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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르헨티나, 이제야 제대로 된 시장경제 국가 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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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 수출지원 해외 서포터즈 / 손영식(아르헨티나) 

 

 

핵심 공약, 우선순위에서 밀려났나 

 

최근에 이 남자만큼 외신의 조명을 받은 아르헨티나 정치인은 없었다. 정계 입문 2년 만에 보란 듯 정권교체를 이뤄낸 하비에르 밀레이 대통령 당선인(자유전진당)을 두고 하는 말이다. 8월 예비선거(오픈 프라이머리)에서 득표율 1위에 올라 돌풍을 일으킨 밀레이 당선인은 10월 대통령선거 1차 투표에선 좌파 집권당 세르히오 마사 후보에 밀려 2위로 내려앉았지만 득표율 1위와 2위 간 최후 맞대결 격인 2차 투표(결선)에서 역전의 드라마를 연출하며 마침내 정권교체의 주인공이 됐다. 

 

 

밀레이 당선인 지지자들이 달러 피켓을 들고 그의 당선을 축하하고 있다.

(출처: 토비아스)

 

 

극우로 불리는 밀레이 당선인은 파격적이다 못해 극단적인 공약을 내걸고 정권을 잡았다. 중앙은행을 폐쇄하고 페소화 대신 미(美) 달러화를 공용 통화로 채택하겠다는 공약이 대표적 사례다. 

밀레이 당선인은 선거기간 내내 “중앙은행 폐쇄와 달러화 채택은 결코 협상의 대상이 될 수 없다”며 실천 의지를 거듭 천명했지만 실현성을 놓고는 여전히 의견이 분분하다. 정확히 말하면 당장은 회의론에 더 무게가 실려 있는 듯하다. 

 

밀레이 당선인의 진영 내에서조차 중앙은행 폐쇄와 달러화 채택을 즉각 추진하는 어렵다는 신중론이 고개를 들기 시작했다는 말도 들려온다. 중앙은행 폐쇄의 임무를 맡기겠다며 밀레이 후보가 일찌감치 지명했던 에밀리오 오캄포 중앙은행총재 내정자가 사퇴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이런 소문엔 더욱 힘이 실렸다. 경제학교수인 오캄포는 ‘경제달러화: 아르헨티나를 위한 해결책’이라는 책의 공동저자로 밀레이 당선인의 경제팀을 이끌어온 책사였다. 익명을 원한 소식통은 “공용 통화로서의 달러화 도입과 관련해 큰 그림을 그리면서 마지막 중앙은행총재가 되기로 했던 오캄포가 사퇴한 건 자의가 아니라 타의였다”고 말했다. 현지 언론은 “실용주의에 말려 오캄포가 밀려났다는 말이 돈다”며 밀레이 당선인의 양대 공약(중앙은행 폐쇄 및 달러화 도입)이 우선순위에서 밀려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아르헨티나 헌법은 대통령 연임을 허용한다. 너무 나간 얘기 같기도 하지만 일각에선 밀레이 당선인의 재선을 전제로 2차 임기 때 중앙은행 폐쇄와 달러화 도입을 추진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시장의 기대감

 

지난달 20일(현지시간) 뉴욕증시에서 아르헨티나 국영석유회사(YPF)의 주가는 전 거래일 대비 39% 폭등했다. 마크로와 갈리시아 등 시중은행의 주가도 17~20% 뛰었다. 밀레이 당선인이 방송국과 통신사를 포함한 국영기업 민영화 등 친시장주의적 비전을 내놓자 시장이 보인 반응이다. 

