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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자 없는 스페인 총선, 연정 구성은 군소정당의 손에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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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 수출지원 해외 서포터즈 / 최지윤(스페인)

 

지난 5월 스페인 지방선거 결과, 마드리드, 세비야, 말라가 등 주요 도시를 포함한 많은 지역에서 우파인 야당이 승리했다. 이에 위기감을 느낀 페드로 산체스 총리는 12월 총선을 7월 23일로 앞당기는 승부수를 던졌다. 산체스 총리의 결정은 지지자들마저 놀라게 한 ‘깜짝 발표’였다. 7월 중순부터 본격적인 휴가철을 맞는 스페인 국민들은, 갑작스런 총선일정 발표에 강한 불만을 토로했다. 그럼에도 투표율은 70.4%로, 2019년 총선에 비해 4.1% 높았다. 약 260만 명의 국민이 우편 사전투표에 참여하였고, 휴가 중에도 기차를 타고 먼 투표소를 찾았다. 

 

 

 

스페인 총리이자 사회당(PSOE) 대표 페드로 산체스(왼쪽)와 수마르(Sumar)의 대표 욜란다 디아즈. 
욜란다 디아즈는 조직적 위기에 처해있던 제2여당 포데모스(Podemos)를 대신해 20여 개의 군소정당을 모아 급진좌파연합 수마르를 창당했다.  (출처: elmundo.es)

 

 

총선 전초전 격인 지방선거에서 야당이 승리함에 따라, 총선에서도 중도우파인 국민당(PP)과 극우정당 복스(VOX)가 다수 의석을 점할 것으로 전문가들은 예상했다. 하지만 어느 정당도 과반 의석을 차지하지 못하는 결과가 나왔다. 스페인 하원은 총 350석으로, 176석의 과반 의석을 차지해야 집권이 가능하다. 국민당은 총선 결과 1위를 차지했으나 하원 136석을 확보하는 데 그쳤고, 복스는 33석을 얻었다. 두 우파 정당이 연합정부를 만들고자 해도 169석으로 과반에 미치지 못한다. 여당의 경우, 페드로 산체스 총리가 이끄는 사회당(PSOE)이 122표, 급진좌파연합 정당 수마르(Sumar)는 31석을 차지하여 총 153석이다.


 

이후, 외국에 거주하는 스페인 국민의 투표 결과가 발표되었는데 국민당은 1석을 얻고, 사회당은 1석을 잃어 각각 137석, 121석을 갖게 되었다. 결과적으로 두 진영 모두 군소정당의 협력이 있어야만 연합정부를 구성할 수 있게 된 셈이다. 스페인에서는 국민투표 이후 의회가 소집되며, 신임투표가 열린다. 국왕이 제안한 후보자에 대한 신임투표가 이루어지며, 하원에서 과반인 176표를 얻으면(절대 다수결) 총리로 임명된다. 그러나 176표가 되지 않을 경우, 48시간 후 2차 표결이 진행된다. 이때는 단순 다수결 방식으로 과반인 176명이 아니더라도 찬성표가 더 많이 나오면 바로 총리로 임명된다. 




중도우파 국민당(PP) 대표 페이호의 선거 플래카드가

마드리드 거리에 걸려있다.  (사진: 최지윤) 



국민당의 연합정부 구성 가능성은 좌파연합보다 더 낮다. 총선에서 1석을 얻은 카나리아연합(CCa)이 국민당에 협력할 가능성이 있다고 보았지만, 오히려 사회당에 호의적일 것이라는 최근 언론의 보도가 있었다. 더욱이 국민당이 카탈루냐 분리독립 정당인 ‘카탈루냐를 위해 함께(Junts)’의 지지를 얻는 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 왜냐하면 카탈루냐의 독립을 반대하고, ‘하나의 스페인’을 주장하는 극우정당 복스와 협력하고 있는 국민당을 지지할리 만무하기 때문이다. 


