 앙헬레스가 있는 빰빵가 산페르난도에서 열리는 ‘산 페드로 구투드 사순절 의식(San Pedro Cutud Lenten Rites)’은 예수가 나무 십자가에 못 박히는 장면을 재현하는 행사로 유명하다. 부활절은 긴 연휴 기간이기 때문에, 필리핀 내 관공서들도 문을 닫고, 이 기간을 이용해 국내외로 여행을 떠나는 사람들도 많다. 이동 인구가 급증하면서, 마닐라 인근은 평소보다 심각한 차량 정체를 겪는다. 부활절 무렵 필리핀 여행을 계획하고 있다면, 항공편과 숙소 외에도 현지 도로 상황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
(출처: 조상우)
공휴일이자 종교적으로 엄숙한 부활절 기간이지만, 동시에 다양한 판매 전략이 등장하는 시기이기도 하다. ‘이드 알 피트르’와 부활절 등 필리핀에서 종교적으로 의미 있는 날을 활용한 마케팅을 계획할 때는 다음과 같은 전략을 고려할 수 있다. 필리핀의 종교적 전통과 문화를 존중하는 판촉 전략은 한국 기업의 긍정적인 이미지 형성에 도움이 된다. 관련하여 삼성전자는 부활절을 맞아 특별 프로모션을 진행했으며, 성주간 동안 스마트폰 구매 고객에게 특별 할인과 무료 액세서리를 제공했다. LG전자는 필리핀의 주요 관광 명소를 찾아온 관광객을 대상으로 LG 제품을 체험할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하고, 제품 구매 시 특별 혜택도 함께 선보였다.
이 기간 동안 필리핀 내에서 판촉 활동이나 시장 진출을 계획할 경우, 제품 포장에 필리핀 전통 문양 등을 활용해 소비자에게 친근감을 주는 전략을 고려할 수 있다. 또한 소셜 미디어를 통해 ‘이드 알 피트르’ 및 부활절 전통과 관련된 콘텐츠를 공유하고, 이를 통해 한국 제품의 매력을 자연스럽게 알리는 기획도 가능하다. 부활절은 가족 모임이 많은 시기이므로, 가족 친화적인 제품이나 서비스를 강조하는 마케팅 전략도 효과적이다. 식당을 운영하는 경우라면, 가족 모임을 유치할 수 있는 다양한 방법을 고민해볼 수 있다.
(출처: 조상우)
앞서 살펴본 것처럼, 필리핀에서 무슬림은 소수지만 전 세계 인구의 약 25%가 무슬림이며, 아세안 인구 중 약 40%에 해당하는 약 2억 6천만 명이 무슬림이다. 전문가들은 올해 전 세계 할랄 시장 규모를 2조 8,000억 달러(약 3,700조 원)로 예상하며, 5년 후인 2030년에는 4조 9,000억 달러(약 6,500조 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처럼 성장하는 할랄 식품 시장은 한국 기업에게도 새로운 기회가 될 수 있으며, 시장 진출을 위해서는 할랄 인증을 받는 것이 필요하다.
이러한 점에서 볼 때, 한국 기업과 교민들이 필리핀에서 활동할 때 현지의 종교적·문화적 다양성을 이해하고 존중하는 태도가 중요하다. 종교적 다양성과 이를 존중하려는 노력은 한국과 필리핀 관계를 더욱 풍성하게 만드는 기회가 될 수 있으며, 이를 바탕으로 경제, 문화, 관광 등 다양한 분야에서 협력을 확대해 나갈 수 있을 것이다.
※ 위 원고는 현지 외부 전문가가 작성한 원고로, (사)경북PRIDE기업 CEO협회의 공식 의견이 아님을 알려드립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