자칭 무정부주의 자본주의자라는 밀레이 당선인은 시장경제를 마치 종교처럼 신봉한다. 선거 때 장기매매합법화를 공약한 그는 과거 낙태금지에 반대하면서 “자유로운 신생아 거래를 허용하자”고 주장한 바 있다. 비윤리적이라는 비판에 변명하기엔 궁색한 발언이지만 그의 소신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밀레이 당선인이 현재 18개인 정부부처를 통폐합을 통해 8개로 줄이고 각종 보조금을 폐지하겠다고 한 것도 큰 정부가 시장을 왜곡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는 신념에서 파생된 공약이다. 중앙은행 폐쇄와 달러화 공용화 등 핵심 공약의 속도 조절론이 제기되지만 이번에야말로 아르헨티나가 제대로 된 친기업적 시장경제로 변신할 수 있다는 기대감이 커지는 이유이기도 하다. 

 

원자재를 수입해 운동화를 생산하는 한 기업인은 최근 필자와 만나 “밀레이 정부에 거는 기대가 크다”며 “반시장적 규제만 폐기해도 밀레이 정부에 더는 바랄 것이 없겠다”고 말했다. 실제 그간 아르헨티나에는 반시장적 규제가 많았다. 정부의 가격통제는 대표적인 사례다. 통계청(INDEC)에 따르면 10월 소비자물가는 지난해 동월과 비교할 때 142.7% 올랐다. 소비자물가는 30년 만에 가장 큰 폭으로 상승했다. 현기증 나는 인플레이션의 장기화로 정부가 꺼낸 카드는 ‘공정한 가격’이라고 그럴듯한 이름을 붙인 가격 통제 프로그램이었다. 생필품에서부터 자동차와 사립학교 수업료에 이르기까지 공급자와 정부가 합의한 가격을 공지하고 매월 인상률은 정부가 허용하는 한도 내로 제한한다는 게 프로그램의 골자다. 정부가 인상을 허용하지 않으면 가격에 변동이 없는 사실상의 가격 동결과 마찬가지다. 정부는 자발적으로 참여한 공급자(기업)와 가격을 협의해 프로그램을 운영한다고 했지만 기업이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반강제적으로 가격을 묶어놓기로 해야 했다는 건 공공연한 사실이다. 한 식품회사 관계자는 “프로그램 참여를 거부하면 수입허가 불허 등 온갖 불이익을 감수해야 했다”고 말했다. 

 

 

대형 마트에 정부가 가격을 동결한 상품들이 따로 진열돼 있다.

(출처: 클라린)

 

 

반시장적 조치에 꼼수로 대응하는 기업도 많았다. 동일한 상품에 다른 상품명을 붙여 시장에 내놓는 식이었다. 예컨대 A라는 식품을 100페소에 팔기로 한 기업이 동일한 상품에 B라는 이름을 붙인 후 200페소에 파는 것이다. A는 제대로 공급되지 않아 마트 진열대가 텅 비기 일쑤였다. 물가안정 기여도는 낮고 부작용은 많았던 ‘공정한 가격’ 프로그램은 정권이 바뀌면서 사라질 전망이다. 밀레이 당선인은 프로그램을 계승할 의지가 없다며 가격통제 프로그램 폐지를 공식 예고했다. 

 

 

악명 높은 수입규제 사라진다

 

밀레이 당선인이 폐쇄하겠다고 약속한 중앙은행도 반시장적 조치를 남발한 정부와 손발을 맞췄다. 아르헨티나는 강력한 수입 규제를 시행 중이다. 지난해 10월 도입한 이른바 ‘아르헨티나공화국 수입시스템’(SIRA)이다. 대기업에서부터 개인에 이르기까지 수입을 원한다면 누구나 수입시스템을 통해 신청을 내고 승인을 받아야 한다. 경제부, 국세청(AFIP), 중앙은행 등 복수의 부처로 구성된 심사 당국은 신청인의 과거 수입 규모, 재정적 여력, 납세 실적 등을 꼼꼼하게 살펴본 후 승인(수입 허가) 여부를 결정한다. 한때 승인을 받는 건 하늘의 별 따기였다. 60년 만에 최악이라는 가뭄으로 곡물 생산과 수출이 직격탄을 맞아 외화벌이에 적신호가 켜진 가운데 외환보유액마저 바닥을 드러내자 정부가 작정하고 수입에 빗장을 친 탓이다. 아르헨티나 2의 도시 코르도바의 산업연합(UIC)에 따르면 수입신청 승인이 나오는 비율은 7월 중순까지 54%였지만 8월엔 22%로 뚝 떨어졌다. 

