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verity: Notice
Message: Undefined index: HTTP_ACCEPT_LANGUAGE
Filename: libraries/user_agent_parser.php
Line Number: 226
Severity: Notice
Message: Undefined index: HTTP_ACCEPT_LANGUAGE
Filename: libraries/user_agent_parser.php
Line Number: 226
3000년을 이어온 봄의 축제, 나브르즈 | |||
---|---|---|---|
경북 수출지원 해외 서포터즈 / 김대한(우즈베키스탄)
나브르즈(Navruz)는 매년 춘분(3월 21일경)에 열리는 중앙아시아 최대의 봄 축제로, 새해의 시작을 알리는 명절이다. 우즈베키스탄을 비롯한 중앙아시아와 페르시아권 국가에서 수천 년동안 이어져 온 나브르즈 축제는 겨울이 끝나고 자연이 다시 태어나는 것을 축하하며, 공동체의 화합과 풍요를 기원하는 문화 행사이다.
나브르즈의 역사적 기원과 의미
나브르즈는 페르시아어로 ‘새로운 날’을 뜻하며, 고대 조로아스터교 전통에 뿌리를 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춘분에 맞춰 새해가 시작된다는 개념으로 약 3,000년 이상의 역사를 지닌 축제이다. 나브르즈는 ‘세계의 탄생일’로 여겨져 왔으며, 이는 겨울이 끝나고 새 봄이 오는 ‘자연의 재탄생’을 의미한다. 태양과 달, 별의 움직임을 기반으로 한 고대 천문학적 관찰에서 비롯된 이 명절은 평화, 연대, 번영, 자애의 정신을 담고 있다.
나브르즈는 수많은 왕조와 종교의 변화 속에서도 명맥을 이어왔다. 소련 통치 시절 일부 지역에서는 금지되기도 했지만, 독립 이후 중앙아시아 각국은 이 전통을 복원해 나브르즈를 국가 공휴일로 지정하고 성대히 기념하고 있다. 유네스코는 2009년 나브르즈를 7개국이 공동 신청한 인류무형문화유산 대표 목록에 등재했고, 2016년에는 총 12개국이 함께 등재함으로써 국제적인 문화유산으로 자리매김했다.
나브르즈 축제에 참가한 우즈베키스탄의 소녀들이 전통 의상을 입은 모습 (출처: Sputniknews.uz)
전통 행사와 놀이
나브르즈 기간 동안 도시와 마을 곳곳에서 다양한 전통놀이와 행사가 열려 축제 분위기를 한층 고조시킨다. 대표적인 전통놀이로는 말타기, 자치기, 줄다리기, 씨름(쿠라쉬) 등이 있으며, 이는 한국의 민속놀이와도 유사한 점이 많다. 또한, 말을 타고 염소 가죽을 쟁취하는 격렬한 단체 경기인 우락도 큰 인기를 끈다. 마을 주민들은 민속 음악을 연주하며 전통 춤을 추고, 봄을 맞이하는 노래를 함께 부르며 축제의 흥겨움을 더한다.
특히 바흐쉬(민속 이야기꾼)들은 민담과 서사시를 들려주며 축제의 흥을 돋운다. 어린이들은 축제 첫날 이웃집 문 앞에서 나브르즈 축가를 부르고, 집주인들은 아이들에게 간식과 선물을 나누어 준다. 아이들은 받은 음식의 일부를 마을의 과부나 고아들과 함께 나누며, 이웃 간 정을 나누는 전통을 이어간다. 이러한 전통놀이와 행사는 세대를 거쳐 전승되며 공동체 의식을 더욱 돈독하게 만든다.
우즈베키스탄 나브르즈 줄다리기(Arqon Tortish) 행사에 참가한 사람들 (출처: YouTube 채널 MR Hurshoh)
대표적인 음식
나브르즈 하면 빼놓을 수 없는 것이 바로 전통 음식이다. 그중에서도 가장 대표적인 음식인 수말락(Sumalak)은 싹이 튼 밀을 주재료로 한 달콤한 죽의 일종이다. 보통 커다란 가마솥에서 여러 사람이 밤새 교대로 저어 가며 조리하는데, 이렇게 힘을 합쳐야 완성되는 과정 자체가 공동체의 단합을 상징한다. 오랫동안 정성을 들여 끓여 내는 이 음식은 인내와 희망을 의미하며, 봄의 생명력과 풍요를 기원하는 뜻을 담고 있다.
