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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아르헨티나 대선후보는 페소화와 달러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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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 수출지원 해외 서포터즈 / 손영식(아르헨티나)

 

 

대이변과 후폭풍 

 

오픈 프라이머리(예비선거) 이튿날인 14일 부에노스아이레스. 하루 유동 인구가 40만 명에 달한다는 상업 중심지 온세는 이른 아침부터 분주했다. 

 

페소-달러 환율(암달러)이 하루아침에 40% 가까이 폭등하면서 상점마다 환율에 맞춰 판매가격을 조정하느라 정신이 없었다. 취급하는 상품의 종류가 많은 일부 상점은 아예 ‘표시돼 있는 가격에 20% 플러스’라는 안내문을 걸어 놓고 손님을 맞았다. 



판매가격을 표시된 정가+20%로 올린다는 안내문이 한 상점에 붙어 있다. 
(출처: 클라린)

 

 

 

전자제품 도매업계는 (새 가격표가 나올 때까지) 한시적으로 발주를 받지 않겠다고 했다. 한 편의점 사장은 “아침 일찍 새 가격표를 받았는데 주로 수입품을 중심으로 최고 25%까지 가격이 올랐더라”라고 말했다. 중앙은행은 이날 22% 페소화 평가절하를 단행하고 기준금리를 21% 포인트 올렸다. 예비선거 전 300페소를 밑돌던 공식 페소-달러 환율은 350페소로 껑충 뛰었고 기준금리는 118%로 수직 상승했다. 

각 정당(선거연대)의 대통령 후보를 확정하는 예비선거에서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이변이 일면서 아르헨티나에 거센 후폭풍이 몰아치고 있다. 

극단적 우파로 불려 온 하비에르 밀레이(Javier Milei, 선거연대 자유전진) 후보는 13일 예비선거에서 득표율 30.4%로 1위에 올랐다. 득표율 2위 21.40%, 3위 16.98% 등을 보면 밀레이 후보의 압승이다. 예비선거를 앞두고 20건 넘는 여론조사 결과가 발표됐지만 밀레이 후보의 승리를 예상한 조사는 단 1건도 없었다. 밀레이 후보의 승리를 두고 대이변이라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밀레이 후보가 대중연설을 하고 있다. (출처: 라나시온)


밀레이 후보의 승리로 이제 10월에 실시되는 대통령선거는 신생 정치세력인 우파와 집권 세력인 좌파, 2015~2019년 집권 경험이 있는 중도우파 간의 3파전으로 전개되게 됐다. 예비선거 결과를 보면 밀레이 후보를 앞세운 우파가 지지율에서 가장 앞서 있음은 물론이다. 


시장의 불안 왜?

밀레이 후보의 승리에 대해 일부 외신은 포퓰리즘과 사회 문제에 대한 반감이 표출된 것이라고 보도했다. 그러나 결정적 승리의 원인은 경제 달러화 공약이었다는 게 가장 정확한 분석인 것 같다. 

현지 언론엔 “경제 달러화 (공약) 외에는 밀레이 후보가 승리한 이유를 찾기 힘들다”, “국민 30%는 경제 달러화를 원하고 있다”는 분석이 꼬리를 물었다. 그렇다면 민의가 반영된 결과가 나왔는데 시장은 왜 불안해하는 것일까. 밀레이 후보가 내놓은 공약이 워낙 ‘파격적’인 데다 표현마저 ‘자극적’이기 때문이라는 게 중론이다. 

밀레이 후보는 중앙은행을 ‘인플레이션의 원흉’이라고 주장하며 집권하면 중앙은행을 폐쇄하겠다고 했다. 밀레이 후보는 “중앙은행에 불을 지르겠다고 한 건 은유법이 아니다. 다이너마이트로 폭파하고 싶다. 폭파된 중앙은행의 잔해만 남을 것”이라고 말했다. 집권하면 정부지출을 대폭 줄이겠다는 공약을 내놓을 때는 “(지출을) 전기톱으로 확 잘라버릴 것”이라고 표현했다. 