 

승인이 마냥 지연되는 경우도 부지기수였고 어렵게 승인을 받았지만 난감한 경우도 많았다. 승인을 내줄 때 중앙은행은 수입대금 환전과 송금 일정을 잡아준다. 외환(달러) 유출이 반갑지 않은 중앙은행은 180일 후에야 수입대금 결제가 가능하도록 일정을 최대한 뒤로 미루곤 했다. “수입에서 6개월 외상이 가능한 일이냐”는 아우성이 빗발치고 원부자재 수입이 여의치 않아 공장 가동을 멈출 지경이라는 하소연이 끊이지 않았지만 중앙은행은 아랑곳하지 않았다. 완성차회사를 포함해 수입 원부자재 부족으로 생산을 중단한 사례는 심심치 않게 언론에 소개됐다. 

 

 

아르헨티나 지방 산타페에 있는 쉐보레 공장. 

수입 규제로 부품 조달에 차질을 빚은 이 공장은 보름간 조업을 중단해야 했다.

(출처: 테에네)

 

 

대통령후보를 확정하는 예비선거에서 밀레이 당시 후보가 1위에 오르며 돌풍을 일으키자 정부는 부랴부랴 수입허가를 내주기 시작했다. 원부자재와 중간재 수입이 막혀 생산에 차질을 빚고 있는 7,400여 개 중소기업이 우선 대상이었다. 

 

밀레이 당선인은 수입 규제를 폐지하겠다고 공언했다. 한 측근은 “중앙은행을 폐쇄하겠다는 건 수입 규제도 없애겠다는 뜻이었다”며 “즉각적인 폐지가 가장 바람직하지만 상황을 봐가며 최대한 빨리 규제를 폐지하겠다”고 말했다. 

 

 

“지금 시작해야 30년 후 결실”

 

이번 선거에서 밀레이 당선인을 찍었다는 60대 여성이 필자에게 들려준 말은 참 인상적이었다. 그는 “지금까지 대통령이 되겠다고 나선 정치인을 숱하게 많이 봤지만 30년 후를 내다본 대통령후보는 밀레이가 처음이었다”고 말했다. 밀레이 당선인은 선거기간 내내 과거 세계 5대 선진 부국이었던 아르헨티나의 영광을 되찾도록 하겠다고 했다. 30~35년 후의 아르헨티나를 꿈꾸면서 제시한 비전이다. 밀레이 당선인은 “지금 시작하면 30년 뒤 우리의 자손은 잘사는 국가의 국민이 될 수 있다. 30년 후를 내다보고 아르헨티나 재건에 나서야 한다”고 했다. 세 자릿수 인플레이션 등 시급히 해법을 찾아야 할 현안이 산적해 있지만 밀레이 당선인이 장기적 안목으로 국가발전의 초석을 놓는 첫 지도자가 되지 않을까 기대하는 국민이 적지 않은 이유다. 

 

밀레이의 아르헨티나는 한동안 남미에서 정치ㆍ외교적으로도 큰 관심거리가 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8월 구스타보 페트로 대통령의 취임으로 역사상 최초의 좌파 정부가 탄생한 콜롬비아, 올해 1월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 시우바 대통령의 화려한 컴백으로 좌파 정부가 들어선 브라질 등 남미 각지로 거침없이 뻗어가던 ‘핑크 타이드’(중남미에서 온건 좌파의 집권 물결)에 아르헨티나가 브레이크를 건 셈이 됐기 때문이다. 밀레이 당선인은 12월 10일 임기 4년 대통령에 취임한다. 

 

 

 

※ 위 원고는 현지 외부 전문가가 작성한 원고로, (사)경북PRIDE기업 CEO협회의 공식 의견이 아님을 알려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