스페인은 단일 국가지만, 지방분권화가 이루어져 각 자치지역의 권한이 크고 지역마다 고유의 언어와 문화를 가진 곳도 있다. 그중 카탈루냐는 스페인 내에서도 독립을 원하는 지역으로 잘 알려져 있다. 카탈루냐 주(州)는 2017년 갑작스레 분리독립 국민투표를 실시한다고 발표하였으나, 스페인 정부는 선거의 정당성을 인정하지 않았다. 그러나 선거는 치러졌고, 카탈루냐 주민의 42%가 참여했다. 그중 90.09%의 찬성표가 나왔으나 애초에 투표인단이 제대로 마련되지 않았으며 투표함이 잘 봉인되지 않아 부정선거로 보인다는 언론의 보도가 있었다. 또한, 선거결과를 백분율을 계산한 결과 100.88%가 나와 신빙성이 없다는 의견도 다수 있었다.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카탈루냐 분리독립 선거 이후 스페인 대법원은 국비를 사용하여 불법투표를 주도한 지도부 및 관계자에게 실형을 선고했다. 그러나 2021년 산체스 총리는 ‘스페인의 더 나은 미래’를 위해서라며, 복역 중인 카탈루냐 분리주의자들을 사면했다. 야당은 정치적 협력을 빌미로 분리주의자들을 사면한 산체스 총리를 강하게 비난했다. 당시 여론조사 결과 61%의 스페인 국민은 사면을 반대했고, 마드리드에서는 스페인 국기를 든 많은 국민들이 사면반대 시위에 참여하기도 했다. 


현재 과반의석을 얻지 못한 좌파연합은 ‘카탈루냐를 위해 함께’의 지지가 반드시 필요한 상황이다. 이에 산체스 총리는 카탈루냐주의 부채를 탕감해 주겠다고 밝혀 큰 파문을 일으켰다. 일간지 「엘 문도」에 따르면, 스페인 각 자치주에서 가장 큰 부채를 가진 지역은 카탈루냐다. 이 부채가 상환되지 않는다면 국가재정에 큰 영향을 미칠뿐더러 다른 주(州)에서 거센 반발이 일어날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우려하고 있다. ‘카탈루냐를 위해 함께’는 혼란 속 연정 구성의 열쇠를 쥐고 있는 만큼, 이 기회를 유리한 방향으로 활용하고자 산체스 총리에게 무리한 제안을 했다. 2017년 카탈루냐 분리독립 투표를 이끈 지도자 푸지데몬은 현재까지도 벨기에에서 도피생활을 하고 있는데, 이들은 푸지데몬의 완전사면을 요구하고 있다. 게다가 카탈루냐 분리투표의 정당성을 인정해 달라고도 하고 있지만, 사회당이 이를 받아들일지는 미지수다. 


이번 총선에서는 난민, 이민자 문제, 성소수자의 권리가 주요 이슈로 떠올랐다. 인플레이션을 반영한 실질임금이 낮아지면서 민심은 팍팍해지고 있고, 난민 및 불법이민자 문제는 날이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다. 스페인은 유럽 국가 중 아프리카와 가장 가까이 맞닿아있고, 아프리카 내에도 영토(세우타, 멜리야)가 있어 예전부터 난민문제가 극심했다. 최근 6주 동안만 해도 세네갈 내 정치적 문제로 서아프리카에서 출발한 19척의 난민을 실은 배가 카나리아제도에 도착했다. 증가하는 난민과 불법이민자 때문에 부담해야 하는 세금이 늘어나고, 범죄율이 높아지는 데에 국민들은 지칠 대로 지친 상태다. 인도주의적 차원에서 난민을 적극적으로 수용해야 한다는 입장과 자국민이 우선되어야 한다는 우파의 강경한 입장이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다. 


또한 스페인 정부는 최근 몇 년 동안 성소수자의 권리를 지키기 위해 캠페인을 벌이고, 새로운 법안을 마련하는 등 적극적인 입장을 펼쳐왔다. 얼마 전에는 16세 이상 국민이 호르몬치료증명서 및 성별위화감진단서 등의 서류 없이, 오로지 자신의 의사로만 성별을 변경할 수 있도록 하는 법안(14세 이상 청소년의 경우, 부모의 동의를 받으면 가능)을 통과시켰다. 우파 야당인 국민당과 복스는 산체스 정부의 성소수자를 위한 새 법률이 오히려 여성의 권리를 위태롭게 한다며 강력하게 비판했다. 