지금의 아르헨티나는 친중(親中) 국가다. 아르헨티나는 대중 무역대금 위안화 결제 시스템을 도입했고, 얼마 전엔 중국의 동의를 얻어 국제통화기금(IMF) 채무를 위안화로 상환했다. 아르헨티나는 중국과 190억 달러(한화 약 25조 1,085억 원) 규모의 통화스와프를 맺고 있다. 그러나 밀레이 후보는 최근 “윤리를 돈과 바꿀 수는 없다. 집권하면 중국과는 비즈니스를 하지 않겠다. 공산주의자와 거래는 없다”고 말했다. 

걸핏하면 공개적인 장소에서 이런 말을 거침없이 쏟아내다 보니 시장은 불안을 느낀다. 무슨 일이 벌어질지 모르니 보유한 현찰을 일단 안전자산인 달러로 바꿔놓고 보자는 심리에 불이 붙었고 외환시장엔 격랑이 일었다. 


밀레이 후보의 공약은?

밀레이 후보의 공약은 하나같이 파격적이다 못해서 극단적이다. △중앙은행 폐쇄와 경제 달러화 △세금 90% 폐지 △정부지출 15% 감축 △국영기업의 전면적 폐쇄 또는 민영화 △노동시장 유연화 △장기 매매 합법화 △칠레식 경제개방 등을 공약했다. 정치적 의지만 있다면 실현할 수 있는 것으로 보이는 공약도 많다. 

예컨대 아르헨티나엔 현재 148종의 세금이 존재한다. 이 가운데 90%를 폐지해도 세수는 국내총생산(GDP)의 2% 정도 줄어드는 데 그친다. 세수의 91%가 부가세 등 10개 세금에서 나오기 때문이다. 밀레이 후보는 “(쓸데없는) 세금만 없애도 규제를 푸는 효과가 나온다”고 주장하고 있다. 

밀레이 후보는 국가개혁, 경제 달러화, 칠레식 경제개방으로 나아가는 큰 그림을 그리고 있다고 밝혔다. 당장 성과를 기대하기보다는 30년 뒤 잘 사는 아르헨티나가 궁극적인 목표라고 한다. 그런데도 국민의 관심은 단연 경제 달러화에 쏠린다. 하이퍼인플레이션을 단번에 잡은 1990년대 페그제(특정 국가의 통화에 자국 통화의 환율을 고정하는 제도)를 아직은 생생히 기억하는 사람이 많기 때문이다.

얼마 전 한 일간지는 밀레이 후보 측에 “경제 달러화란 무엇인가”라고 물었다. 이에 대해 밀레이 후보 측은 “(법정통화를) 페소화에서 달러화로 바꾸는 것”이라고 답했다. 언론이 뻔한 질문을 던진 건 밀레이 후보의 경제 달러화 구상에 그만큼 명확하지 않은 부분이 적지 않았다는 뜻이다. 밀레이 후보는 “중앙은행을 폐쇄하면 국민은 금, 스위스 프랑, 영국 파운드 등 원하는 화폐로 거래를 할 수 있게 될 것”이라는, 속뜻을 모르는 국민에겐 다소 뚱딴지처럼 들릴 수 있는 말을 하기도 했다. 

지금까지 아르헨티나는 화폐 단위에서 제로(0)를 13개나 떼어냈다. 일명 리디노미네이션이다. 리디노미네이션이란 화폐단위축소로, 인플레이션으로 늘어난 화폐의 숫자로 초래된 국민들의 불편함, 지급상 불편 등을 해소하기 위한 방법이다.

밀레이 후보는 “페소화에서 또다시 0을 3개 더 떼어내야 할지 모른다”고 했다. “리디노미네이션 후 제2의 페그제가 오는 것인가” “(강제성이 없는) 자발적 경제 달러화가 추진될 것” “파나마와 비슷한 달러 통용제가 예상된다” 등 현지 언론에는 추측성 기사가 난립했다. 