완성된 수말락을 처음 맛보는 사람이 소원을 빌면 이루어진다는 속설이 있으며, 여러 가정의 수말락을 일곱 번 맛보면 행복이 찾아온다는 믿음도 전해진다.
밀을 발아시켜 만드는 수말락(재료: 밀, 새싹) (출처: Advantour.com)
이 밖에도 나브르즈 기간 동안 즐겨 먹는 음식으로는 봄철 채소를 넣어 만든 삼사(화덕에 구운 만두), 전통 기름밥 요리인 ‘쁠로프’(Osh), 그리고 지역에 따라 고기와 밀로 만든 죽인 ‘할림’(Haleem)이나 부드러운 거품을 올린 단크림인 ‘니쇼르다’(Nisholda) 등이 있다. 이러한 전통 음식들은 새봄의 활력과 함께 나눔의 문화를 상징한다.
현대 우즈베키스탄에서의 나브르즈 모습
오늘날 우즈베키스탄에서 나브르즈는 민족 최대의 축제로, 도시와 농촌을 막론하고 성대하게 기념된다. 정부는 3월 21일을 국경일로 지정하고 전국적인 행사를 지원한다. 타슈켄트를 비롯한 대도시의 광장과 공원에서는 대규모 축하 공연과 전통문화 행사가 열린다. 시내 곳곳에는 전통 가옥인 유르트가 세워지고, 주민들은 화려한 우즈베크 전통 의상을 차려입고 축제 분위기를 만끽한다.
축제에서는 전통 음악과 춤 공연은 물론, 현대적인 음악 콘서트와 불꽃놀이까지 더해져 전통과 현대가 어우러진 장관을 연출한다. 또한, 지역별로 민속놀이 경연대회, 길거리 퍼레이드, 전통 공예품 및 음식 바자르(시장)도 열려 관광객들의 발길을 사로잡는다.
나브르즈를 앞두고 많은 이들이 집 안팎을 대청소하고 나무를 심는 등 환경을 정비하는 풍습도 있다. 이는 한국의 설날 대청소와 유사하게, 묵은 것을 떨쳐내고 새로운 시작을 하려는 의미를 지닌다. 이처럼 우즈베키스탄의 나브르즈는 전통문화 계승과 더불어 현대적 의미를 더해가는 축제로 발전하고 있다.
우즈베키스탄 국민에게 나브르즈가 갖는 의미와 사회적 역할
나브르즈는 단순한 명절을 넘어 우즈베키스탄 국민이 문화적 정체성과 공동체 의식을 되새기는 중요한 계기다. 이 축제는 모든 세대의 사람들을 하나로 모으는 역할을 하며, 겨울 동안 떨어져 지내던 친척과 이웃들이 다시 만나 안부를 묻고 선물을 주고받으며 유대를 다지는 기회가 된다.
또한, 축제 기간에는 음식을 어려운 이웃과 나누거나 자선 행사를 여는 따뜻한 전통이 이어지며, 나눔의 미덕도 함께 실천되고 있다. 앞서 언급한, 아이들이 노래를 부르며 받은 선물을 과부와 고아들에게 나누던 관습은 오늘날에도 자선과 이웃간 상부상조의 아름다운 전통으로 이어지고 있다.
사회적으로도 나브르즈는 국가의 통합과 안정을 도모하는 데 기여하고 있다. 다양한 민족이 함께 살아가는 우즈베키스탄에서 나브르즈 축제는 모두가 함께 즐기는 포용의 축제로 자리 잡았다. 전통과 현대가 어우러지는 이 축제는 국민 화합과 공동체 의식을 복돋우는 중요한 문화유산으로 앞으로도 꾸준히 이어질 것이다.
※ 위 원고는 현지 외부 전문가가 작성한 원고로, (사)경북PRIDE기업 CEO협회의 공식 의견이 아님을 알려드립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