 

2023년 4월 19일 스페인 법무부 건물 앞에서 비동의 간음죄 ‘솔로 씨 에스 씨(solo sí es sí)’ 법안에 반대하는 페미니스트 집회가 열렸다. (출처: elpais.com)

 

지난 1년 동안 유럽에서는 극우정당의 인기가 급증하고 보수 정당이 집권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스페인에서도 좌파 포퓰리즘에 반대하고, 난민 유입을 반대하는 국민의 수가 증가했고, 성소수자 권리보장 때문에 야기되는 사회적 혼란을 걱정하는 사람이 많아졌다. 산체스 내각 역시 관련 중대 실수를 범하는 등 지지율이 낮아지면서 스페인 우파정부 탄생이 예측되었다. 대표적인 예로, 작년 8월 스페인 평등부의 주도로 비동의 간음죄인 ‘솔로 씨 에스 씨(solo sí es sí)’가 도입되었다. 이는 ‘오직 “네”라고 말할 때만 “네”’라는 뜻으로, 당사자의 동의가 없는 성관계는 강간으로 처벌받는 법이다. 취지는 좋았으나 법의 허점이 있어서 복역 중이던 강간범이 풀려나거나 형량이 감형되는 일이 벌어졌다. 사건 피해자는 물론, 국민과 여성단체는 분노했고, 산체스 총리 내각은 대국민사과를 해야만 했다. 

 

산체스 총리는 코로나 직격탄을 맞은 스페인 경제를 안정적으로 유지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었다. 경제부 장관은 “경기침체와 금리상승이라는 복잡한 국제적 상황에도 불구하고, 올해 1분기 동안 스페인 경제는 견고한 성장을 보여줬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지난주 스페인 통계청(INE)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스페인 경제는 올 2분기에 전 분기 대비 0.4% 성장에 그치는 등 예상치 못한 경제성장 둔화를 겪었다. 유럽 내 수출이 급감하면서 그 위기가 스페인에도 영향을 끼쳤고, 전문가들이 예측한 0.5%보다 0.1% 하락한 수치를 보인 것이다. 유럽연합 통계기관인 유로스타트(Eurostat)에 따르면, 2023년 6월 유로존의 실업률은 6.4%로, 유로화 출범 이후 사상 최저치를 기록했다. 실업률이 가장 낮은 나라로는 몰타(2.6%), 폴란드(2.7%), 독일(3%) 순이었다. 반면, 스페인 실업률은 11.7%로, 유로존에서 가장 높았다. 

이런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여당은 야당에 맞서 선방했고, 많은 의석을 얻을 것으로 예상됐던 극우정당 복스는 오히려 2019년 총선보다 19석 적은 33석을 확보하는 데 그쳤다. 언론에서는 국민당과 복스가 연합한 우파정부가 구성될 가능성이 매우 낮다고 전망한다. 반면, 사회당은 선거에서 2위를 차지하고도 정권을 잡을 가능성이 더 높아진 아이러니한 상황이다. 사회당은 이미 20여 개의 급진좌파 군소정당연합인 제2여당 수마르(Sumar)와 손을 잡은 상태인데, 여전히 ‘카탈루냐를 위해 함께’를 비롯한 다섯 개 이상의 지역 군소정당의 지지가 있어야 연정을 이룰 수 있다. 산체스 총리가 극적으로 합의를 이뤄 좌파연합정부를 이룰 수 있을 것인지 전 세계가 집중하고 있다. 좌우 두 진영 모두 연정을 위한 합의를 이뤄내지 못하면 올해 말이나 내년 초에 재선거가 이루어질 수밖에 없을 것이다. 각 정당의 이해관계가 얽힌 일인 만큼, 쉽게 해결될 수 없어 그 누구도 한 치 앞을 예측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 위 원고는 현지 외부 전문가가 작성한 원고로, (사)경북PRIDE기업 CEO협회의 공식 의견이 아님을 알려드립니다.