모호한 입장을 취했던 밀레이 후보가 경제 달러화에 대해 비교적 구체적인 구상을 밝힌 건 최근 외신과의 인터뷰에서였다. 밀레이 후보는 (이미 달러를 법정통화로 도입한) 엘살바도르를 모델로 삼아 국민이 페소화와 달러화 중 원하는 화폐를 선택해 사용할 수 있게 하겠다고 했다. 


100달러권에 밀레이 후보의 얼굴을 넣은 배너를 정당 관계자가 세우고 있다.
(출처: 이프로페셔널)



밀레이 후보는 “아르헨티나에서 페소화를 원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며 “(국민의 선택으로) 통화량의 2/3가 페소화에서 달러로 대체된다면 경제는 완전히 달러화된 것으로 보아도 될 것”이라고 했다. 2025년 중반부터는 아르헨티나 기업들이 달러로 거래할 수 있다고 해 경제 달러화에는 2년 6개월 정도의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했다. 아직은 불투명한 구석이 없지 않지만, 예전에 비해 경제 달러화 구상의 청사진은 훨씬 뚜렷해진 셈이다. 


경제 달러화 실현 가능한가 

경제 달러화가 과연 실현 가능한 것인가를 두고는 논란이 많다. 아르헨티나는 한도를 두고 달러 환전을 강력히 규제하는 한편 수입마저 사실상 제한하고 있다. 달러가 부족하기 때문이다. 

중앙은행에 따르면 지난달 31일 현재 외화보유액은 240억 9,200만 달러(한화 약 31조 8,375억 원)였다. 그러나 중국과의 통화스와프 등 빚을 제하고 나면 순 외화보유액은 이미 마이너스 영역에 들어섰다는 게 대다수 경제전문가들의 중론이다. 

달러가 없어 난리인데 경제 달러화가 가능한 일이냐는 반문이 나오는 건 너무나 자연스럽다. 설령 경제 달러화를 밀어붙인다고 해도 초대형 평가절하가 필수적으로 전제되어야 하고 이에 따라 초기엔 물가가 더 뛰게 돼 엄청난 비용을 치러야 할 것이라는 우려도 크다. 

밀레이 후보는 이에 대해 “350~400억 달러(한화 약 46조~52조 원) 정도면 경제 달러화가 가능하다. 돈은 이미 확보돼 있다”고 SNS(사회관계망서비스)를 통해 주장했다. 더 이상 자세한 설명이 없어, 어떻게 이런 계산이 나왔는지, 돈은 어디에서 확보했다는 것인지 알 길은 없다. 소수지만 지지 의견도 있다.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이기도 한 존스 홉킨스 대학의 스티브 한케 교수는 “(경제 달러화는) 국민이 비공식적으로 이미 시행 중인 제도를 공식적으로 도입하겠다는 것”이라며 경제 달러화를 강력히 지지했다. 부동산거래가 100% 달러로 이뤄지는 등 아르헨티나 실물경제에선 부분적으로 이미 달러가 법정통화처럼 통용되고 있다. 

어쨌든 경제 달러화를 내세운 밀레이 후보는 예비선거 후 여론조사에서 35%대 지지율로 일찌감치 대세론을 굳혀가는 모양새다. 10% 포인트 이상 뒤진 지지율로 힘겨운 추격전을 벌이고 있는 야권 중도우파 대통령 후보는 당선되면 페소화와 달러화를 통용하는 이중화폐제를 공식화하겠다고 최근 부랴부랴 공약했다. 누가 봐도 경제 달러화 공약의 파급력에 깜짝 놀라 뒤늦게 내놓은 맞불 공약이다. 그간 중도우파 진영은 경제 달러화에 반대해 왔다.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통화제도는 이미 뜨거운 감자로 부상했다. 마치 달러와 페소가 후보로 나선 대선을 보는 것 같다. 



※ 위 원고는 현지 외부 전문가가 작성한 원고로, (사)경북PRIDE기업 CEO협회의 공식 의견이 아님을 알려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